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신문을 통해 사람들이 소통하고 연대할 수 있다는 게 좋은 것 같아요. 신문이 매개체가 되어 마을 공동체가 형성되고 다양한 활동들로 뻗어나가게 하는 게 목표에요.”

수원시 영통구 매탄동에서 매탄 마을 신문을 만들고 있는 서지연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집에서 아이들 글쓰기를 지도하는 평범한 주부였다. 그랬던 서 대표가 마을과 공동체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세 아이를 키우면서이다.

같은 반 학부형들끼리 모여 반모임을 하면서 함께 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지만, 왁자지껄 그때 뿐 헤어지고 나면 허무한 모임들이었다. 남들에게 공개해도 될 만한, 서로가 부담되지 않을 정도의 이야기들만 오가고 더 이상 거리가 좁혀지지 않았다. 이러한 모임은 아이들의 학년 진급과 동시에 반이 재편되면서 흩어졌다. 이러한 패턴이 한 해 두 해 반복되자 서 대표는 피로감을 느꼈다.

그래서 이렇게 서로 각자 단절되고 고립되어 있는 인간관계가 아닌 맛있는 반찬을 양껏 하여 서로 함께 나눠 먹을 수 있는 마을을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주변에 뜻을 함께 하는 엄마들과 의기투합해 마을 신문을 만들게 된 이유이다.

“서로의 상황을 모르면 별 거 아닌 일에도 오해가 쌓이고, 잘 알고 있으면 의외로 쉽게 풀리기도 하고 그렇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서로의 소식을 전해주는 아파트 소식지를 만드는 게 목표였어요. 그런데 소식지 발행 비용을 해결하기 위해 알아보니 수원시의 르네상스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이 있더라고요. 이 사업은 동 단위로 지원하는 거라서 아파트 소식지가 갑자기 매탄 마을 신문으로 급 신분상승을 하게 된 거죠.”

2012년 수원시 마을 만들기 공모사업에 선정되어 발간하게 된 매탄 마을 신문은 현재 두 달에 한 번 발행되어 17호까지 발행되었다. 처음 마을 신문을 만들기 위해 모였던 7명의 주민 기자들 대부분이 현재도 활동을 하고 있다. 주민기자 학교 프로그램을 통해 마을 주민들과 함께 소통하고 고민하며 마을 신문을 만들어간다. 올해는 마을 신문을 기반으로 새싹 기자 학교, 청소년 진로 탐험대 등의 마을 공동체를 향한 다양한 활동의 성과로 매탄 마을 신문의 기점이 될 소중한 공간도 생겼다.

“처음에는 월세도 내야하고 유지와 운영 때문에 공간을 만드는 것에 대해 많이 망설임이 많았어요. 그런데 주민 기자 분들이 한 번 만들어 보자는 의지와 열의가 대단해서 이렇게 공간을 만들게 되었어요.”

효동 초등학교 근처 주택가에 자리 잡은 ‘매여울 사랑방’은 현재 마을 자원봉사 센터 역할을 한다. 팟캐스트 교육 및 방송을 할 수 있는 라디오 방송실도 가지고 있다. 매탄 마을 신문의 기지로서 지역 내 재능 나눔의 터전이자 마을의 소통과 교류의 다리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기대된다.

“여럿이 함께 어울려 살 때 삶이 행복하고 의미 있잖아요. 아파트에 살면서 서로 얼굴도 모르고 이야기도 하지 않은 채 경쟁 속에서만 지내는 아이들이 자라나서 살아갈 세상은 얼마나 삭막할까 싶었어요. 우리 아이들만은 따뜻한 세상에서 살았으면 좋겠다고 시작한 게 이렇게 일이 커질 줄은 몰랐네요.”

대개의 여성들은 결혼과 임신, 출산 및 육아를 거치며 젊은 날의 꿈을 잊게 된다. 그런데 서지연 대표는 아줌마가 된 이후 더 넓고 큰 꿈을 꾸고 실천하게 되었다. 아이 엄마이기에 볼 수 있는 세상, 아이 엄마로서 꼭 만들고 싶은 세상을 이루기 위한 서지연 매탄마을 신문 대표의 노력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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