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와 바람

진 순 분

새벽빛 눈 비비는 이른 산길을 오르면

소나무 노간주며 상수리 그대로 서 있고

여름 숲 새 울음소리 어제처럼 들린다

지난밤 비바람에 저 나뭇가지 다치지 않고

산 하나를 울리는 더 맑은 새소리들

이렇게 아무 일 없이 살아있음이 고맙구나

날마다 전하지 못한 세상의 아침 안부

그것은 산에 사는 나무와 바람 같은 일

이 하루 일과를 접는 노을이 더 환하다

진순분 시인 약력

1990년 《경인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안개꽃 은유』 『시간의 세포』 『바람의 뼈를 읽다』 등

시조시학상, 한국시학상, 농촌문학상, 물향기문학상, 경기도문학상 등 수상

국제펜한국본부, 한국경기시인협회, 오늘의시조시인회 이사

계간 《한국시학》 《시조시학》 편집위원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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