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대학로를 뜨겁게 달구는 뮤지컬 한편이 있다.
극단 민들레의 <임꺽정 그가 온다> 이다.
이 작품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서구 뮤지컬의 범람 속에 우리 소와 재우리 음악과 춤으로 만들어낸 순수 창작 뮤지컬이기 때문이다.

임꺽정은 우리가 잘 알고 있듯 조선 명종 때 경기도 양주 땅의 백정 출신으로, 농민봉기를 일으킨 도적이다. 조선후기 실학자 성호 이익은 조선의 3대 도적으로 홍길동, 장길산, 임꺽정을 꼽았다. 성호가 3대 도적으로 이들을 꼽은 이유는 비단 대도(大盜)여서만은 아닐 것이다. 당시 위정자들은 이들을 도적떼로 몰고 갔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며 가렴주구를 일삼는 위정자에 대한 농민의 저항이자 신분해방의 부르짖음이 담긴 의적(義賊)이라는 시각이 담겨있다.

관객 반응은 두 가지로 모아졌다. 칼춤을 추는 군무 장면과 합창이 박진감 넘쳤으며, 대통령 탄핵정국과 맞물려 더욱 인상적이라고 입을 모았다. 관객은 임꺽정의 정의로운 투쟁에 감동해 아낌없이 박수를 보낸 것이다.

작품을 쓰고 연출한 민들레 극단 대표 송인현 씨는 중요 무형 문화재 봉산탈춤 전수자이며, ‘국제 아동청소년 연극협회 한국본부’ 이사장이기도 하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음악감독 심영섭 씨와의 2006년 작품 <은어송>은 그해 프랑스 아비뇽축제와 풋츠반 축제에 초청받아 갈채를 받은 바 있다. 탈춤에 기본을 둔 우리 연극이 유럽 관객에게도 통한다는 좋은 예를 보인 것이다.

그의 예술 세계를 더 들여다보기 위해 직접 만나보았다.

민들레 극단은 유럽 무대에 소개될 만큼 유명함에도 불구하고, 서울이 아닌 경기도 화성시 우정읍 매향리에 베이스 캠프를 두고 있었다. 매향리는 미 공군 사격장이 있던 곳으로 유명한 곳이다.

왜 하필 매향리에 본거지를 두었는지 물어보았다.
“여기가 제 고향이기도 하고요, 어마어마한 양의 포탄을 쏟아 부은 장소잖아요. 바로 이 바닷가에 세계적인 축제의 명소로 만들고 싶어, 일부러 서울서 극단을 옮겨왔습니다.” 축제의 장이 열리는 곳은 대부분 역사적 아픔이 담긴 한 맺힌 장소이다. 그리고 그 아픔을 예술로 승화시키기 위한 축제가 필요했던 법이다. 송 씨는 그런 장소로 매향리 바닷가만큼 좋은 장소가 없다고 했다.

“그 기초 작업으로 ‘민들레 연극마을’을 꾸몄습니다. 주로 어린이들을 위한 연극 프로그램이 진행되죠. 제가 원래 아동극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세계 아동청소년 연극협회 일도 오래 해 왔고요. 신화놀이 같은 건 어린이 인성 개발에 크게 도움이 되죠.”

바다와 갯벌이 있어 봄부터 가을까지 연극체험 학생이 줄을 잇는다 했다.

“몇 년 전부터 여름이면 갯벌에서 퍼포먼스를 벌입니다. 국내 팀도 참가하지만 외국 팀도 많이 참가 합니다. 일본 참가 팀은 포탄에 꽃을 뿌리는 평화의 메시지를 선보였고, 인도 참가자들은 반전과 평화를 노래했고요. 이제 시작이니까 내실을 기해 세계적인 축제로 발돋음 해 가야죠.”

우리나라엔 각 지자체를 중심으로 각종 축제가 많다. 그 중엔 성공한 축제도 있고 생명력을 잃고 도태한 축제도 많다. 어린이 연극체험을 바탕으로 이루어지는 매향리 축제는 세계적인 축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무궁해 보인다. 바다와 갯벌이 있고 아픈 역사와 그 극복을 위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축제의 명소로 떠오를 매향리에 성원을 보낸다.

오태영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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