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새누리당 제공)

새누리당이 청와대 홍보수석 재직 당시 ‘KBS세월호 보도통제’를 자행했다는 지적을 받는 이정현 의원을 9일 당대표로 선출했다. 이로써 4.13총선 참패로 민심의 혹독한 심판을 받았던 친박이 당을 장악하면서 새누리당은 ‘도로 친박당’으로 돌아갔다는 것이 중평이다. 박 대통령은 친정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사드 배치 혼란, 청와대 수석과 친박 핵심들의 각종 비리 의혹 등으로 인한 임기 말 레임덕을 추스르고 국정운영에 한숨을 돌리게 됐다.

이정현 체제의 등장으로 청와대와 당정청 관계는 원활해지겠지만 새누리당이 ‘여의도 출장소’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팽팽하다. 집권여당의 민주주의에 대한 인식수준이 한계를 드러냈으며, 새누리당이 민심과 동떨어진 친박 그들만의 정치결사체임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지적도 나온다.

당 대표뿐만 아니라 최고위원 선거에서도 출마한 5명 중 조원진 이장우 등 무려 4명이나 친박 인사들이 당선돼 새누리당의 지도부는 전보다 더 친박 일색으로 변해버렸다. 이로써 김희옥 비대위의 혁신 무산에 이어 친박의 독선과 반서민 국정운영에 대한 총선 참패 ‘친박책임론’ 역시 없던 일이 돼버렸다. 수직적 당청관계를 수평적 당청관계로 재편하고 당 혁신에 나서라는 국민적 요구의 실현은 비박계의 몰락과 친박 패권주의의 강화로 더욱 어렵게 됐다.

9일 당대표 수락 연설에서 이정현 신임 대표가 “지금 이 순간부터 새누리당에는 친박, 비박 그리고 그 어떤 계파도 존재할 수 없음을 선언한다”고 했지만 새누리당에서 계파갈등이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이는 거의 없다. 당권 권력 투쟁에서 이미 ‘오더논란’에 휩싸일 정도로 계파간 갈등은 고질적이고, 대선 국면으로 갈수록 간격은 벌이질 수밖에 없다.

당장 김무성계 강석호 최고위원은 10일 열린 첫 최고위원 회의에서 “여러 가지 과거 언론에서 나왔다시피 저희가 해결해야 될 복잡, 다양한 일들은 빠른 시간 내에 체제가 잡히면 국민들과 당원들이 의문을 갖고 있는 사항들은 하나하나씩 밝혀야 되고 그런 부분에서는 투명하게 정리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런 다음에 상식과 품격 있는 정치를 시작해야 되지 않느냐 생각한다”며 사실상 친박계의 공천개입 녹취록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대통령과 청와대의 독선적인 국정운영에다 견제세력이 사라진 강경 친박 일색의 새누리당 지도부의 모습을 보면서 비박계를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이들의 불만이 고조되며 “임기말 권력누수에 빠진 대통령이나 친박 일색의 당지도부에 기대할 것이 없으니 조기에 대선후보 경선을 치르고 후보 중심으로 당을 운영하자”는 주장이 터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새누리당 전당대회 지도부 선출결과는 친박계가 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의 대선가도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친박이 정권재창출을 위해 어떠한 대권플랜을 작동시킬지, 비박계 수장 김무성 전대표나 대권을 꿈꾸는 젊은 주자 남경필 경기지사, 오세훈 전서울시장 등의 향후 움직임이나 대응 여하에 따라 새누리당이 출렁거릴 가능성도 있다.

이정현 신임대표는 전남 곡성 태생으로 동국대 정치학과를 졸업한 새누리당에서는 ‘비주류 중의 비주류’ 출신이다. 흙수저 출신으로 새누리당 말단 사무처 직원을 거쳐 호남 지역구에서 지역주의를 깨며 재선을 달성한 입지전적인 성공신화를 만들었다.

마침내 집권여당의 대표자리까지 거머쥔 이 의원의 성공은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맹목적이고 절대적인 충성을 빼놓고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평이다. KBS 세월호 보도통제 사례에서 보듯 어찌 보면 그의 정치인생은 국민의 삶보다 박 대통령 절대 권력의 안위가 우선이었다는 의혹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박 대통령에 대한 ‘의리의 돌쇠’ ‘복심’ 이미지는 그가 어떠한 과정을 거쳐 친박 핵심으로 자리매김하고 집권여당의 대표까지 하게 되었는지를 극적으로 보여준다.

새누리당에서 사상 초유의 영남이 아닌 호남 출신의 당대표가 등장한 것은 표를 몰아준 주류 친박의 조직력에 더해 다가오는 대선에서 호남의 표를 얻어 정권재창출을 원하는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의도가 결합해 이루어진 것으로 분석된다.

강경 친박 색깔 이미지가 강한 이 신임대표가 과연 통합과 혁신의 리더십으로 대한민국을 구해낼 수 있을지, 아니면 또 다른 사회적 분열과 위기의 진앙지 역할을 할지 현재로선 미지수다. “오직 국민만을 바라보며 새누리당을 근본적으로 뜯어 고치겠다”는 그의 선언에도 불구하고 박 대통령과 청와대에 민심의 쓴 소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지, 청와대와 행정부에 맞서 당을 독립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

국민의 기우가 기우로 끝날지, 반전으로 새로운 희망을 품게 할지는 전적으로 새롭게 집권여당의 지도부가 된 이 신임 대표와 친박이 다수인 최고위원들의 앞으로의 행보에 달려있다 하겠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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