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디자인 일을 했습니다. 이천이 고향이고 전국 떠돌이 생활을 하면서 공공예술, 박물관, 전시, 공원조성, 캐릭터 관련 산업 등의 일을 했어요. 작품을 하다 보면 한 지역에서 오래 살기 힘들어요. 그래서 외모까지도 자유로운 영혼으로 보이죠!”

천지창조디자인 권오중 대표가 평생 해왔던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듣노라니 시간가는 줄 몰랐다. 그는 자칭 ‘권가이버’라 불린다. 전시관과 박물관 등을 짓는 일에서부터 디자인, 감독까지 다 맡아 한다. 미장부터 전기일까지 모두 할 줄 안다고 한다. 강원도 정선의 화암동굴, 남원 동편제 마을 체험관, 완주 100년 곶감 마을 첨성대, 금산 꼬소미 마을 브랜드 개발, 오산 법왕청 디자인, 삼척 동굴엑스포 주제관, 장수 도깨비 전시관, 이화여대 자연사 박물관, 충무 팬더 전시관 세트, 제주도 검은오름 세계자연유산센터, 용산전쟁기념관 한국6.25전시관, 롯데월드 조형물, 심형래의 영화에 나온 세트와 모형 제작, 관광상품 디자인까지 수많은 영역을 넘나들면서 일해 온 경력이 있다.

특히 삼척 동굴엑스포관을 지으며 총연출, 감독 일을 맡으면서 김대중 대통령상까지 받았다. 스스로 어떤 한 군데를 지정하면 무엇이든 만들어낼 수 있다고 자랑스레 말한다. 그의 말에 의하면 ‘잘 팔리던 시절도 있고, 안 팔릴 때도 있었다’고 한다. 권오중 대표의 삶은 얼마나 또 드라마틱한지! 아직도 머릿속에 무수히 많은 아이디어가 있다고 한다. 뭐든 끝까지 완벽하게 해내는 고집이 있다.

“한국 최초로 명지전문대 모형제작과를 만들어 교수가 되었죠. 우리나라에 아직 모형제작학과가 없어요. 현재는 건축학과에서 모형을 만듭니다. 3년간 학생들 100% 다 취업을 시켜주었어요. 그런데 저는 논문을 쓴 것도 아니고, 학위도 없습니다. 현장에서의 경험이 전부죠. 이후 모형제작 학원도 차렸어요. 전국에서 몰려든 학생들로 학원이 꽉 찼었죠. 모형제작을 배우는 곳이 없었으니까요. 그런데 어려운 학생들 학원비 안 받고 가르치면서 힘들었는데, 결국 문을 닫게 되었어요. 문을 닫았지만 저는 당시 모든 학생들 취업까지 다 시켜주었습니다. 세도 못 내어 가진 돈을 다 까먹고 사람도 떠나가며 절망적이던 순간 죽고 싶던 적도 있었습니다. 소주 한 병, 물 한 병만 갖고 한 달을 산 적도 있었으니까요.”

잠실의 롯데월드 처음 개장할 때 많은 작품을 만들었고, 2003년에는 장수 도깨비 마을까지 만들면서 자신의 머릿속 구상대로 환상의 세계를 현실화했다. 정선, 삼척, 장수, 대전, 광주 등 지역의 전시작품, 조형물, 기념관 등을 짓는 작업을 해냈다. 그런데 천성적으로 돈을 밝히지 않는 탓에 자신이 도와주었던 회사는 연매출 70-80억대의 기업이 되었고, 자신은 가난한 예술가가 되었다고 한다.

그의 창조적인 발상과 미적인 재능은 어디서 비롯된 걸까? 아버지는 일본의 탄광에 끌려갔다 와서 고생 많이 하신 분이라 도화지 한 장 크레용 하나 안 주셨다. 그런데 4학년 때 미술 시간에 친구가 도화지와 크레용을 빌려주어서 그린 그림이 교실 뒤에 붙었고, 모든 선생님들이 칭찬할 정도였다. 그림에서는 항상 1등을 했다. ‘농공경진대회'에서 농기구 수리하고 만드는 대회에서 이미 학생 때 전국 1등 한 적도 있었다. 심지어 노래도 잘 해서 14개 시도 노래자랑대회에서 1등도 했다. 고등학교 졸업도 못한 채 고춧가루 자루 2개 들고 서울로 도망가 작곡가를 만나 음반도 만들고, 밤무대 가수 하며 전국을 돌기도 하고, 극장의 영화간판 그림도 그리고, 마네킹 만드는 일도 하고. 사업으로 크게 성공한 때는 리어커에 매단 말 놀이기구로 80년에 4억의 돈을 벌기도 했다.

TV를 보면서, 길을 가다가, 술 마실 때, 혼자 있을 때 언제든 그는 머릿속에 자신만의 상상의 세계에 빠져들어 연상을 하고 새로운 것들을 떠올린다. 큰 성공을 거둔 적도 있고, 실패로 인해 극단의 선택을 한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권오중 대표는 정직하고 완벽한 장인정신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개척해 나간다. 수원에 온지 약 3년. 과거의 영화로웠던 시절을 알아주는 인맥이 없어 아쉽다고 말하기도 하지만 진정성으로 승부해 나갈 거라며 움츠러들지 않는다. 천지창조디자인의 권 대표는 죽기 전에 모형제작만 가르치는 단과대학을 설립하는 게 꿈이라고 한다. 여태껏 꿈을 간직하고 사는 모습이 멋지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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