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듀엣가요제 캡처)

유명 가수가 일반인과 함께 노래를 부르는 듀엣 가요제가 최근 화제이다. 그동안 1위를 한 커플들이 다시 모여 경연을 펼친 듀엣 가요제 왕중왕 전이 최근 2주 연속으로 방송되었기 때문이다. 왕중왕 전의 1위는 산들과 조선영 커플로 총 4회를 우승했던 막강 실력자이다. 그런데 이들과 함께 출연했던 듀엣 중에 계속 2위만 하다 5주 만에 1위를 해서 좀비 커플이라는 별명이 생겼던 듀엣이 있으니 바로 캔과 최상엽 커플이다. 이 훈남 커플은 이번 왕중왕 전에서도 1위와 불과 4점차로 왕중왕을 차지하지 못했다. 최상엽 씨는 경기도청 벚꽃 축제 버스킹 무대에서 인연을 맺었던 터라 응원했었는데 아쉬움이 컸다.

2주 연속 방송되었던 왕중왕 전의 마지막 방송이 나가기 전 최상엽 씨를 성남 한 카페에서 만나 보았다. 듀엣 가요제 왕중왕 전의 최종 우승팀에 대한 정보는 비밀이기에 들을 수 없었지만 가수의 꿈을 키우고 있는 23살 젊은 공학도의 진지한 삶에 대한 이야기는 들을 수 있었다.

- 지난 경기도청 벚꽃 축제 때 뵙고 오랜 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듀엣 가요제에서 화제가 된 이후 무척 바빴을 것 같았는데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네, 사실 주변에서는 방송 나온 이후 많이 달라졌을 거라 생각하시는 데 크게 달라진 건 없어요. 사람들이 알아보거나 하는 것도 없고요. 학교 다니고 준비해오던 앨범 작업하고 드라마 미녀 공심이 OST 작업하면서 지냈어요. 또, 성대에 무리가 와서 성대결절로 치료를 오래 받았고 지금은 많이 나은 상태에요.”

- 앨범 준비 중이시라니 무척 반갑네요. 이번 듀엣 가요제의 성과인가요?

“아니요. 듀엣 가요제 전부터 준비해오던 앨범으로 사실 진작 나왔어야 되는데 오히려 듀엣 가요제 때문에 늦어졌어요. 방송에 1주만 출연할 거라 생각했던 게 5주로 길어지면서 앨범 작업할 시간이 없었거든요. 또, 한창 화제가 될 때 앨범을 내면 사람들에게 저를 알리는 기회는 될 수 있겠지만, 제 음악만으로 평가받을 수 없을 것 같아 시기를 조금 늦춘 것도 있고요. 듀엣 가요제 여파가 조금 잠잠해지고 나서 오롯이 제 음악만으로 사람들을 만나고 싶었어요.”

- 보통 사람들이라면 듀엣 가요제로 사람들에게 알려졌을 때 앨범을 내려고 했을 텐데 본인 음악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시네요. 이렇게 자신의 음악을 직업으로 해야겠다고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좋아하고 가수가 꿈이었던 건 아니고요. 대학 1학년 마치고 군대를 다녀왔는데, 제대할 때쯤 밖에 나가서 한 번은 하고 싶은 거를 하면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여행과 같은 사소한 것부터 여러 가지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았는데 그 중에 음악을 선택했어요. 저만의 색깔로 음악을 만들고 노래를 불러서 사람들에게 들려줄 자신이 있었거든요. 처음엔 부모님이 반대 하셨지만 제가 1년 만 시간을 주시면 제가 원하는 걸 이루어내겠다고 약속드리고 휴학을 했죠.”

- 그게 언제쯤인가요? 1년이 음악을 처음 시작하는 사람에게 짧은 시간일 수 있는데 어떻게 확신을 가지셨는지, 그 후 자신의 음악을 어떤 방법으로 알리기 시작했는지 궁금해요.

