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넓은 소사벌 논가는 총각 / 콧노래 소리가 구성지다
안성천 흘러서 삼봉을 앉고 / 평택항 흘러서 서해로 간다
덕동산 기슭에 부처골 비석 / 앞 동네 뒷 동네 잘 살아보세’ (평택 아리랑 중)

모내기와 김내기와 같은 농사일을 하면서 우리 민족은 노래를 불렀다. 두레는 상부상조나 협동노동을 목적으로 마을 단위로 조직된 단체다. 노동력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것이지만 각종 제의나 민속놀이에 등에도 두레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평택민요는 경기도 무형문화재 제48호로 지정되었다. 경기도 남단에 위치한 평택에서는 두레소리(농요), 뱃소리(어로요), 상여소리(장례요)가 발달했다.

평택민요보존회에서는 매년 상설공연을 통해 평택민요를 시민들에게 알리고 있다. 5월부터 10월까지 평택민요 상설공연이 매주 토요일 이어진다. 9월 3일 ‘한국소리터’에서 이루어진 평택민요공연을 보면서 감동을 느꼈다. 인생의 희로애락이 모두 담겨져 있는 전통가락은 농경 및 뱃일을 주로 했던 평택민중의 삶을 담아내고 있었다.

‘두레소리’(농요)는 모내기 소리와 김매기 소리가 있는데 농사일의 시작과 끝을 알 수 있다. 써레질, 모심기부터 애벌매기, 두벌매기, 추수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이 소리로 표현된다. 풍년과 추수에 감사하며 두레패가 한바탕 놀면서 관객들과 기쁨을 나눈다.

이어서 ‘뱃소리’ (어로요)는 평택 인근 어업이 발달한 경기남부지역의 유일한 뱃소리 민요다. 고기잡이 하며 노동의 피로를 잊기 위해 불렀던 노래인데 ‘닻 감는 소리’ ‘큰 배 노 젓는 소리’ ‘아메수해 올리는 소리’ ‘그물 뽑는 소리’ ‘바디질 소리’ ‘고기되는 소리’ 등이 전승된다. 뱃소리를 부르면서 출항을 하는 모습, 배를 노 저어 바다로 나가는 모습, 그물 던지고 고기 건져 올리는 모습을 연극적으로 연출한 재미가 더한다.

평택항 앞의 푸른 잔디밭에서 펼쳐진 평택민요보존회의 상설공연은 전통의 현대적인 만남이다. 한국인이라면 뼛속 깊이 간직한 흥이 있다. 기쁨과 슬픔, 걱정 근심을 함께 나누었던 조상들의 공동체적인 삶을 민요가락에서 엿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상여소리’(장례요)가 이어진다. 거센 파도에 휩쓸린 뱃사람의 죽음을 장사지내고 저승으로 떠나는 망자의 슬픔을 함께 한다. 장사 지내는 의례인 상례는 가장 규모가 크고 복잡하다. 이별가와 상여소리 등이 이어지면서 상여가 장지에 하관할 때 땅을 밟는 ‘달구질’ 소리가 맨 마지막이다.

죽음의 의식까지 아름다운 소리와 예술적인 춤 등으로 승화시킨 민중들의 일상적인 삶은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다. ‘평택민요보존회’는 평택의 향토 문화를 전승하고 발전해 나가고 있다. 10월까지 매주 이어지는 평택민요 상설공연은 아스라이 사라져가는 민요의 가락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 될 것이다.

9월 10일 토요일 오후 2시 평택역 광장에서 이루어지며 나머지는 모두 한국소리터에서 오후 2시 공연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