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S 방송 캡처)

북한의 핵개발 미사일 발사 문제로 북미 간 갈등이 고조되는 가운데, 19대 대선에서 북풍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19일 밤 10시부터 2시간 동안 진행된 ‘KBS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에게 안보 검증을 명분으로 ‘주적’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이날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는 작심해서 문 후보에세 “북한이 우리 주적이냐”고 공세적인 질문을 던졌고, 문 후보가 “강요하지 마라. 유 후보도 대통령이 되면 남북 간 문제를 풀어가야 될 입장이다. 주적은 국방부가 가져야 할 입장이지 북한과 협상해야 할 대통령이 답할 문제가 아니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그러나 유 후보는 계속해서 “정부 공식 문서(국방백서)에 북한이 주적이라고 나오는데 국군통수권자가 주적이라고 말 못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추궁했고, 문 후보 역시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하며 물러서지 않았다.

주적 논란은 신보수를 주창하지만 좀체 지지율이 오르지 않아 조급한 처지에 놓여 있는 유 후보가 보수주자로서의 존재감을 부각하고 선거의 흐름을 바꾸기 위해 북풍을 선거쟁점화 하려는 의도라 판단된다.

실제 KBS TV토론 다음날인 20일 문재인 후보는 “북한을 국방백서에서 ‘주적(主敵)’으로 규정한 것은 과거의 일로, 남북관계 개선 이후엔 그런 규정이 없다. 다만 엄중한 남북관계와 실질적인 북핵 위협이 있어서 직접적이고 심각한 위협이고 ‘적’이라고 국방백서에서 다루고 있다”며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국방위원장을 했던 사람인데 명백한 사실과 다른 것을 전제로 그런 질문을 했다는 지적을 드린다”고 자신의 기존 주장을 강화했다. 안보와 북풍의 대선 쟁점으로 들어간 셈이다.

문 후보와 경쟁하는 정당에서는 주적 논란을 쟁점화하며 색깔론으로 발전시키는 모양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는 20일 기자회견을 갖고 “어제 토론에서 주적이 어디냐는 질문에 (문 후보가) 주저하고 답을 하지 않았다. 국방백서에는 주적이 북한으로 나온다”면서 “문 후보가 주적을 답변하지 못한 것은 굉장히 위험하고 안보 문제의 ABCD도 이해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문 후보의 안보관을 공격했다. “문 후보는 대통령이 되면 미국보다 북한에 먼저 가겠다고 했는데 이것은 햇볕정책의 ABCD도 모르는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안철수 후보 역시 같은 날 ‘방송기자클럽 대선후보 초청토론회’에서 “국방백서에 주적으로 명시돼 있다. 남북 대치 국면 아닌가. 이런 상황에서 북한은 주적”이라고 문 후보에 공세를 가했다. 그러나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이나 호남인들의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주적이면서 동시에 우리는 평화통일을 이뤄야 하는 문제가 있다. 주적임과 동시에 우리의 대화 상대다. 결국 평화 통일을 이뤄야 하는 상대라는 점에 우리의 고민이 있는 것”이라며 수위를 조절했다.

보수 유권자를 안철수 후보에게 빼앗기며 보수의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는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은 주적 논란을 통한 고질적인 ‘색깔론’을 불러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는 20일 경기 평택의 천안함 전적비에 참배하는 일정을 갖고 “문 후보는 끝끝내 ‘대통령이 북한을 주적이라 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대한민국이 주적도 없이 60만 대군을 가진 이유가 없지 않냐”면서 “문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대북정책에 관한 모든 것을 김정은과 협조할 것이다. 그러면 대북정책에 관한 한국 대통령은 김정은”이라고 단언했다.

또한 “5공화국 시절 운동권이 말하던 것인데 선거가 다가오니 본색이 이제 드러나는 것”이라면서 “그런 분이 집권해 국군 통수권자가 되면 남북한이 어떻게 될지 국민들이 생각해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바른정당의 주호영 선대위원장 역시 “대통령이 될 사람이 누가 주적인지 말을 하지 못하면 어떻게 대통령이 되고 국군을 지휘할 수 있겠나”라면서 문 후보가 대통령 자격이 없다고 폄훼했다.

김무성 공동선대위원장도 나서 “우리나라의 국군통수권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국방백서에 명백하게 나와 있는 북한을 주적이라고 말하지 못한다”며 “어떻게 문 후보를 꺾을 것인지 논의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주적과 북한 변수, 즉 북풍 논란은 선거 때마다 단골로 등장하는 이슈이다. 분단 상황을 이용해 특정 정치세력이 자신에게 유리한 선거프레임으로 상대를 가두고 자신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며 쉽게 표를 얻기 위한 의도로 활용됐다. 북한이 우리의 선거 시기를 이용해 도발하기도 했고, 또한 이회창 측의 총풍 사건과 같이 보수세력이 인위적으로 선거에 이용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에선 새누리당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을 불러일으키며 종북 프레임으로 박근혜 정부를 탄생 시켰다.

현재 국방부는 2004년부터 국방백서에서 주적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그러나 작년 12월 발간한 국방백서는 북한의 핵·미사일을 비롯한 위협을 거론하며 “이러한 위협이 지속되는 한 그 수행 주체인 북한 정권과 북한군은 우리의 적”이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주적’ 개념과 관련해 통일부 관계자는 “헌법 3조에 의하면 북한은 괴뢰집단”이라면서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에선 북한을 상대로 평화와 교류협력을 하는 상대로 보고 있다”며 ‘적’이자 ‘통일의 동반자’라는 입장을 밝혔다.

조백현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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