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일방적인 지방재정개편 계획에 반대하는 6개 불교부단체들의 투쟁이 날로 고조되고 있다. 6개 도시 시민들은 지방재정개편 반대를 위한 행사는 물론, 해당 시의회 의원들이 삭발을 강행하는 등 투쟁은 날로 거세지고 있는 추세이다. 거기다가 민변, 한국사회경제학회, 6월민주포럼 등도 정부의 지방재정개편 철회를 강력히 촉구하고 나섰다. 또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지역본부가 '정부의 지자체 조정교부금 개편 반대' 성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항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한 마디로 소통의 창구가 막혔고 자신이 마음먹은 대로 해보겠다는 심사인 듯하다. 하지만 이런 정부의 불통적인 지방재정개편 의지는 한 마디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정부, 무능력한 정부의 표본을 보는 듯해 마음이 편치 않다.

대통령은 ‘협치(協治)’를 들고 나왔다. 협치는 ‘거버넌스’를 말한다. 거버넌스란 공통의 문제 해결을 위해 이해당사자간 대화와 협상을 통한 조정과 협력을 말한다. 한 마디로 협치를 위한 방법으로는 필히 따라야 하는 것이 기득권층의 양보와 사회적 합의를 필요로 한다는 말이다. 이런 협치의 뜻을 제대로 인지하고 있는 것일까?

협치란 무엇보다 토론과 합의를 위한 논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대화가 계속되어야 협치를 이룰 수가 있다. 토론과 합의는 가장 민주주의적이며 사회적 대화를 위한 거버넌스가 된다. 만일 이런 토론과 합의가 불통으로 단절이 되어있다면 그것은 협치와는 거리가 먼 단통(斷通)만이 남게 된다. 중앙정부가 지방정부와 대화도 합의도 없었는데 어떻게 협치가 이루어질 수 있단 말인가?

다산연구소 박석무 이사장은 “학문에 밝은 제왕이 왕위에 오르면 ‘경연(經筵)’이라는 제도가 있어 궁궐에서 임금과 유신들이 모여앉아 경사에 대한 열띤 토론회가 수시로 열렸다. 세종대왕이 집현전의 학자들과 자주 열었던 경연, 정조대왕이 규장각의 초계문신들과 모여앉아 경학과 사학을 강론하고 토론하던 일은 천추에 아름다운 모습 중의 하나였다”고 <다산으로부터 배우는 오늘을 사는 지혜>에서 밝힌바 있다.

세종과 정조는 후대의 사가들이 모두 ‘대왕(大王)’이라는 칭호를 붙인 성군이다. 이들이 역사 속에서 세종대왕과 정조대왕이라는 칭호를 듣게 된 것은 바로 협치를 알고 있는 군왕이었기 때문이다. 경연은 토론이다. 어떻게 해야 백성을 잘 살필 수 있을까? 등을 주제로 많은 논의를 거치고 그 안에서 합의점을 찾아낸 것이다.

요즈음 언론을 통해 이런 말이 들린다. “장관도 대통령 만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는 말이다. 이런 말이 나온다는 것은 대통령이 토의와 많은 대화를 통해 합의점을 찾아낼 마음이 없다는 뜻이다.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로 국회의 흐름이 바뀌자 협치를 하겠다고 들고 나왔다. 하지만 협치를 할 의사는 전무한 듯하다. 그야말로 협치가 아닌 불통만이 보인다.

국가는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 국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정부란 소통과 협치의 정부가 아니다.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는데 어떻게 협치를 한단 말인가? 정부는 500만 수도권 국민들이 부르짖는 함성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그리고 대화가 있는 소통의 장으로 나와야 한다. 그것이 진정한 협치를 이룰 수 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최종현(수원지체장애인협회장)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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