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로 전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하루 만에 글로벌증시에서 증발한 시가총액만 2조5,464억 달러(약 2,987조원)에 달했으며, 불확실성의 증대로 세계 및 한국경제에 부정적인 영향이 예상된다. 정부는 우리나라가 영국과 거래하는 비중이 작아 너무 불안해 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말할 것이 아니라 경제체질 개선과 경쟁력 강화의 계기로 삼아야 할 것이다.

영국인들이 브렉시트를 선택한 직접적인 원인은 이민자 문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기침체로 자신들도 먹고살기 힘든데 EU내 이민자들이 몰려와 자신들의 일자리와 복지혜택을 빼앗아 간다며 불만이 높아진 것이 원인이다. 세계화와 개방으로 부는 늘어났으나 그 혜택은 대기업과 정치인, 관료, 상위계층에게만 돌아가고 노동자와 서민들의 삶은 더욱 팍팍해 진 것에 대해 애꿎은 이민자에게 분노가 표출되고 있다.

1980년대 초 대처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신자유주의 정책과 동전의 양면 관계인 세계화가 영국에서 거부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소득과 교육수준이 낮은 계층과 전통적인 산업단지 지역에서 브렉시트 찬성비율이 높았다는 것은 규제완화와 유연화, 개방화를 주 내용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이제 한계에 도달했음을 의미한다. 영국의 사회적 약자가 지금은 자신보다 더욱 약자인 이민자를 향해 분풀이성 분노를 쏟아내고 있지만 앞으로는 자본주의 체제 자체와 지배층을 향해 화살을 겨눌지도 모른다.

김영삼 정부 시절부터 신자유주의와 세계화를 적극 받아들인 우리나라에서 그것이 야기하는 부정적 폐해는 영국에 결코 뒤지지 않는다. 빈부격차와 비정규직 등이 너무 심각하게 나타나 얼마전 끝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는 여야 3당이 모두 사회적 격차해소를 가장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지적한 바 있다. 최근 구의역 비정규직 노동자의 비참한 죽음이나 증오범죄인 묻지마 살인, 안전사고 등이 빈번하게 일어나는 것은 돈과 경쟁, 단기적 효율만이 최고의 가치인 신자유주의와 세계화 흐름이 사회에 뿌리내린 것과 무관치 않다고 하겠다.

그런데도 재벌이나 정부, 어용학자, 언론 등 기득권층은 최저임금 동결이나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비정규직을 늘리는 노동개악을 해야 한다는 시대를 역행하는 소리나 하고 있으니 걱정스러울 뿐이다. 이들은 말로는 한국사회의 최고과제가 격차해소라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격차를 늘리는 정책만 관철하려 하면서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

오죽했으면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가 ‘살찐 고양이법’을 발의하여 최저임금제와 연동한 불평등 해소방안을 제안하려 했겠는가. 민간기업 임직원은 최저임금의 30배, 공공기관 임직원은 10배,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는 5배가 넘는 임금은 받을 수 없도록 한 이 법안의 본질은 갈수록 격차가 심해지는 현실을 개선하고 열악한 처지에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재벌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여성과 남성, 수도권과 지방 등의 격차를 줄이지 않으면 영국에서 표출된 서민들의 분노가 우리 사회에서도 현실화되지 말란 법이 없다. 아니 이미 임계점에 도달해 노동계 등 각계에서 부글부글 끓고 있는데도 기득권 세력은 애써 외면하면서 그 폭발력을 키우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자유주의와 세계화가 야기한 사회적 양극화 확대의 폐해를 막기 위한 경제민주화와 복지의 확충, 세계개편 등의 조치가 하루라도 빨리 이루어져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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