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

박   민  순

감자 캐며

눈물 젖도록 이랑 파던 어머니

앞산만큼 수심도 높아

이랑 무너져 내린 만큼

닳아진 호미 끝

이지러진 달

콩 싹처럼 자그만 아이 여럿

황소처럼 먹성 좋던 그 허기 달래주랴

자갈에 손톱 긁혀 빠진 줄도 모르시고

평생 흘린 땀방울

별빛 총총 흐를 때

흰 옷깃 쑥물 벗고

찔레처럼 가신 어머니

이제야 찾아보는

들꽃마저 외면한 따비밭

악보 음보 없어도 애절한 풀무치 울음

가만히 귀 기울여

옮겨 듣는

어머니 닮아가는 내 발자국

장날도 아닌데 시장에 나가 산

호미 한 자루

박민순 시인 작가약력

《한국작가》로 등단

오산문인협회 회장역임

경기도문학상, 오산문학상 등 수상

시집 『아내의 지우개』 등

박민순 시인  rja49@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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