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정유린, 국정농단 ‘박근혜·최순실’ 배후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있다는 것이 드러나고 있다. 사법당국은 공안검사, 중앙정보부 간부 출신으로 역사의 고비마다 사회민주화에 역행해온 그의 악행을 조사해 반드시 법의 심판대에 세워야 한다.

김 전 실장은 공적 권력을 사유화하며 나라를 벼랑으로 몰아 온 최순실씨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고 잡아떼 왔다. 김종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이 검찰에서 “김 전 실장의 소개로 최씨를 소개했다”고 실토해도, “김 전 차관이 그런 말을 했는지 믿을 수 없고, 했다면 그 사람은 정신이 이상한 사람”이라면서 최순실과의 연관성을 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그가 최순실 소유의 강남 빌딩의 사무실을 이용했다는 주장이 나왔고, 최순실과 연관돼 있는 차병원에서 특혜성 면역세포치료를 받았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친박 원로모임 ‘7인회’의 핵심 멤버이자 2013년 8월부터 2015년 2월까지 박근혜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근무하며 청와대 최고실세로 위세를 떨쳤던 그가 박 대통령의 ‘40년 지기’인 ‘비선실세’ 최씨를 모른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박 대통령 주사제를 최씨에게 대리처방해 준 김상만 전옥십자아이데드 원장을 대통령 자문의로 위촉한 사람도 김 전 실장이다.

그런데도 무조건 최순실을 모른다고 잡아떼는 것은 비겁한 짓이다.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을 역임한 최고의 법조계 경력을 가지고 있고 ‘법’과 ‘질서’를 가장 중시하는 공안 출신 보수 엘리트의 상징으로 자신의 범죄의혹에 대해 진실을 밝히고 부끄럽지 않게 법적 책임을 지기 바란다.

그런데 김 전 실정이 이렇듯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려는 거짓말을 늘어놓는 이유는 분명하다. ‘박근혜·최순실·김기춘 게이트’로 확산돼 가는 것을 막으려는 애처로운 몸부림일 뿐이다. 그의 범죄 의혹이 얼마나 중했으면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 대표가 ‘헌정파괴’와 ‘최순실 사건’의 부두목인 김기춘을 제거해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 된다고까지 주장하겠는가.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 비망록에는 김 전 실장이 정윤회 문건 사태 당시 수사 무마 지시에 이어, KBS 보도통제를 위해 인사에 개입했으며, ‘광주비엔날레특별전 광주정신’에 박근혜 대통령을 닭, 허수아비로 풍자하는 작품을 출품하려던 홍성담 작가에 대한 제재조치를 강구하라는 지시까지 하달했다는 정황이 담겨있다.

김 전 실장이 우병우가 민정비서관이던 당시 장관·차관의 사생활을 조사할 것과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측근을 서서히 교체하고 순혈로 정비하라고 지시했다는 폭로도 나왔다.

심지어 김 전 실장은 악행이 과거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재도 범죄 혐의자 박 대통령을 배후에서 움직이며 민심에 반격하는 시나리오를 짜고 있는 인물로 알려져 있다.

박정희 군사독재의 영구집권 음모 ‘유신헌법’을 기초하고, 간첩조작 사건 연루 의혹에 휩싸여있고, 1992년 제14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우리가 남이가’라는 초원복집 사건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하며 역사적인 정권교체를 방해했던 김기춘 전 실장. 살아 온 인생 자체가 역사와 민주주의에 역행하면서 권력사유화에 부역해 온 인물이다.

검찰과 특별검사는 김 전 실장이 헌법과 법률을 위반하며 박근혜·최순실과 함께 국정을 농단했는지, 알면서도 묵인 방조했는지 철저히 조사해서 법적, 역사적 심판을 통해 이 땅의 정의를 바로 세워야 한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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