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월을 여행했다. 1박 2일로 영월을 둘러보기 위해서 숙소를 예약했다. 호텔이나 리조트가 아닌 숙박공유사이트에서 저렴한 집을 찾았다. 상업적인 숙박업을 하는 사람들이 아닌 개인이 자신의 방을 나눔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다소 낯설기도 하고, 어색할 수도 있다. 복불복이긴 하지만, 정말 괜찮은 호스트를 만나 이전의 경험과 다른 차원의 여행을 할 수도 있다.

‘김삿갓 계곡 근처의 직접 지은 황토방’ 이라는 이름이 마음에 들었고, 이용후기도 많은 집이라서 믿고 예약했다. 여행 전날부터 당일까지 채팅으로 주고받기도 했다. 위치나 근처의 여행지, 식사 여부, 숙박할 인원 수, 도착 예정 시간 등을 이야기했다. 결과적으로는 대만족이다. 영월에서 만난 황토방 주인장은 친밀하고, 따듯한 사람이었다. 오후 3시경 도착하였는데 식사하였냐고 물어보며 남은 밥이 없는데 어떻게 하냐며 라면을 끓여주었다. 직접 만들었다는 메밀김치만두도 6개 라면에 넣어주었다.

“5년 전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영월에 집을 짓고 살게 되었는데, 고향은 아니에요. 그런데 산에 살아 보니 정말 많은 것들이 산에서 저절로 나고, 그것으로 먹고 살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할 정도에요. 황토벽돌을 직접 찍어 3년간 집을 지었어요. 힘들면 쉬었고, 하기 싫으면 놀았죠. 전문적 숙박업소가 아니기 때문에 불편하고 겨울엔 춥기도 해요. 하지만 쉬엄쉬엄 오는 사람들과 만나는 재미가 있어요. 우리집에는 남편 빼고 모두 판매한답니다.”

재미있는 말솜씨와 특유의 친화력으로 손님맞이를 하시는 여자 주인은 시골살이가 마음에 든다고 한다. 20가구밖에 없는 영월에서도 한적한 동네이지만 이제는 주민들과도 잘 지낸다. 숙박공유를 한지 1년도 되지 않았지만, 세계 각국의 사람들과 전국의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 것이 신기하단다.

특별히 민박이나 펜션을 하겠다고 집을 지은 것이 아니라서 부족한 것들이 많다. 화장실이나 샤워실도 어설프고, 깨끗한 호텔식 침구도 아니다. 부부가 사는 집 방 한 두 칸을 손님용으로 만들었다. 남과 교류하는 것 싫어하고, 여행지에서 혼자 쉬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호스트와 대화하고 관계맺는 일이 부담스러울지 모른다. 그렇지만 여행 자체가 만남을 통한 공부라고 생각하면 이만한 배움이 없다.

저녁무렵 황토방의 아궁이에 불을 피웠다. 방을 난방하는 시설은 아궁이에 장작불을 때는 것이었다. 숯불에 고기까지 구웠다. 밤에는 직접 담근 약초 담금주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하면서 밤을 지샜다. 여행에서 흔히 느낄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인생 이야기만큼 재미있는 것들도 없다. 지금껏 여행왔던 사람들의 이야기들이 주를 이뤘다. 부부가 영월까지 오게 된 스토리도 재미있었다.

내 집처럼 편안하게 놀다 가라는 말처럼 다음 날 늦잠을 실컷 잤다. 어린시절 할머니 집에 놀러온 것처럼 아랫목 구들장에서 몸을 지지면서 푹 잤다. 아침에는 꼬끼오 닭우는 소리가 시끄럽지만 정겨웠고, 새소리가 귀를 간질였다. 여행을 하면서 단순히 관광을 위해 지역을 둘러보는 것 말고, 진짜 사람 사는 모습을 발견하고 소통하는 기회는 흔치 않다. 사실 여행 자체도 사람과의 만남이자 다양성을 배우는 일이다. 경치 좋은 관광지만 훑고 오는 게 아니라 만남이 있어야 한다. 환대의 여행을 경험해 보자. 세상은 살 만하구나 느껴진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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