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쓰지 않은 접시와 그릇이 100개도 넘는 듯하다. 계절에 한 번 꺼내지 않은 옷가지도 수두룩하다. 읽으려고 사둔 책도 책장에 먼지만 쌓인다. 새것을 사면서 옛것을 버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은 필요도 없을 물건을 무조건 싸다고 쟁여둔 탓이기도 하다. 서점가에는 미니멀리즘에 관한 책이 넘친다.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 ‘심플하게 산다’ ‘오늘부터 가벼워지는 삶’ ‘정리의 힘’ 등의 제목만 보아도 마음이 후련해진다. simple은 꾸밈없고 단순함을 뜻한다. 여행지의 호텔에 가면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군더더기 없이 심플한 공간 때문이다. 딱 필요한 것만 있는 삶. 우리의 일상생활에서 가능할까?

책 ‘심플하게 산다’를 쓴 프랑스 작가 도미니크 로로는 20대 때부터 35년간 일본 교토에서 살고 있다. 같은 옷 서너 벌을 번갈아 입으며 일본 전통 다다미 4첩 반 크기 집에서 산다고 한다. 그의 책에서는 “사는 데 많은 물건이 필요치 않다. 심플한 삶은 욕심을 버리는 삶이다”라고 말했다. 저자는 집안의 물건을 ‘꼭 필요한 것, 모호한 것, 필요 없는 것’으로 분류한 후 필요 없는 것은 당장 버리라 한다. 그리고 모호한 것은 박스에 1년간 넣어 두었다가 1년 후 박스째 버리거나 불우이웃에게 기부하는 방법을 권한다. 천천히 몇 년간의 훈련을 통해서 심플한 삶이 될 수 있는 방법이다.

대표적인 미니멀리스트로는 스티브잡스가 떠오른다. 스티브잡스가 세상을 떠날 때 방의 모습을 공개한 사진이 있었는데, 방 안의 가구라고는 스탠드 하나뿐이었다. 카페트를 깔고 명상을 하는 모습의 사진은 많은 이들에게 영감을 주었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광고와 소비상품에 질려버린 현대인은 ‘심플’로 유턴을 원한다. 소비를 하며 소유물로 채우는 삶이 행복한 삶이 아님을 깨닫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심플하게 살기’를 실천해 볼 수 있을까?

무언가를 채우기보다는 ‘비우기’를 한동안 실천해야 한다. 옷장이나 신발장, 싱크대, 책장, 수납장, 베란다 등에 쌓여있는 물건들을 들여다보자. 최소한 3년간 쓰지 않은 옷이나 물건들이 있다면 과감하게 버리기를 시작해 본다. 중복되는 물건들은 필요한 것들만 남기고 버린다. 재활용통에 버리거나 중고 벼룩시장에 내놓을 수도 있다. 누군가에게 기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각보다 쓰지 않는 물건들이 많았음에 놀라게 된다. 책 같은 경우 지역사회 도서관 등에 기증할 수도 있다.

쓸모없는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것 자체가 낭비가 된다. 창고비, 물류비 지출을 기업에서 줄이기 위하여 매년 해가 지난 상품들을 대폭 세일한다. 오히려 그것이 기업의 몸집을 가볍게 하는 방법이다. 물건을 하나 사더라도 고민하여 사는 습관을 들이는 것, 좋은 물건을 사는 방법을 실천하도록 한다. 무분별한 소비의 대가는 크다. 소유욕을 조장하게 만든다. 돈의 노예로 살아가게 되는 굴레에서 벗어나오지 못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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