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오산시 곳곳에는 ‘시민들과 함께 독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추진하겠다’라는 현수막이 보였다. 경기도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수원 화성과 광주 남한산성, 두 곳의 성곽 세계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다. 이런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국가적인 자랑만이 아니다. 세계문화유산을 갖고 있는 지역 주민들로서는 자긍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것이다.

오산시에는 독산성이 있다. 독산성은 백제 때 축성을 시작하여 조선조까지 주변의 경계를 맡아오던 산성이다. 독산성은 권율장군의 기지로 많은 왜적을 물리쳤으며 삼남에서 한양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자리하고 있어 군사적 요충지이기도 하다. 오산 독산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만 될 수 있다면 경기도는 유일하게 성곽 세계문화유산을 세 곳이나 갖게 된다.

사적 제140호인 독산성은 다른 이름으로 독성산성이라고도 한다. 조선조 선조 25년인 1592년 12월 임진왜란 중에 권율 장군이 전라도로부터 병사 2만여 명을 이끌고 이곳에 주둔하여 왜병 수만 명을 무찌르고 성을 지킴으로써 적의 진로를 차단했던 곳이라고 전한다.

독산성이 언제 만들어졌는지 분명하지는 않다. 하지만 원래 백제가 쌓은 성일 것으로 추측되며 통일신라시대나 고려시대에도 군사상 요충지로 쓰였을 것으로 본다. 선조 27년인 1594년 백성들이 산성을 쌓고, 임진왜란이 끝난 선조 35년인 1602년에 당시 부사 변응성이 다시 보수하였다고 한다. 그 후 정조 16년인 1792년과 20년인 1796년에도 축성 공사를 했다.

독산성의 둘레는 3,240m이고 4대문이 있다. 독산성은 성 안에 물이 부족한 것이 큰 결점으로 작용했다. 이런 결점 때문에 이곳에 ‘세마대(洗馬臺)의 전설’이 생겨났을 것으로 보인다. 독산성은 조선시대 개성, 강화와 함께 3대 군사요충지였으며 남한산성과 함께 한강이남 최고의 산성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성내 상주한 군인만 1,300명, 민간인 1,500명이 거주했던 수도방위사령부 같은 산성이었다.

그런데 이런 독산성에 권율장군이 병사 2만여 명을 이끌고 왜병과 싸웠다고 전설이 전해지고 있으니 물이 부족한 독산성에 어떻게 2만여 명이나 되는 병사가 물을 해결했는지 납득이 가질 않는다. 이런 부분들이 독산성에 대한 더 많은 연구가 이루어져야 할 대목이다.

독산성 세계문화유산 등재 시 필요한 것은?

지난 해 지역의 안민석 국회의원(4선, 더불어민주당)은 독산성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안 의원은 2014년 11일 문화재청 업무보고 시, 오랜 역사를 간직한 독산성을 수도권 역사 문화 교육의 장으로 복원하자고 제안했으며, 당시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정부 차원의 지원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당시 안 의원은 “순천 낙안읍성과 서산 해미읍성처럼 오산의 독산성이 옛 모습을 되찾게 되면, 2,300만 수도권 주민들에게는 편안한 문화 관광 휴식처가 되고 아이들에게는 소중한 역사 문화 교육의 현장이 될 것이다”라고 밝힌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는 독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지역주민들과 함께 추진하겠다고 피력했다.

과연 독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얼마나 가능성이 있는 것일까?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세계문화유산 등재조건은 ‘보존성’이다. 처음 그 성곽이 축성되었을 때의 원형을 얼마나 잘 보존하고 있는가를 중요시한다. 또한 등재신청을 한 성곽의 주변 환경까지도 보존되어야 한다. 그것이 유네스코가 요구하는 가장 큰 조건이다.

문제는 원형의 보존이다. 독산성을 축성했을 때 각 문 위에 문루는 어떤 모습으로 있었는지, 그리고 성벽 위에 여장은 있었는지, 높이는 어떠했는지 등 많은 문제를 짚고 넘어가야 한다. 권율 장군 시대의 산성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가? 성안에는 어떤 건물들이 들어서 있었는가? 성문위의 전각은 어떤 형태로 건축이 되었었는가? 성안 병사들의 목마름을 해결하던 우물은 어디에 있었는가? 이 모든 것을 먼저 복원해야만 한다.

독산성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서는 더 많은 연구와 원형의 복원 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그런 작업을 거친 후에야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가능하다. 안민석 의원의 독산성에 대한 집념에 격려를 보내며 독산성의 원형복원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기를 기원한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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