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을 이야기할 때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왕 중 하나가 영조로, 사극에서도 많이 등장을 했고, 한국사 시험에서도 단골로 출제될 정도로 인지도가 있는 왕이다. 왕위에 올라 장수한 걸로도 잘 알려진 영조의 시대는 흔히 탕평의 시대라고도 하는데, 뒤를 이은 정조의 시대와 함께 조선의 중흥을 열었던 명군이지만 동시에 임오화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통해 자신의 아들인 사도세자를 죽였던 비정한 아버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 오늘은 이러한 영조와 계비 정순왕후 김씨가 잠든 원릉을 통해 영조의 시대를 이해해보고자 한다.

원릉의 금천교. 왕릉의 입구에 인위적인 금천을 만들어 그 위에 금천교를 세웠다.

원릉의 정자각의 전경

원릉의 비각. 영조와 정순왕후의 비가 총 3개가 자리하고 있다.

혈통의 콤플렉스를 가진 영조, 자신의 아들을 죽이다.

영조는 숙종의 아들로 왕자 시절의 이름은 연잉군이다. 어머니는 숙빈 최씨(1670~1718)인데, 숙종이 세상을 떠난 뒤 이복형이었던 경종(재위 1720∼1724)이 즉위를 하게 된다. 하지만 병약했던 경종은 후사를 남기지 못했고, 이에 경종에 의해 왕세제에 책봉이 된 뒤 후계자로 지명이 되었다. 예상대로 병약했던 경종이 세상을 떠나면서 경종의 뒤를 이어 조선의 21대 왕으로 즉위하게 된다. 경종이 연잉군을 왕세제로 책봉한 것은 당시 숙종의 피를 이은 왕자는 연잉군이 유일했기 때문에 역모사건의 혐의가 있었음에도 무사할 수가 있었다. 그렇게 재위에 오른 영조는 즉위 초기 경종독살설에 시달리며, 이인좌의 난이 일어나는 배경이 되기도 했다. 때문에 무수리 출신이었던 어머니 숙빈 최씨의 소생이라는 점은 영조에게 혈통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게 되었다. 이 때문인지 원비에게 정통성을 가진 세자를 원했던 것으로 보이지만, 문제는 원비였던 정성왕후 서씨(이하 정성왕후)도, 계비였던 정순왕후 김씨(이하 정순왕후)도 후계자를 낳지 못했다. 오히려 후궁이었던 정빈 이씨와의 사이에서 첫 째 아들인 효장세자가 태어났으며, 영빈 이씨와의 사이에서 사도세자가 태어나게 된다. 이 가운데 효장세자(후일 추존왕 진종, 재위)는 불과 10세를 일기로 요절하면서, 이복동생인 사도세자가 세자의 지위를 이어받아 후계자로 대리청정을 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가정사로 볼 때 영조와 사도세자는 잘 맞지가 않았다. 기본적으로 영조의 성격 자체가 괴팍한데다 특히 공부에 대한 부분에서 서로의 생각이 전혀 맞지가 않았다. 영조로서는 혈통에 대한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기에 정당성에 대한 부분을 공부로 보면서 사도세자가 공부를 통해 이를 보완하기를 기대했지만, 사도세자는 공부에는 그다지 흥미가 없었다. 결국 엄한 아버지에 점점 반항하고 비뚤어져버린 사도세자와의 관계는 악화가 되고, 혜경궁 홍씨의 한중록에서 등장하듯 사도세자는 정신병의 증세가 보일 정도가 되었다. 이렇게 사태가 악화될 무렵 나경언의 고변과 당쟁의 악화는 결국 사도세자를 뒤주 속에 죽게 만드는 임오화변의 참사가 벌어지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이러한 임오화변의 이면에는 당시 사도세자의 아들이었던 정조의 존재가 한 몫을 했는데, 사도세자의 어머니인 선희궁 영빈 이씨가 영조에게 울면서 사도세자를 죽일 것을 청하면서, 세손만은 보호해줄 것을 이야기했다는 점과 영조 역시 정조의 학문적인 열망과 자세에 기대를 걸었다는 점에서 결국 정조를 보호하기 위해, 사도세자의 죽음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원릉의 사초지

원릉의 전경. 영조와 계비 정순왕후 김씨가 잠든 곳이다.

