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인청 춤. 수많은 재인들이 춤을 추어왔고 그 춤을 배우기 위한 습학으로 많은 어린 학동들이 땀을 흘렸을 것이다. 한 때 전국에 4만여명이나 되는 재인들을 관할하고 있던 경기재인청에는 많은 기예능인들이 모여 있었다. 어린 14세의 나이로 그런 재능에 빠져 가출을 하기도 하고 수많은 재능을 익힌 이가 바로 고 운학 이동안 선생이다.

고 운학 이동안 선생은 중요무형문화재 제79호 발탈의 보유자였지만 그보다도 춤에 더 많은 업적을 쌓은 예인이다. 90세에 세상을 떠나기까지 많은 춤 제자를 키워낸 선생의 노력으로 자칫 사라질 수도 있었던 경기재인청의 많은 춤들이 오롯이 보존될 수 있었고 지금도 각처에서 선생의 문하생들이 재인청 춤을 지켜가고 있다.

10일 오후 7시 수원시 제2야외음악당에서는 기념할만한 춤판이 벌어졌다. ‘제18회 故 운학 이동안 선생 전통춤'인 “박경현의 舞”가 열린 것이다. 스텝을 포함해 50여명의 출연진이 참여한 박경현의 춤 무대는 1시간 30분 동안 무대 앞에 모인 500여명의 관객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인청 춤의 멋과 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승전무

박경현 회장의 진쇠춤

김현우외 5인의 승무

재인청 춤 전승에 남다른 노력으로 일관

박경현 선생은 오직 스승인 고 운학 이동안 선생의 재인청 춤을 보존하고 전승시키기 위해 노력을 하고 있는 전통예술인이다. 벌써 18년 째 운학 이동안 전통무용보존회장을 맡고 있으면서 매년 한 차례씩 잊지 않고 스승의 춤으로 판을 벌려 재인청 춤을 세간에 소개하고 전승, 보전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젠 나이가 먹어 무대에서 뛴다는 것이 쉽지가 않아요. 그나마 제자들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혼자 힘으로는 버겁기도 하고요.”

이현서 외 2인의 산조

신나리외 2인의 엇중모리 신칼대신무

이수아 외 6명의 검무

벌써 춤을 추어온 세월이 까마득하다. 오직 재인청 춤을 지키고 보존하겠다는 박경현 회장의 마음을 무대에서 읽을 수 있다. 유치부 어린이부터 아이를 둔 주부들까지 함께 만들어 가는 무대를 보고 있노라면 어쭙잖은 재인청 춤이라고 추어대는 무대와는 그 짜임새나 규모가 다르다. 하기에 춤을 추는 이도, 소리를 하는 이도, 그리고 반주를 하는 이들도 언제나 이 판을 좋아하고 즐기게 된다.

이제는 춤을 추기가 버겁다는 박경현 회장의 말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동안 숱한 세월 많은 난관을 거치면서도 스승의 춤을 지켜내기 위한 노력을 일부나마 알기 때문이다. 그런 재인의 마음은 고스란히 객석으로 전해지는 것일까? 한 시간 30분 동안 객석을 떠나는 이들이 없이 초가을 밤의 무대는 점점 추임새가 높아져만 갔다.

부채춤

팔박수건춤

송수아 외 5인의 경기민요 및 가야금병창

한 시간 30분 동안 이어진 신명의 무대

오직 스승의 춤을 지켜내겠다는 일념으로 살아 온 박경현 회장의 노력 때문인지 무대는 늘 다양한 연령층의 제자들이 함께 꾸며간다. 그 중에는 대를 이어 이동안 전통춤을 이어가고 있는 딸 신나리가 있다. 어머니의 춤 세계를 이어받고 있는 신나리는 무대가 꾸며질 때마다 혼신의 힘을 다해 어머니를 돕고 있기도 하다.

승전무, 진쇠춤, 승무, 부채산조, 엇중모리 신칼대신무, 검무, 부채춤, 팔박수건춤, 진도북춤, 가야금병창 및 경기민요, 아리랑 등 11개 종목을 무대에 올린 이번 “박경현의 舞”는 초가을 밤을 흥으로 넘치게 하는 신명의 무대였다. 직접 무대에 올라 스승의 춤을 추는 박경현 선생의 모습을 보면서 이제는 이 춤을 지켜 온 박경현 회장에게 감사를 넘어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주어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부족하지만 여러 어려운 과정 속에서도 꾸준히 연습하며 준비한 <운학 이동안 전통춤 보존회> 2016년 춤판은 우리 전통춤 사위에서 배어나오는 멋과 깊이를 겉모습뿐이 아닌 춤꾼의 삶 자체를 진솔하게 표현하려 한다”는 말대로 힘든 여건 속에서도 매해 춤판을 이어가고 있는 박경현 회장과 보존회원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

하주성 기자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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