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태어난 사람으로 통일이 되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다. 모두 간절히 바랄 것이다. 단지 그 과정에서 초래될지 모르는 혼란 때문에 두려워하는 것이며, 혼란이란 다시 말해 전쟁의 공포다. 6.25를 체험한 국민으로써 누군들 전쟁이 두렵지 않겠는가.

그러나 주춤거리는 사이 북쪽은 핵미사일로 무장하고, 남쪽은 이에 맞서 사드 배치를 서두르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남북 대결국면만 굳어지고 불안만 고조될 뿐이다. 우리에겐 전쟁의 두려움을 털어내고 통일을 이룰 방법은 영영 없는 것인가?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평생을 민속학 연구에 몸 바친 민속학자 심우성 선생을 만나보았다. “통일은 당연히 정치인들의 몫이지요. 외교상의 문제고. 하지만 끊임없이 민간 차원의 교류가 있어야지. 부드러운 접촉으로 한 핏줄이 갖는 공통의 정서를 공유해야 되지 않겠어요? 그것부터 시작해야지.”

선생은 대한적십자의 역할과 개성공단 그리고 남북공동 학술단체의 예를 들었다.
“남북한 조류 학자들이 철새에 대해 연구한 실적이 있잖아요. 고구려 역사 연구를 위해 만난 적도 있었고. 이 정부 들어서 그런 교류가 다 없어져 유감스럽네요.”

선생은 북한의 초청으로 평양에 두 차례 갔다고 했다. 민속학자가 무슨 이유로 초청을 받았을까 약간 의아스러웠다. “민속이란 게 뭐야? 우리가 살아온 발자취야. 잔칫날 뭐해, 막걸리 마시고 춤추잖아, 흥이 나서 노래하고. 그때 무슨 노래를 불러?” 과연 우리 민족은 기쁜 날 함께 모여 무슨 노래를 부를까?

“아리랑이야. 어깨춤을 덩실덩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슬픈 날도 아리랑을 부르고. 평양 사람도 아리랑을 불러요, 두만강 근처 사는 사람들도 아리랑 부르고. 이 땅에 태어난 사람은 어쩔 수가 없어, 남쪽이나 북쪽이나 똑 같아요.”

선생은 공주에서 태어나 80이 넘은 나이까지 발로 뛰며 민속학을 연구했다. 탈춤놀이로부터 남사당 연구, 사라져가는 민요 채록 등. 그 중에 하나가 아리랑 연구다. “아리랑은 우리 몸속에 녹아있는 신분증 같아요. 한반도 사람이라는 속일 수 없는 신분증이지.” 아리랑은 한국사람 발 닿는 곳이면 세계 구석구석 어디에나 있다. 하와이 사탕수수 밭에도 있고, 멕시코 유카탄 반도에 아리랑이 있으며, 북간도에는 독립군 아리랑이 있고, 러시아에서도 아리랑이 불려진다. 그렇다. 어쩌면 이 분단의 시대에 아리랑이야말로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는 끈끈한 DNA가 아닐까 싶다.

“그런데 슬픈 아리랑이 있어요.”
‘분단 아리랑’ ‘38선 아리랑’은 우리 민족에게는 슬픈 노래가 아닐 수 없다.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38선 고개에 가마귀 운다/ 38선 고개는 못 넘는 고개/
3천만 원한이 사무치누나.

선생은 나이가 들어 힘들겠지만, 기회가 주어지면 다시 평양에 가고 싶다고 했다.
이번엔 한반도에 흩어져 있는 고인돌 연구를 위해서이다.
한반도에 고인돌은 3만개로 추정되는데 세계에 남아 있는 고인돌의 50% 정도이다.
그 3만 개 중 북한에 남아있는 고인돌 연구를 위해 가고 싶다는 소망이셨다.

선생의 통일 염원과 민속연구는 80이 넘었는데도 끝날 줄 모른다.
이번 12월에도 종로구 안국동에 있는 ‘아라리요 미디움’에서 <통일 아리랑> 공연을 갖는다고 자랑하셨다. 모쪼록 많은 관객이 아리랑을 함께 부르며 통일의 염원을 공유하기를 기대해 본다.

오태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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