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를 하다보면 한 번에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아이에게 밥을 먹이는 것과 동시에 엄마 밥을 챙겨먹는 고난이도 기술은 아이가 밥을 먹기 시작한지 세 해 째가 되었지만 여전히 쉽지 않다.

다행히 우리 아이는 밥을 잘 먹는 편이어서 식사 시간이 비교적 평화롭다. 그런데, 이 작업은 아이의 식사가 먼저 끝난다는 것이 가장 큰 단점이다. 아이의 양이 어른 보다 작아서이기도 하지만, 아이를 먼저 먹이다 보니 아이의 식사가 먼저 끝날 수밖에 없다. 이때 식사 장소가 외부 식당인데 아이 놀 것이 없을 경우 특히 문제가 된다.

지난 주말 저녁이었다. 집 근처 낙지집에 가서 외식을 했다. 평소처럼 아이는 내가 밥을 반 정도 먹었을 때 식사를 마쳤다. 이후 한동안은 엄마, 아빠랑 말하면서 잘 노는 가 싶더니 갑자기 내 뒤로 와서 목을 조르는 형태로 매달리기 시작한다. 그런 장난을 하면 밥을 먹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목이 조여 매우 아프다. 또 불이 있는 식당이니 위험하다. 이러한 설명들을 하며 아이를 달래 보지만 막무가내다.

서너 번의 타이름 후에도 아이가 말을 듣지 않자 슬슬 화가 난다. 다른 사람이 싫어하는 장난, 아파하는 장난은 하지 않는 거라고 평소에도 주의를 주었는데 계속 하는 것이 점점 더 화가 난다. 그래서 최후의 수단을 썼다.

이렇게 나쁜 행동하면 산타할아버지가 선물도 안 주고 망태할아버지가 지금 쳐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망태할아버지를 무척 무서워하는 아이는 바로 장난을 그만 두었다. 그 순간에는 아이를 진정 시킬 방법이 협박이나 윽박지르기 밖에 없는 어미인 게 반성되기보다 밥 한 술 더 입에 넣고 집으로 돌아오는 게 급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잠자리에 누우니 아이가 식당에서 목을 조르듯 매달리는 행동을 몇 번 반복했던 게 생각났다. 처음 그 행동을 했을 때 계속적으로 말렸음에도 그치지 않아 화를 냈었다. 그때의 미안한 일이 생각나면서 이후 몇 번 더 식당에서 그랬던 일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때서야 아이가 밥을 다 먹고 심심해 나와 놀고 싶어서 그런 행동을 한 거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그것도 모르고 아이에게 어른이 취할 수 있는 비겁한 방법으로 상황을 종료해 놓고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장난한다고 아이를 탓하고 있었다.

다음 날 밤 책을 읽다 사마천 『사기』 열전 중 ‘화식 열전’의 한 부분이 인용된 것을 보고 나의 행동이 더욱 찔렸다.

제일 현명한 위정자는 백성의 마음에 따라 다스리고, 차선의 위정자는 이익을 미끼로 이끌며, 그다음의 위정자는 도덕으로 백성을 설교하고, 또 그 다음의 위정자는 형벌로 백성을 길들이며, 최하의 위정자는 백성과 다툰다.

엄마와 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을 알아주고 같이 놀아 주거나 목에 매달리는 장난이 아닌 다른 것으로 환기해 놀아 주지 못하고, 도덕적 설교를 하다 결국 형벌로 다스린 나는 정말 못난 위정자였다. 그리고 평소 내가 주로 쓰는 방법이 설교이며 이후 형벌(주로 소리 지르기 내지 협박)로 간다는 것이 부끄러웠다.

사마천 『사기』에서는 위정자로 표현되었지만 이 문구를 사람간의 관계로 읽을 수도 있다. 다른 사람과 관계 맺거나 설득할 때 상대의 마음을 살필 것인지, 이익이나 도덕적 명분, 권위와 폭력으로 할 것인지 싸울 것인지는 온전히 나의 몫이다.

제일 현명한 위정자의 모습을 성인이 될 수는 없더라도 억압과 형벌로 다스리는 괴물은 되지 않도록 아이와의 관계에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늘 상대의 마음을 살펴야겠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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