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오릉은 말 그대로 다섯 개의 능역이 위치한 공간이다. 여기서 능은 왕과 왕비, 대비 등의 신분을 가진 이가 묻힌 것을 말한다. 이 가운데 숙종의 명릉과 함께 서오릉 내 위치한 익릉은 숙종의 원비인 인경왕후 김씨(1661~1680)가 잠든 능역으로, 익릉을 통해 숙종이 세자 시절에 아내로 맞아들였던 인경왕후 김씨의 생애와 왕비의 장례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정자각에서 바라본 인경왕후 김씨의 익릉

정자각으로 오르는 신계. 왕비의 혼령이 올라가는 계단이다.

천연두로 사망했던 인경왕후 김씨

인경왕후 김씨의 아버지는 광성부원군 김만기이다. 인경왕후는 1671년 숙종이 세자였던 시절 세자빈으로 책봉이 되었으며, 3년 뒤인 1674년 현종이 승하한 뒤 숙종이 즉위하면서 왕비가 되었다. 숙종과의 사이에서 두 명의 딸이 있었지만, 두 딸이 일찍 세상을 떠난 데 이어 1680년 천연두로 인해 인경왕후 김씨 역시 20세의 젊은 나이로 세상과 마감해야 했다. 기록에 따르면 인경왕후 김씨가 1680년 10월 18일에 천연두의 증세를 보였으며, 발병한지 8일 만인 26일 경덕궁 회상전에서 세상을 떠났다.

전면에서 바라본 익릉의 전경

왕릉의 좌우로 한쌍이 배치된 문인석의 모습

무인석의 세부 모습. 크기를 비롯해 사실적인 묘사가 주목된다.

서오릉 내 조성된 인경왕후 김씨의 익릉

인경왕후 김씨가 세상을 떠난 지 1년 뒤인 1681년 2월 22일에 현재의 위치인 익릉에 안장이 되었다. 일년상을 한 셈인데, 조선시대 왕과 왕비가 세상을 떠날 경우 왕은 삼년상이 기본 원칙이지만, 왕비가 죽을 때 배우자인 왕이 살아있느냐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 왕이 살아있는 상태라면 죽은 왕비는 일년상을 치루고 세자가 장례를 주관했지만, 왕이 먼저 죽은 경우라면 삼년상을 치렀던 것이다. 이러한 예에 따라 인경왕후 김씨 역시 숙종이 살아있기 때문에 일년상으로 장례가 치러지게 된다. 조선왕릉에 있어 숙종의 명릉은 이후의 왕릉과 나누는 하나의 분기점과 같다. 숙종의 명에 의해 이후의 왕릉은 규모를 작게 하고, 석물은 간소화하라는 어명이 있었기 때문인데, 익릉의 경우 이러한 범주 이전에 포함된 능에 속하게 된다. 인경왕후 김씨가 세상을 떠난 뒤 지속적으로 존호와 휘호가 올려 졌으며, 이러한 존화와 휘호가 포함이 되어 인경왕후의 시호는 ‘광렬효장명현선목혜성인경왕후’(光烈孝莊明顯宣穆惠聖仁敬王后)로, 능호는 익릉이라 불리게 된다.

능의 주위를 수호하는 석호의 모습

서오릉 중의 하나인 익릉, 짧은 생애를 살았던 인경왕후의 흔적을 기억하다.

보통 왕이 세상을 떠날 경우, 내시가 평소 왕이 입던 옷을 가지고 궁궐의 동쪽처마로 올라가 옷을 흔들며 상위복이라고 세 번 외치게 된다. 이후 흔들던 옷을 던지게 되면 아래에 있던 내시가 그것을 받게 되는데, 왕비의 경우는 똑같이 진행이 되지만 중궁복이라고 세 번 외친다는 점과 옷을 받는 이가 궁녀라는 차이점이 있다. 이후 인경왕후 김씨의 빈전이 설치가 되어 경덕궁 영소전에 위패가 모셔지게 되고, 일년 뒤에 익릉에 안장이 되었다. 이 때문에 서오릉의 여러 능역 중 겉으로는 화려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능 가운데 하나로, 인경왕후 김씨가 세상을 떠난 뒤 숙종은 계비를 맞아들이게 되는데, 이가 인현왕후 민씨(1667∼1701)로 숙종의 시대는 환국정치와 꽃들의 전쟁이 난무하는 시대로 접어들게 된다.

김희태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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