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동탄신도시의 66층 초고층 주상복합건물인 메타폴리스에서 불이 났다. 4명이 숨진 것을 비롯해 50여명의 사상자가 발생했고, 며칠간 영업을 못한 상인들의 피해 규모도 상당하다. 메타폴리스는 연면적 14만6000여㎡ 규모의 경기남부권 최대 복합쇼핑몰로 2010년 12월 개장했다. 상가건물 A·B 2개동과 주거건물 4개동(1266세대)으로 이뤄져 있는데, B동 뽀로로파크에서 난 불이 다른 동으로 옮겨 붙었으면 자칫 대형 인명피해가 발생할 뻔 했다.

이번 불은 3층의 뽀로로파크 상가 내부 철거공사 도중 산소절단 작업 과정에서 용접 불꽃이 가연성 소재에 튀어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조사 결과 상가 관리업체는 뽀로로파크 철거 작업 중 생길 수 있는 오작동을 우려해 화재 발생 며칠 전 아예 경보기와 스프링클러, 연기배출 장치를 꺼둔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고도 설비업자들은 스티로폼 등 가연성 소재가 가득한 곳에서 용접을 하면서 분말소화기와 불티받이 포, 모래양동이, 화기 감시자 등을 배치해야 하는 안전메뉴얼을 지키지 않았다. 인건비 절감, 공기단축, 안전불감증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전형적인 인재다.

8명의 목숨을 앗아간 2009년 12월의 경기서인천물류창고 화재, 70여명이 사상한 2014년 경기고양터미널 상가 화재 역시 용접 작용 중 불씨가 옮겨붙어 발생한 사고였는데, 국민안전처에 따르면 똑같은 사고가 매년 1000여건이 발생한다. 소 잃고 외양간도 고치지 못하는 정부와 안전당국의 무책임이 어이없을 따름이다.

한편, 당시 사고 현장에선 대피 안내방송과 경보음이 화재 발생 후 10여분 후에나 나왔고, 사람들은 “불이야”라는 고함소리를 듣고서야 대피했다고 한다. 건축한지 얼마 안 되는 최첨단 고층 건물의 화재 대응시스템도 엉망이고 세월호 참사 이후에도 안전에 대한 관리 주체의 인식이 그다지 변한 게 없다. 이런 상황에서 화재 이틀 전 메타폴리스 관리업체가 관할인 화성소방서 주최 ‘안전경진대회’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다는 건 한편의 희극이다.

경기도에는 메타폴리스와 같은 초고층 건축물(50층 또는 200m 이상)이 총 19개(고양 14, 부천 1, 화성 4)가 있다. 그러나 현재 소방당국이 보유한 고가사다리는 최고 17층까지만 진화가 가능해 초고층 건물에서 화재가 날 경우 속수무책이다. 화재 자체가 발생하지 않도록 평상시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하는 이유이다.

남경필 경기지사는 메타폴리스 화재가 발생하자 사고 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5일 “화재는 초기 대응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화재 및 인명구조 전문대와 거주자 중심의 초기 대응대를 보강할 것”을 지시했다. 그러나 현재 대선에만 관심이 가 있는 남 지사의 경기도와, 또한 세월호 대참사에도 진상은폐와 유가족 탄압에만 열중하는 정부가 과연 이번 교훈을 제대로 학습해 철저한 안전대책을 수립할 지는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경찰은 사고 원인에 따라 책임자에 대한 엄정한 법적 책임을 묻고, 경기도와 정부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가장 우선해야 함을 명심하고 자신들의 의무를 다하기 바란다.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