“제대를 14년도 말에 했고, 15년도 1년 동안 활동을 해서 올해 초 방영된 드라마 화려한 유혹 OST도 참여하고 듀엣가요제도 나가게 되고 했죠. 거리 공연을 통해 사람들과 음악을 나누고 그걸 SNS를 통해 알렸는데, 그랬더니 자연스럽게 기회가 오더라고요. 제 공연 영상을 보고 드라마 OST제작 회사에서도 연락이 오고, 듀엣 가요제도 그렇게 참여하게 됐어요.”

- 거리 공연을 통해 실제로 약속하신 1년 만에 많은 것들을 이루어낸 셈인데, 왜 자신감을 가지고 음악을 시작했는지 이해가 가네요.

“아니에요. 제가 실력이 뛰어나서 꼭 성공할거라고 자신하고 시작한 건 아니에요. 사실 제가 군대 가기 전까지 마음이 건강하지 못 했어요. 중고등학교 다니는 동안 계속 상담을 받으면서 지냈고, 군대에 가서도 상담을 받는 병사였어요. 다른 사람의 시선을 너무 신경 쓰는 것 때문에 우울증도 심했고 힘들었어요. 당시에 저희 집이 무척 힘들었던 때라 학교 선생님은 부모님에게 알리길 바랐지만, 그건 제가 극구 반대를 해서 알리지 않았고요. 그렇게 힘든 날들을 보내면서 군대에 갔는데 어느 날 이렇게 살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전까지는 제 자신이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내 자신을 사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군대에 있을 때 주변에서 저를 괴롭히면 ‘난 그래도 나를 사랑해’라고 말했어요. 처음엔 뭔 소리냐고 무시하던 사람들이 제가 계속 그렇게 말하니까 변하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제 자신에 대한 믿음을 조금씩 회복해 나갔던 것 같아요. 그래서 나중에 이런 것들을 극복한 이후에 부모님에게 사실은 이런 시간들이 있었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도와주지 못 해 미안하다며 많이 우셨어요.”

- 다른 사람들이 경험하지 못한 아픈 시간들이 더 깊이 있는 음악을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 거 같네요. 막연히 어릴 때부터 앞에 나가서 노래하는 거 좋아하고 그랬을 거라 생각했는데 음악을 하게 된 계기가 남다르네요.

“네, 오히려 저의 예전 모습을 생각하면 남들 앞에서 노래 한다는 건 상상도 못 할 일이에요. 부끄러워서 뒤에 숨는 게 제 모습이었죠. 방송 나간 이후 전에 저를 알던 사람들은 많이들 놀래요.”

- 그렇군요. 지금 대학교에 다니는 거로 알고 있는데, 학업과 음악활동을 병행하는 게 힘들 거 같은데 앞으로 하시고 싶은 일과 이후 음악활동 계획에 대해 듣고 싶어요.

“제일 먼저 하고픈 건 목 상태가 좋아지면 거리 공연을 하고 싶어요. 그동안 많이 못 했거든요. 또, 학교 공부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들긴 하지만 계속 해서 졸업은 하려고 해요. 그 외 음악 활동으로는 지금 준비하고 있는 제 첫 앨범을 잘 마무리해서 사람들에게 알리고,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는 작은 콘서트라도 하는 게 앞으로의 계획이에요.”

올 8월쯤에 나올 최상엽 씨의 앨범은 자작곡 4곡이 실리는 미니 앨범이라고 한다. 작곡 공부를 한 번도 해보지 않은 23살의 싱어송라이터 최상엽 씨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나오는 순수한 영감에 의한 자원들이 떨어지면 그때쯤 작곡 공부를 할 예정이라고 한다. 지난 시간 힘들었기에 더욱 깊이 있게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에 대한 믿음의 힘으로 음악을 하고 있는 최상엽 씨를 만나고 나니 그의 음악이 내 마음을 어루만졌던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앞으로 대중들에게 더 많은 사랑을 받는 음악가로 활동하기를 기대해 본다.

서지은 기자  d9733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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