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새누리당을 탈당한 29명의 의원들이 개혁보수신당을 선언했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하며 ‘서민보수’를 내세운 이들을 국민이 당장 신뢰하기는 어렵다. 김무성 등 상당수의 의원들이 박근혜정부 탄생에 기여하고 국정농단을 비호하기 위해 앞장선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대통령과 함께 사실상의 정치적 탄핵을 당한 친박과 어깨 걸며 노동악법과 국정교과서 추진 등 반민주 행위를 저질렀으며, 틈만 나면 ‘지역감정’과 ‘종북 이데올로기’를 이용해 정치적 이득을 얻고자 했다. 이들이 이제와 자신의 신분을 세탁하고 신보수의 상징으로 대한민국을 책임진다고 나선 것은 파렴치한 일이기도 하다.

특히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영입과 정치권의 이합집산으로 보수의 재집권을 꾀한다니 이들의 반성 운운은 단지 정치적 립서비스에 그친다는 판단이다. 진정으로 현재의 사태에 대한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려면 반기문 영입이나 인위적인 정계개편 없이 자신들만의 제대로 된 새로운 보수정당을 만들어서 내년 조기대선에서 제대로 심판받길 바란다.

집권여당으로 함께 호가호위한 비박계가 또 다시 꼼수를 부릴 것인지에 대해서는 끊임없는 국민적 감시가 필요할 듯하나 보수를 가장한 특정인의 사당화 된, 잇속으로 똘똘 뭉친 사이비 극우 현 새누리당을 대체할 보수 형성의 필요성까지 폄훼할 필요는 없다.

이와 관련하여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과 새누리당 분당 국면에서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보인 소신 행보는 눈에 띈다. 그가 보수 정치인인지, 진보 정치인인지조차 헷갈릴 정도이다. 그동안 경기연정으로 대표되는,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실사구시로 당면의 문제를 해결해 온 그의 스타일이 그대로 반영된 듯하다.

보수 유권자의 눈치를 보지 않고 광화문 촛불집회에 촛불 하나 보탠다며 참여했고, 헌법과 법률을 위반한 대통령을 ‘탄핵’하고 기득권과 잘못된 의리로 뭉친 사당화 된 새누리당을 ‘해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역사를 거꾸로 돌리는 전근대적인 세력, 공익을 외면하고 사익만 탐한 폭력적 권력집단, 무능한 패권세력, 공동체에 대한 배려도 책임감도 없는 수구 보수 세력이라고 비판하며 가장 먼저 새누리당을 뛰쳐나와 배신자를 자처했다.

그는 12·28 한일 위안부 합의 재고, 18세로 투표연령 낮추기, 재벌 위주의 경제구조와 지나치게 집중된 검찰권력 및 기득권에 매몰된 정치권력 등 구체제를 해체하자고 한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재벌과 검찰 등 기득권이 반대해서 못한 것을 야당과 합의해서 2월 국회에서 입법화할 것을 촉구했다.

남 지사는 개혁보수신당의 의원들에게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씨의 국정 농단에 대해 깊은 책임감을 갖고 진심으로 사과할 것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으로 상징되는 구체제 해체에 앞장설 것 ▲대권승리만을 위한 정치적 이합집산에 몰두하지 않을 것 등을 주문했다.

남 지사는 그동안 경기연정 과정에서 예산과 인사권 등 권력의 상당부분을 내려놓고 야당의 정책을 수용하며 자신의 진정성을 입증하려 노력해 왔다. 또한 대권을 지향하는 정치인으로서 ‘행정수도 이전’과 ‘한국형 모병제’, ‘연정과 협치’, ‘사교육 폐지’, 직접민주주의를 지향하는 ‘포데모스’식 정당 등 한국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낼 주요 아젠다를 제시해 왔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그는 대선주자 지지율 2~3% 정도에 불과할 정도로 사실상 꿈을 이루기엔 현재로선 역부족인 상황이다. 그래도 한국의 보수 정치인에게 보기 드문 그의 열린 마음과 진지하고 도전하는 자세는 높이 평가할 만하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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