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차게 쏟아지던 장맛비가 잠시 쉬어간 틈에 광주시 도척면 추곡리에 위치한 ’백련암‘을 찾아갔다. 수증기를 가득 머금은 희미한 산세가 낯선 이방인의 발길을 힘들게 한다. 이정표에서는 800m로 표시되어 금세 찾아가리라 생각했지만 울창한 숲길을 따라 장마로 파헤쳐진 굴곡진 길이 힘든 고행의 길을 떠나는 수도자의 모습을 그려줄 만큼 등 뒤로 땀이 비 오듯이 쏟아진다. 40여분정도 힘든 길을 걸어서 도착한 광주시 태화산 8부 능선에 위치한 백련암이 반갑게 이방인을 반겨준다.

대한불교 조계종의 사찰로서 고려 충숙왕 때 일련선사가 창건하였다고 하여 ‘일련암’이라 하였으나, 1387년(우왕13년)에 승려 해안이 중건하고 일련선사의 부도와 3층 석탑을 건립한 뒤 백련암으로 개칭하였다. 그러나 그 당시 지어진 3층 석탑은 일제 점령기인 1925년 홍수 때 산사태로 매몰되어 없어지고 현재는 일련선사의 부도만 남아 있다.

이번 사찰 탐방의 목적은 바로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백련암 부도를 찾아온 것이라서 안개 사이로 은은하게 보이는 부도의 모습이 더욱더 정겹게 다가온다.

부도는 승려의 무덤을 상징하여 그 사리나 유골을 모셔두는 곳을 말하는데 백련암에 자리하고 있는 이 부도는 네모난 바닥 돌 위로 낮은 받침을 두고 범종 모양의 탑신을 올린 모습이다. 바닥 돌은 앞면에 풀꽃무늬를 새기고 양 옆에는 안상을 엷게 새겼다. 위의 받침에는 연꽃무늬를 두르고 있으며 이와 닿아 있는 탑신의 아래에도 대칭되는 연꽃무늬를 조각하여 장식하였다.

탑신부만으로 이루어진 종 모양의 부도는 인도의 복발탑에서 유래한 것으로 고려시대 후기부터 조선시대에 걸쳐서 유행한 양식이며 부도 꼭대기에도 머리장식이 꽃봉오리 모양을 하고 있어 당시에 유행하던 종모양의 부도 모습을 잘 보여주는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석종형 부도로 추정된다. 백련암 부도는 경기도 문화재자료 제53호로 지정되어 있다.

백련암은 문화재 자료인 부도를 비롯하여 요사채 뒤에 바위 밑에 대웅전과 산신굴이 수행자들에게 아늑함을 전해준다. 경기도 광주 관내에 있는 사찰 중 가장 높은 곳에 위차하고 있는 사찰로, 산의 기운이 좋아서 예전에는 유명한 대법관 등 고시생들의 수험준비 코스로도 인기가 높았다고 한다. 현재도 고위 정치인들과 법관 등을 배출한 역사가 있는 사찰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오랜 역사의 흔적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백련암은 아직도 불편한 점이 너무 많다.

“수도 시설이 없다보니 바위틈에서 내려오는 물을 받아서 식수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래도 식수 문제는 그런대로 해결할 수 있지만 가장 급한 게 화장실 문제입니다”

이곳에 온지 4년 되었다는 주지 광진 스님이 신자들의 불편을 대변한다. 요사채 옆에 있는 간이 화장실이 전부이지만 석가탄신일 같이 불자들이 많이 찾는 시기에는 화장실이 없어 사찰밖에 임시로 마련한 간이 화장실에 의지 할 수밖에 없어 불편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한다. 요즘 전국 어느 사찰을 가더라도 화장실만큼은 다 갖추어져 있는데 여긴 가장 기본적인 공간마저도 해결되고 있지 않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광주시에 도움을 요청해도 예산이 없다는 말만 되풀이 합니다” 옆에 있던 사찰관리를 도맡아 하시는 처사님도 백련암의 불편함을 거든다. 예전의 등산로가 이쪽으로 되어 있다가 지금은 유정리 방향으로 개설되면서 이곳은 관리의 사각지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밤이면 가로등이 없어 깜깜이 세상이 되고 도로가 제대로 개설되어 있지 않다보니 사찰을 찾는 사람도 망가진 길을 따라 고행의 길을 걸어야 된다. 조금 더 효율적인 사찰관리를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문화재로 지정을 했으면 더욱더 효율적인 관리를 해야 되는데 무관심으로 방치하고 있는 우리의 문화재관리에 대한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아 아쉬움이 남는다.

정찬송 기자  goodj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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