조선의 중흥기를 열었던 영조의 치세

영조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바로 탕평책인데, 탕평은 본래 고른 인사를 하겠다는 의미로, 당시 조정이 노론과 소론의 대립구도라는 점에서 이러한 부분을 완화하고자 탕평책을 하고자 했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을 지지해줄 세력을 키울 수밖에 없다는 한계는 탕평책이 가지는 한계로 작용을 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분명 영조는 강력한 왕권을 휘두를 수 있어 여러 좋은 정책을 실시했는데, 농업을 장려하고 신문고 제도를 설립해 백성들의 억울함을 들을 수 있는 통로를 만들었으며, 학문을 진흥하는 계몽군주로서의 모습을 보였다. 또한 금주령을 내리고, 사치의 폐단을 없애고자 했는데, 이를 상징하듯 영조는 평생에 걸쳐 자신의 옷을 기워 입는가 하면, 재활용하는 모습을 보여 스스로 이러한 행동을 실천했다. 이 때문에 영조의 시대는 훗날 정조라는 왕을 통해 조선의 르네상스로 불릴 만큼 중흥기를 구가하게 된다. 영조는 조선의 왕 중 가장 장수한 왕인데, 재위 기간만 52년에 세상을 떠날 때 나이가 83세였다. 의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은 당시를 생각하면 장수한 것은 틀림이 없으며, 강력한 왕권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재위기간을 이어갔다는 점에서 영조의 치세는 중흥기를 열었던 점과 이에 비례해 가정사에서 자신의 아들을 죽였다는 이중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원릉의 무인석. 뒤로 비각이 보이고 있다.

맞은편의 무인석. 앞선 무인석과는 또 다른 형태를 보이고 있다.

영조와 계비 정순왕후 김씨가 잠든 원릉, 좋은 아버지란 어떤 아버지일까?

가정사로 봤을 때 영조의 원비였던 정성왕후가 세상을 떠난 뒤 계비인 정순왕후가 간택이 되었는데, 원비였던 정성왕후와 마찬가지로 영조와의 사이에서 후사를 보지 못했다. 흔히 악녀로 평가되는 세간의 평가 속에 정조가 왕위에 오른 뒤 자연스럽게 권력에서 배제가 되었다. 이후 정조가 세상을 떠나면서 ‘세도정치’의 씨앗이 움트기 시작했는데, 너무 어린 순조의 즉위와 마치 ‘이이제이(以夷制夷)’처럼 외척을 다스리기 위해 또 다른 외척을 중용했던 점, 마지막으로 희석된 붕당과 소수가 권력을 독점한 세도정치에 맞설 수 있는 ‘산림세력(山林勢力)’의 약화로 정조 사후 세도정치의 확산에 불을 붙였다. 재미있는 점은 본래 영조의 장지는 지금의 서오릉 중 정성왕후 서씨의 ‘홍릉(弘陵)’으로 예정되어 있었는데, 정조에 의해 장지가 바뀌어 현 위치로 확정이 되었다. 이는 아직 살아있는 정순왕후에 대한 예우라는 측면에서 다분히 정치적인 의미를 가진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순왕후가 세상을 떠났을 때 영조와 함께 묻히게 되면서 현재의 원릉이 만들어진 계기가 되었으며, 반대로 정성왕후의 홍릉은 지금도 정조의 빈자리가 남아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들이었던 사도세자를 죽음으로 이끌면서, 사도세자의 아들이었던 정조는 이후 법적으로 사도세자의 이복형인 효장세자의 아들로 입적이 되어, 영조의 뒤를 이어 왕위에 오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영조가 왜 그렇게 사도세자에게 엄한 아버지였는가를 이야기할 때 지금도 어려운 환경에서 창업을 했던 아버지들에게 공통으로 다가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과연 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아버지일까? 어쩌면 지금도 여전히 영조와 사도세자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한편의 교훈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한편 원릉을 돌아보면서 조선 후기를 대표하는 영·정조 시대, 어쩌면 이 시기가 조선이 대외적인 변화의 물결에서 변혁을 꾀할 수 있었던 하나의 흐름과도 같았던 시절이 아닌가 생각이 된다. 영조가 계몽적인 군주의 모습을 보였다는 점과 정조의 개혁적인 정책 등에서 이러한 시대의 변화에 대한 흐름을 읽을 수 있었던 시기였다. 하지만 정조의 죽음과 함께 이러한 개혁의 대의는 폐기가 되었고, 가문의 이익을 위해 국가의 앞날을 망쳐야했던 시대로 넘어가게 된다.

김희태 기자  d973306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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