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감사원 홈페이지 캡처)

감사원이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이 편성할 의무가 있고, 재정 여력도 충분하다는 감사결과를 내놔 정부 편향적인 감사라는 논란이 일고 있다. 감사원이 정부의 입장을 강변하고 그에 대한 논리를 제공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관임을 명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감사원은 지난 3월 7일부터 4월 1일까지 교육부와 서울특별시교육청 등 17개 시·도교육청을 대상으로 누리과정 예산편성 실태와 관련한 총 15건의 감사결과를 24일 발표했다.

이 감사결과에 따르면, 감사원은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의무적으로 부담하도록 한 ‘영유아보육법 시행령’과 ‘지방재정법 시행령’ 등이 헌법과 상위 법률에 위배되는지 여부에 대해 “단정하기 어렵다”고 정부의 손을 들어주었다.

또한 “시행령이 헌법·법률에 위배되는지를 확정할 권한이 있는 헌법재판소나 대법원이 관련 시행령 등을 위헌·위법이라고 결정하지 않은 현 단계에서는 기존 대법원 판례 등을 고려하면 시행령 등은 유효하여 교육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감사원은 감사 과정에서 국내 대표적인 3개 법무법인과 한국공법학회 추천교수 3인 등 외부 법률전문가 7곳에 법률자문을 구했다고 했으나 더 이상의 구체적인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재정적 여력이 있는지를 놓고 교육부와 교육청 간 논란이 되고 있는데 대해서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일부 또는 전부 미편성한 11개 교육청의 2016년도 재정여력을 확인한 결과, 추가세입(순세계잉여금, 지자체전입금 등)을 활용하고 과다 편성된 세출예산(시설비, 인건비 등)을 조정하면 경기 등 9개 교육청은 누리과정 예산 전액 편성(부족액은 1조4628억원인데 활용 가능액은 1조8877억원)이 가능하고 인천·광주 등 2개 교육청은 일부 편성(활용가능액 860억원으로 부족액은 1977억원)이 가능한 것으로 확인되었다”고 정부의 편에 섰다.

현재 법적으로 교육청 예산은 초·중·고등학교 살림살이에 쓰도록 되어 있다. 어린이집과 같은 복지시설 예산은 정부와 지자체가 편성한다. 교육청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우선 편성할 의무가 있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이 나올 수밖에 없다. 또한 감사원이 교육청에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재정적 여력이 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서도 학교 살림살이에 쓰일 예산을 누리과정에 돌리라는 것인지 의문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무엇보다 어린이집 등의 보육 예산은 전적으로 중앙정부가 부담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사안이다.

법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 편성에 대해 논란의 여지가 충분한데도 감사원이 이번에 일방적으로 정부를 두둔하는 감사결과를 내놓아 논란은 불가피해 보인다. 특히 이번 감사원 판단은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의 판단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더욱 우려를 낳고 있다.

감사원 감사 결과가 발표되자 경기도교육청은 같은 날 즉각 입장 발표를 통해 “감사원 감사결과 통보는 기존 정부 입장이 가진 법적, 논리적 모순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며 유감을 표한 후 “이번 감사결과 통보는 유초중등교육에 대한 무책임이며, ‘교육포기 강요’에 다름 아니다. 법적 쟁점에 대해서는 법률전문가 7곳의 법률자문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으나, 이 쟁점에 대해 국회 예산정책처는 감사원의 입장과 반대되는 전문가 검토의견을 밝힌 바 있으며,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도 명백히 반대되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면서 강력 반발했다.

“감사원이 밝힌 시도교육청의 재정여건은 기존에 정부에서 주장하던 내용과 다른 것이 하나 없고, 기존 정부입장에 대해서는 우리교육청은 물론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에서 충분히 그 반론을 제시한 바 있다”고도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례적으로 24, 25일 이틀 연속 대변인 브리핑을 통해 “감사원을 동원한 정부의 정치적 결정”,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 “국민의 신뢰를 스스로 허문 엉터리 감사이고 정치 감사” 등의 격한 표현을 써가며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감사원 감사결과를 맹비난했다.

“무엇보다 이번 감사는 명백한 정치 감사였다는 점에서 감사원을 내세워 누리과정 예산에 대한 정부의 무책임을 가리려 하는 박근혜 정부에 개탄을 금할 수 없다. 박근혜 정부는 공명정대 해야 할 감사원을 앞세워 자신들의 입장을 강변하는 행위를 그만하기를 바란다. 감사원 또한 자신들이 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기관임을 명심하고 어제의 초라한 행태를 깊이 자성하기 바란다”고도 비판했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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