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치고 힘든 국민의 삶을 달래 주어야 할 집권세력이 오히려 너무도 잔인하다. 5.18 유가족, 세월호 유가족,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공권력에 의해 쓰러진 백남기 농민의 가족은 이토록 화사한 5월이 서러울 뿐이다. 사회적 학살이 빈번히 일어나는 대한민국은 지금 정상이 아니다.

올해 5·18 광주민주화 항쟁 기념식은 시작도 되기 전부터 파행이었다. 사회적 약자의 권리 쟁취와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대중이 불러왔던 ‘임을 위한 행진곡’을 보훈단체가 북한을 찬양하는 노래라고 왜곡시키고 이를 보훈처가 받아들이며 기념식장에서의 제창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노래 가사 중 ‘임’은 김일성, ‘새날’은 사회주의를 의미한다며 이 곡의 의미를 왜곡한 일부 철부지 극우 인사들의 주장을 받아들인다면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그동안 5.18 국가기념일에 북한찬양 가사를 합창해 왔다는 것인가.

결국 광주 민주화 정신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정부의 퇴행적 역사관으로 사회는 며칠 동안 극심한 분열상을 겪어야 했다. 여야 원내지도부 청와대 회동으로 협치를 강조했던 박근혜 정부는 자신의 위선을 만천하에 드러냈다. 결국 주무 부서장인 박승춘 국가보훈처장은 기념식장에서 성난 유가족에 의해 쫓겨났고, 황교안 총리는 영혼 없는 기념사를 읽고 주변이 임을 위한 행진곡을 힘차게 부를 때 굳은 얼굴로 꿀 먹은 벙어리가 되는 웃지 못 할 희극을 연출했다.

작년 11월 집회 현장에서 백남기 농민이 경찰의 물대포에 의해 쓰러져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정부는 도의적인 ‘미안하다’는 한마디 없다. 당연히 진상규명이나 책임자에 대한 처벌도 없다. 백남기 씨는 사경을 헤매고, 가족은 청와대 앞에서 애처롭게 1인 시위를 하며 항의하고 있다. 광주에서 군대를 동원해 시민을 죽이고, 4.19 민주의거를 쿠데타로 짓밟은 후예가 국가기관을 장악하고 있느니 민주주의가 무시될 수밖에 없다.

2014년 4월 16일 대한민국 국민이 TV 생중계로 지켜보는 가운데 세월호에 타고 있던 단원고 학생 등 295명이 진도군 해상에서 수장됐다. 신속하게 사고에 대처해야 할 해경이 보고 자료를 재촉하는 청와대 관계자의 지시에 의해 제대로 구조작업을 펼치지 못했고, 대통령은 사고 전후 7시간의 행적이 묘연하고,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도 보도된 세월호와 국정원 간의 이상한 관계와 연락체계, 관피아의 실체 등이 현재까지 의혹이 일고 있는 부분이다. 침몰 사고의 원인과 구조 과정, 이후 세월호 진실 규명을 방해한 세력 등에 대한 총체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해야 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세월호 특별법 개정을 통한 특조위원 조사 기간 연장에 반대한데 이어, 지난해 11월 청와대와 박 대통령을 진상규명 대상으로 결정하자 ‘정치적 공세’라며 위원직을 사퇴한 황전원 씨를 다시 특조위 상임위원으로 선정하는 안을 19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황 씨는 지난해 11월까지 비상임위원으로 활동하다 지난해 12월 새누리당에 입당해 경남 김해을 지역구 예비후보로 등록해 세월호 유가족의 공분을 샀던 인물이다. 새누리당은 유가족의 한을 풀어줄 생각이 있는지, 세월호 특조위 활동을 지원하려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진실 규명을 방해하려 하는 것인지 국민 앞에 입장을 분명히 하기 바란다.

여소야대를 형성한 20대 국회는 반민주, 반인권 법안을 개선하고 세월호, 가습기 살균제 사건, 백남기 농민에 대한 국가폭력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학살과 횡포에 대해 국회청문회 등을 통해 진실을 낱낱이 밝혀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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