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유명 사립대에서 장애인 시설이 되어 있는 교실을 안내하는 데 착오가 있어, 한 장애 학생이 그 강의실 수업을 신청하고 첫 수업을 듣게 됐다. 이 학생은 휠체어를 타고 있어 강의실 입구에서부터 곤란한 상황을 겪었고 계단강의실이라 좌석에 앉지 못하고 강단 한쪽 구석에서 수업을 들었다. 이에 학생은 장애인지원센터에 문의하였고 학교 측은 실수를 인정하고 강의실을 변경하려 하였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다른 수강생들이 변경된 강의실이 350미터로 떨어진 곳에 배정되자 강의 중간 짬 시간에 이동하기 힘들다며 강의실 변경을 반대한 것이다. 이에 담당 교수는 장애 학생이 교실 이동으로 오랜 시간이 걸려 강의를 듣지 못하는 부분을 따로 개인적으로 보충하겠다는 절충안을 내놓았다. 그랬더니 이번에는 일반 학생들이 그 학생에게만 주어지는 특혜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러한 내용의 기사를 읽고 마음이 무척 씁쓸했다. 두 다리가 튼튼한 학생들에게 멀게 느껴지는 350미터가 장애 학생에게는 3.5킬로미터로 느껴질 텐데 자신들의 불편함은 감수하기 싫고 다른 이의 불편함은 고려하지 않는 이기적인 마음이 우리 사회의 민낯 같아 부끄럽고 슬펐다.

지난 14년도에 광주를 기반으로 한 기업의 야구구단에서 새로 홈구장을 만들면서 장애인 편의시설을 대폭 늘렸다. 이 구단에서 만든 장애인 편의 시설은 일반석 100석을 포기하고 장애인 4석을 설치할 만큼 혁신적이었다. 야구장을 건설하는 큰 자본이 들어가는 일에서 기업이 이익을 포기하고 장애인 시설을 마련한다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로 칭찬해 줄 만하다.

그런데 미래 사회를 이끌어나갈 젊은이들이 있는 대학에서 장애인을 배려하지 않는 일이 발생했다하니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 암담하다.

장애인의 90% 이상은 선천적 장애가 아닌 후천적 장애이다. 지금 건강한 신체를 가지고 살고 있는 우리 중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장애는 우리의 이야기 일 수밖에 없다.

장애인을 배려하지 못하는 대학 강의실에 대한 기사에서 학생들이 이렇게 인색한 마음을 갖게 된 원인을 취업난 때문에 학점에 예민해져 있는 것에서 찾았다. 물론, 취업난도 원인이 되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것은 경쟁 속에서만 살아온 학생들이 다른 이에 대한 배려를 경험해 보지 못한 것에 있다. 도시화, 산업화 속에서 삶의 기본 단위인 가족 단위가 핵가족화 되고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는 공동체의 범위가 부모와 형제자매의 가족단위에 머무르는 게 대부분이다. 만약 할머니, 할아버지와 자주 만날 수 있고 한 마을에서 나와 다른 이들과 함께 어울려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는 경험을 해 봤다면 대학 강의실에서 생겨난 문제도 다르게 해결되지 않았을까?

학교 측의 실수가 이번 갈등의 원인이었지만 어느 때고 문제는 발생할 수 있다. 그것을 사회구성원들이 어떻게 해결해 나가느냐가 중요한데, 이번 대학생들의 문제해결법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자신의 불편함은 양보하지 않고 타인의 불편함에 눈감는 대학생들이 과연 그 강의실에서 어떤 지식을 쌓을 수 있을지, 그리고 그 지식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활용될지 의문이 든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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