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조선왕릉은 총 42기가 전해진다. 이 중 지금은 북한 지역인 개성에 위치한 제릉(신의왕후 한씨)과 후릉(정종)을 제외하면 총 40여기의 조선왕릉이 남한 지역에 위치하고 있다. 대다수의 조선왕릉은 능침공간을 제외하면 공개지역이 많지만 이 가운데 현재까지 비공개 지역으로 출입 자체가 제한된 곳이 파주 장릉(인조)과 온릉(단경왕후 신씨)이다. 오늘은 비공개 지역 가운데 하나인 온릉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수복방 터에서 바라본 온릉의 비각과 능침공간

운명의 그 날, 중종반정

폭군의 대명사로 알려진 연산군(재위 1494∼1506)의 폭정으로 인해 결국 1506년 9월 2일 중종반정이 일어나 연산군은 폐위가 되어 강화도 교동도로 유배를 가게 된다. 당시 반정세력에 의해 왕위에 오른 이가 진성대군(이하 중종)으로, 왕위에 오른 뒤 아내인 신씨는 왕비가 되었다. 그런데 반정세력은 중종이 왕위에 오른 지 일주일 만인 9월 9일에 왕비 신씨에 대한 폐위를 주청하게 된다. 왕비 신씨의 아버지는 연산군의 처남이기도 했던 신수근(1450∼1506)으로, 반정세력들은 왕비 신씨의 아버지와 가문을 몰락시킨 자신들에게 위협이 될 것을 염려하여 중종을 압박했던 것이다. 결국 반정세력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했던 중종은 왕비 신씨에 대한 폐서인 조치를 시행하게 되고, 그렇게 신씨는 궁궐에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중종과 단경왕후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인왕산의 ‘치마바위’ 전설로 왕비 신씨를 폐출한 뒤 중종은 외로움에 종종 인왕산을 바라보곤 했는데, 이 소식을 들은 신씨가 자신의 다홍색 치마를 인왕산 자락에 걸어두었다는 데서 유래한 전설이다.

온릉의 능침공간, 복위가 되었던 까닭에 무인석이 보이지 않고, 석양과 석호 역시 각각 1쌍만 자리하고 있다.

폐비 신씨의 복위 과정

중종은 신씨를 폐출한 뒤 장경왕후 윤씨(1491∼1515)를 계비로 맞아들였는데, 장경왕후가 세자(인종)를 낳는 과정에서 세상을 떠나면서, 폐비 신씨에 대한 복위가 거론이 되었지만 아직 소수의 목소리에 불과했다. 게다가 신씨가 다시 복위 될 경우 장경왕후 보다 서열이 앞서 아들이라도 낳을 경우 왕위 계승의 변수가 될 수 있었던 까닭이다. 결국 살아생전에 폐비 신씨에 대한 복위는 이루어지지 못한 채 1557년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후 숙종 대에 다시 복위에 대한 주장이 제기가 되고, 영조(재위 1724∼1776) 대에 이르러 이 문제에 대해 폐비 신씨에 대한 복위와 함께 그의 아버지인 신수근에 대한 관직과 작위를 회복하게 했다. 그리고 복위가 결정된 뒤 시호를 단경이라 하고 종묘에 배향이 되었으며, 능호는 온릉이라 했다.

배면에서 바라본 온릉의 능침공간, 아직은 비공개 지역이라 쓸쓸한 느낌이 앞서고 있다.

아직은 적막한 온릉, 대중에 공개되는 그 날을 기다리며

경기도 양주시 장흥면에 위치한 온릉은 사적 제210호로 지정되어 있으며, 아직은 비공개 지역이라 주차장이나 편의시설 등이 설치되지 않은 상태이다. 온릉의 경우 최초에 능으로 조성된 것이 아니라 일반 묘에서 능으로 추봉이 된 경우로, 조선왕릉의 예에 따라 진입공간의 금천교를 비롯하여, 정자각과 비각 등의 제향공간이 설치가 되고, 단경왕후 신씨의 능침공간이 조성되었다. 하지만 다른 조선왕릉과는 달리 미세한 차이점을 보이고 있는데, 능침공간을 살펴보면 왕릉이라면 있을 무인석이나 능역을 수호하고 있는 석양과 석호가 각각 1쌍만 자리하고 있어 그 차이를 볼 수 있다. 복위나 추존이 된 왕릉의 경우 능침공간에 대해서는 이전의 쓴 석물을 그대로 쓰고 있는데, 경릉(덕종, 의경세자)이나 영월 장릉(단종)의 경우도 여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아직은 비공개 지역인 탓에 온릉은 전반적으로 참 적막하다는 느낌이 먼저 앞서는 것 같다. 쓸쓸하다는 그런 생각, 생전의 단경왕후 신씨의 삶이 쓸쓸해서 그랬을까? 무수히 뻗은 소나무 사이로 적막하지만, 아담하게 조성되어 있는 온릉과 마주하면서, 그 예전 여인으로서 겪어야 했을 외로움과 슬픔이 밀려드는 것 같았다. 문득 지난 2002년 민주당의 대선경선 과정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이 ‘아내를 버리면 대통령 자격이 있는 겁니까?’ 라고 일갈하던 장면이 떠오른다. 만약 내가 중종이었다면 당시의 상황에서 나는 아내를 버렸을까? 역사에 가정이란 없지만, 이처럼 온릉은 슬픈 이야기를 담고 있어 나름의 아련함을 가지고 있는 곳이다.

김희태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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