일월저수지 둘레길

성 백 원

삶에 지친 사람들은 안다

몸의 피보다 마음의 피가 더 진하다는 것을

부러진 인연의 끈과 굳어버린 지난날의 상처도

이 길에서는 모두 물향기로 젖어간다는 것을

새벽을 여는 꽃들의 춤사위에 어깨가 들썩이고

물 위로 튀어 오르는 물고기의 싱싱한 옹알이가

푸른 힘줄로 일어서는 이 길에서

너와 나는 희망을 만난다

변할 수 있는 것을 진리라 주장하는 것은 욕심이나

변하지 않을 것을 노래하는 것은 사랑이다

욕망의 늪을 넘어선 평정의 수면에서

사람과 새와 물과 나무가 조각처럼 만나서

푸르게 이어주는 바람의 경첩으로 태어나는 길

그런 길에서 하루치의 평화가 는개비에 젖는다

성백원 시인 약력

오산문인협회 회장 역임

국제펜클럽 회원, 한국경기시인협회 이사, 오산문화재단 이사

시집 『내일을 위한 변명』 『형님 바람꽃 졌지요』 『아름다운 고집』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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