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문 방 순

산다는 건 통증을 견디는 일이다

어제와 똑 같은 오늘을 산다는 것

앞서 살아간 이들의 발자국 따라

정해놓은 수순처럼 그들을 닮아가는

건조하게 파삭거리는 시간들이 아프다

삶이란 게

먹고 사는, 그저 아주 소소한 일일진대

거부할 수도 없는 생의 언저리에서

안개처럼 모호하게 남겨지는

내 흐린 발자국들도 아프다

그 많은 길들의 범람 속에서도

새로운 길 한번 열어보지 못하고

맹목적인 답습의 행렬 속에서

문득 뒤돌아 멈춰선 이 자리

수없이 명멸하며 상실되는 길들의 살비듬

눈시울을 타고 넘는

이른 아침의 이슬처럼

하나 둘 사라지는

그 길들은 이제 어디쯤서

또 다른 어떤 길들과 내통하고 있을까

문방순 시인 약력

《한국시학》으로 등단

한국경기시인협회 회원

재가노인복지센타 원장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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