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회관이 도서관이 되었다. 주로 그림책과 인문, 사회, 철학, 환경, 공동체 등의 테마를 담은 책을 소유하고 있는 곳이다. 작지만 따뜻하고 소박함이 넘치는 마을 도서관. 경기도 퇴촌의 시골 마을에 ‘책 읽는 베짱이’라는 도서관을 가보았다. 개인이 시골 마을에 주택을 얻어 도서관을 한다는 것, 쉽지 않은 일일 텐데. 육아를 하면서 한 권 두 권 사 모은 그림책, 대학시절 헌책방을 돌면서 사 모았던 책. 사비를 털어 도서관을 운영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은 일이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한 삶을 살기 위해 도전한 ‘책 읽는 베짱이’의 박소영 도서관지기는 조금 다른 삶을 꿈꾼다.

도서관 뒷마당에는 텃밭이 있다. 아이들과 감자를 심고, 농작물도 가꾼다. 검정 삽살개 한 마리가 반갑게 뛰면서 맞이하는 곳이다. 아담한 도서관 내부는 과거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사용하시던 마을회관이었다고 한다. 방과 거실로 된 집과 같은 구조가 아이들에게 편한 느낌을 준다. 낮은 책장과 책 읽는 침대까지. 어린이 도서관이지만, 마을 주민 누가 와도 환영이라고 한다.

“도서관의 대출증은 따로 없습니다. 이게 대출한 것을 기록한 노트에요. 그냥 이름 적고, 자신이 빌려간 책 제목 쓰고. 반납할 때 줄그으면 됩니다. 대출기간 따로 없어요. 그냥 한 달 쯤 되면 제가 전화를 하곤 합니다. 알아서 주시면 좋죠.”

이렇게 도서관을 허술하게 운영해도 되는 걸까. 영리적인 목적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운영은 기부금으로 이루어지는데, 매달 찰랑찰랑할 정도로 모자라지 않게 잘 마무리 된다고 한다. 혼자서만 잘 사는 것이 아닌 함께 잘 살고 행복한 일을 꾸려나가는 모습이 용기 있다. 마음속의 막연한 꿈을 용기 있게 실천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가슴이 뭉클하다.

도서관 한쪽 벽에는 아이들의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도서관에서 그림 그리기도 하고, 책읽기나 글쓰기 수업, 기타 수업도 하고, 영화를 보고, 밥도 해 먹고. 거의 삶을 나누는 공동체다. 그 가운데 그림책이 있다는 것이 특색이다.

또한 도서관지기 박소영 님은 ‘베짱이 편지’라는 도서관 소식지를 직접 손으로 쓰고 그림을 그린다. 매달 소식지를 발행하면서 찾는 사람들에게 한 달 간의 소식을 알린다. 작은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책 읽는 베짱이를 오래도록 기억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작은 마을 도서관이 늘어나야 한다. 공공도서관이 다 하지 못하는 일을 마을 도서관, 개인 도서관이 할 수 있다.

서재도서관, 책 읽는 베짱이는 정해진 틀이나 규율이 딱히 없다. 누구나 자유롭게 들러서 책 읽고, 머무르고 싶은 만큼 있다 가면 된다. 동네 사랑방과 같은 역할을 하는 도서관. 과거 노인들의 노인정 역할을 했던 마을회관이 이제는 아장아장 귀여운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었다. 공간의 재발견, 쓰임의 재발견이다.

책 읽는 베짱이, 서재도서관은 마을 사람들과 밀도 있게 만날 수 있는 공간을 꾸미고, 함께 살아가는 모습을 꿈꾼다.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헬런니어링) 책을 읽고 인생의 좌우명이 생기고 결혼 후 시골에 들어와서 살게 되었다는 박소영 님. 소유보다는 비움을, 집착보다 내려놓음을 통해 행복을 채워나가고 있다. 인생은 해서 후회하는 것보다 안 해서 후회하는 것이 더 많다고 한다. 낡은 합판으로 만든 책꽂이의 그림책이 오히려 반짝반짝 빛나 보이는 듯하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저작권자 © 뉴스타워,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