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에 타는 느낌, 칼 수천 개로 베이는 느낌 등으로 비유할 만큼 극심한 고통이 당신에게 찾아온다면? 매일 이처럼 출산의 고통보다 더 심한 통증이 불규칙적으로 동반된다면?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그런데 이러한 질병이 실제 있다고 한다. 국내만 해도 약 2만여 명이 앓고 있단다. 복합부위통증 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CRPS)이라는 희귀병이다. CRPS는 타박상, 골절상 등 외상으로 인한 급성통증이 신경계에 이상을 일으켜 만성통증으로 발전하는 난치성 질환이다.

최근 포털사이트 인기검색순위에 CRPS가 올라왔다. 지난 2011년 군 복무 중 CRPS 판정을 받아 활동을 중단했던 배우 신동욱이 오랜만에 대중 앞에 섰기 때문이다. 2003년 KBS 20기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신동욱은 드라마 ‘소울메이트’, ‘쩐의 전쟁’ 등에 출연하며 대중의 사랑을 받았었다.

그는 한 방송프로그램을 통해 주위 사람들의 위로가 한 번 빠지면 헤어 나올 수 없는 블랙홀처럼 느껴져 은둔 생활을 했다고 고백했다. 대신 그가 선택한 방법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상황, 해결방안을 떠올리는 것이었다. 그리곤 ‘연기’가 아닌 ‘글쓰기’를 택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장편소설 ‘씁니다, 우주일지’(다산책방)이다.

그는 추위에 노출되면 커터칼날을 뽑아 슬라이스 당하는 느낌이 든다며 여전히 고통이 지속되지만, 시련을 겪고 삶의 의욕을 잃은 분들께 희망의 메시지가 되었으면 한다고 전했다. 그의 고백에 많은 시청자들이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리고 역으로 위로를 받았다는 말이 기사댓글에 쏟아졌다. CRPS와 비슷한 희귀병 환우들의 글도 보였다.

나 역시 위로를 받았다. 삶의 숱한 시련을 겪더라도 그 ‘무언가’가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준다는 걸 인정해야했다. 순간 내 주변의 지인 몇 명이 스쳐 지나갔다. 난임으로, 파혼으로, 취업난으로, 여러 이유로 위로가 필요한 이들이었다. 나는 이들에게 내가 건넨 위로의 말이 도리어 상처가 될 것 같아 선뜻 연락을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방법이 최선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친구에게 어울릴만한 시 한편을 낭독해 녹음파일을 보내줬더라면, 그 언니가 좋아하는 그림을 선물했더라면, 바람 쐬기 좋은 여행코스를 짜서 노트에 적어줬더라면, 우리는 김춘수의 시처럼 서로에게 꽃이 될 수 있지 않았을까. 단순히 “힘내”, “힘들지”라는 말만 생각해 낸 내가 바보 같았다.

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희망이 사라졌던 한 해였다. 여전히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중이기도 하다. ‘시련은 셀프’라지만 위로가 되는 것 역시 사람이다. 한 달 남짓 남은 연말, 우리 주변의 관계를 점검하면서 무언의 위로를 찾아 살며시 건네 보는 게 어떨까. 당신의 위로가 그 사람 인생의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소영 기자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