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로 학림다방에서 김무영 작가를 만났다. 2년 전 방영되었던 ‘별에서 온 그대’ 방송에서 도민준(김수현)과 장 변호사(김창완)가 만나 비밀 회담을 하던 곳이다. 시공을 초월하는 ‘별그대’의 주인공 김수현과 김무영 작가가 오버랩된다. 아, 오해는 마시라. 외모 때문만은 아니다. 어느 한 시점에 정착하지 못하며, 우연의 신비를 믿는 모습에서 둘의 공통점을 느꼈다고나 할까.

대필작가로 10여 권의 책을 썼고, 2013년 ‘나다움’의 비밀을 깨닫고 전업작가를 선언했다. 2013년 『인문학은 행복한 놀이다』를 출간, 2014년에는 『글쓰기 비행학교』를, 2015년『에세이 비행학교』 세 권의 실명이 담긴 책을 썼다. 쌍둥이로 태어났으나 홀로 살아남았고, 어릴 때 아킬레스건 수술을 받으며 다리를 절룩이게 되었고, 심히 내향적이었다.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글을 쓰고 싶었지만, 그닥 재능이 없었다. 졸업 후에는 글과 무관한 직업을 가졌고 이직도 잦았다. 하지만 지금 그는 결국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이 되었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며 이룰 수 없는 사랑을 하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고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으러 고향을 떠났다.” (세르반테스의 ‘돈키호테’ 중)

돈키호테에 나오는 유명한 구절이다. 여전히 그는 불가능하고 위험천만한 꿈을 꾸려고 한다. 초등학교 다니는 두 아들의 아빠기도 하고, 모터사이클 타는 것을 즐긴다. 고양이 러시안블루 ‘루키’를 키우며,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중이라고도 말한다.

“바이크를 타는 이유는 나답게 살아보기 위한 실험이었어요. 그런데 정말 잘 맞았죠. 이제는 모터사이클 여행 작가로서 다른 인생을 살고자 합니다. 소심하고 병약했던 소년이었습니다. 쌍둥이로 태어났지만 저만 살았죠. 탄생 자체가 생존이었습니다. 163cm밖에 되지 않은 키나 신체적인 약점 등이 바이크를 타고난 후부터는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의 가능성이 확장됩니다. 나 자신에 대해서 새로운 지점을 만나는 느낌입니다.”

김무영 작가는 끊임없이 자신의 삶을 실험한다. ‘해 보고 안 되면 말고’라는 쿨한 마음으로 산다. 바이크를 타고 춘천, 단양, 포천, 천안, 수원, 대전, 목포, 제주, 속초 등을 누비며 80여일 만에 5000km를 돌파했다. 돈 있는 사람들이 돈쓰는 여행, 맛 집 찾고 명소 찾는 여행처럼 공장에서 찍어내듯 하는 여행 말고 다른 방식은 없을까? 여행에서도 자신만의 여행방식과 기준을 세워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조만간 ‘모터사이클 여행’에 관한 에세이도 펴낼 예정이라고 한다.

“사실 제가 쓰는 글은 기존에 없던 장르라 할 수 있습니다. 에세이지만 오로지 ‘나’를 탐구하면서 쓰는 글이죠. 나를 알아가기 위해서는 새로운 환경에 자꾸 내가 놓여야 해요. 저는 내년 프랑스 가서 살 계획이에요. 프랑스어도 짬짬이 공부하고 있어요. 아내와 두 아들이 함께 갈 건데 잘 할 수 있을 진 모르겠어요. 프랑스에서 김무영이 쓰는 글은 또 달라지지 않을까요? 뭐, 잘 안되면 돌아오면 되죠. 전세금만 날리는 거지 뭐 더 있겠어요?”

김무영 작가는 바로 ‘나다움’을 발견하기 위한 tool로써 글쓰기 그리고 바이크를 택했다. 자신을 잘 드러낼 수 있고 탐구할 수 있는 시간과 도구가 모든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모든 사람들이 ‘나다움’을 찾기 위한 첫 번째 과제기도 하다. 나의 인생에서 남의 이야기만 평생 하다가 죽을 수는 없지 않은가. 올해부터 과천의 무지개학교라는 대안학교에서 가르치는 과목 역시 ‘나다움’이라고 한다. 그는 말이나 글 모두 물 흐르듯 자연스럽기 위해서는 내 것이어야만 한다고 말한다. 글을 잘 쓰는 비결을 배우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나의 글을 쓸 것인가를 고민해보아야 한다고.

『글쓰기 비행학교』『에세이 비행학교』두 권의 책을 통해서 비행사 김무영이라는 존재를 알렸다. 글을 쓰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이 날아오르길 바라며. 또한 첫 책이었던 『인문학은 행복한 놀이다』를 통해서는 인문학 자체가 ‘나’를 발견해나가는 놀이임을 찾아내었다. 누군가를 만남으로써 짜릿한 흥분과 기분 좋은 설렘을 얻는 일은 잦지 않다. 나답게 살기 위해 끊임없이 실험과 모험을 벌이는 김무영 작가의 이야기가 끌린 이유는 왜일까. 모든 사람들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 속에 품고 있는 소망이 바로 자기다움에 대한 간절한 바람 때문이다. 자기답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크고 작은 이야기는 아름답다. 사이즈가 크던 작던 상관없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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