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어김없이 노벨문학상 수상소식이 각 신문지상에 보도되었다.
한국은 <고은> 시인을 내심 고대했으나 뜻밖에도 미국의 대중가수인 <밥 딜런>이
선정되었다. 대중가수가 노벨문학상을 받게 되는 것은 예상하지 못한 이변으로써
노벨상이 생긴 이후 115년 만에 처음 생긴 일이다. 10년 넘게 강력한 후보로 거론 되었던 고은 시인의 경우 더욱 아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럼 어떤 이유에서 대중가수가 유명 시인과 극작가를 밀어내고 영광의 자리에 오르게 됐을까. 스웨덴 한림원은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밥 딜런을 선정하며 “딜런은 위대한 미국 가요의 전통 속에 새로운 시적인 표현들을 창조해 냈다”고 수상자 선정이유를 밝혔다.

사람들아 모여라/ 변화의 물결이 다가옴을 보여주자/
그대의 세월이 소중하다면/ 흐름에 발맞추라/
아니면 돌처럼 가라앉는다/ 시대는 변하고 있으니/

가사에서 보듯, 딜런은 시적인 표현으로 민중의 행동을 촉구하는 저항정신을 담고 있다. 베트남 전쟁으로 세계평화가 위협받고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어갈 때, 그는 반전운동 평화시위에 뛰어들었다. 그의 무기는 대단할 게 없다. 오직 기타와 저항적인 목소리 하나뿐이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그가 노래한 장소이다. 화려한 무대가 아닌 영하 10도씩 떨어지는 바람찬 뉴욕 거리였으며, 기마경찰대와 대치하는 광장이었다. 딜런도 화려한 무대 위에서 팬들의 열광적인 박수를 원했을 것이다. 그러나 길거리로 나선 이유는 간단하다. 민중들 속에서 시대적 아픔을 함께 하고자 함이었다.

그럼 우리의 시인 고은을 생각해보자.
고은 시인 역시 우리나라의 민주주의가 위협받던 유신정권 시절, 거리로 뛰쳐나와 정권타도와 민주주의를 외쳤다. 전두환 독재정권 때도 거리로 나왔다. 그래서 행동하는 지성, 저항하는 시인으로 존경을 받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광장이나 길거리 집회장소에 노시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세월호 촛불집회에도 보이지 않았고 예술 검열 집회에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각종 시 낭독 강연회로 바쁘다는 소문만 들려올 뿐이다.

그럼 우리의 민주주의는 국민이 길거리로 나서지 않아도 될 만큼 성숙했는가?
최순실 박근혜 게이트로 시끄러운 오늘의 헌정질서가 국민이 분노하지 않아도 될 만큼 가벼운 것인가?

지난 11월 12일 국민총궐기 집회에 광화문 광장은 100만 시위대의 파도가 물결쳤다. 놀라운 사실은 그 중에 많은 숫자가 중고등학교 학생이란 점이다. 학업에 열중해야 할 학생들이 거리로 밀려나온 것이다. 그리고 11월 17일, 대학 수능고사를 끝낸 수험생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왔다. 그런데 하물며 저항시인으로 추앙받던 시인이...

온실에 핀 꽃은 아름다울 뿐이다. 그러나 바람찬 거리에서 시대의 아픔을 같이 한 시 한 구절이 우리의 가슴을 울릴 것이다.

오태영(극작가)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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