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TV에서 먹방과 맛집이 유행되기 시작했다. 이 흐름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아직도 우리나라에 소개되지 않은 맛집이 있을까 싶을 만큼 여기저기 모든 방송채널에서 1개 이상의 맛집 프로그램을 방송하고 있다. 그 중 수요일 밤을 대표하는 맛집 탐험 프로그램인 ‘수요미식회’는 각 주제별 맛집을 선정해 진행자들과 게스트가 직접 사비를 들여 음식점에 다녀온 뒤 평가를 하는 프로그램이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에서 소개되는 맛집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 서울 미식회냐는 비판이 나올 만큼 소개되는 음식점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는 두 가지 요인 때문에 그런 듯하다.

우선, 진행자들과 게스트가 직접 사비를 들여서 맛집을 다녀온다는 점이 서울 및 근거리 맛집을 방송하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 연예인들이 자신의 스케줄에서 짬을 내어 저 멀리 다른 지방의 식당을 다녀오기가 쉽지 않다. 특히, 메인 진행자인 전현무, 신동엽은 방송 스케줄이 꽉 차 있어 짬을 내기 매우 힘들다. 이러한 요인이 서울 및 근거리 음식점을 주요 대상으로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리고 또 다른 요인인 우리나라의 서울 집중화, 서울 중심 현상이 좀 더 근본적인 원인이다. 오죽하면 요즘은 여행갈 필요 없이 서울에 가면 각 지역 맛집이 다 있다고 하겠는가. 이는 각 지역에서 유명세를 타면 모두 서울로 진출을 하기 때문이다.

가장 영향력 있는 대중매체인 TV 속에는 드라마 배경도 서울이고, 광고 배경도 서울이며, 뉴스에서도 서울이 배경이다. 광주에 가서 교통방송을 틀어도, 경주에 가서 교통방송을 틀어도 강변북로와 올림픽대로의 교통 상황이 나온다. 이런 서울 중심 현상으로 인해 서울 외 지방은 문화적으로 소외되었으며 사람들은 서울을 동경하게 되었다. 그렇게 해서 사람이 몰리고 몰린 서울에서 사람들의 입맛은 표준화 되었고 특색 없는 전국 각 지역의 맛집이 서울에 바글바글하게 되었다.

표준화는 몰개성화를 불러온다. 여기에 소비시장의 변화가 빠르고 유행에 민감한 우리나라의 특색이 더해져 몰개성화와 함께 역사마저 사라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서 이탈리아 대표는 한국에선 무언가가 유행하면 거리 간판이 전부 그걸로 도배 되었다가 유행이 지나면 전부 다 다시 바뀌는 게 신기하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몰개성화와 비역사성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이러한 풍토가 만연한 우리 사회에서 대전 성심당 빵집은 존재 자체만으로 큰 교훈을 준다. 오랜 시간 자신의 철학과 가치를 고수하며 성장해온 성심당 빵집은 타도시로의 확장을 반대한다. 유명세에 힘입어 서울로 진출하고 전국 각지에 체인점을 내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길을 걸을 수 있는 성심당 빵집이 그 길을 거부한다. 대전에서만 맛볼 수 있는 빵집, 지역 내 농가와 협력하여 빵을 만드는 대전 지역 사회와 함께 하는 빵집이 성심당 빵집의 철학이다.

오랜 시간 자신의 결을 지켜나가는 것이 역사이고 문화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지금 우리는 문화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소비만 하고 있다. 소비의 문화가 아닌 생산과 향유의 문화로 나아가기 위해선 성심당 빵집과 같은 뚝심이 필요하다. 말은 제주로 사람은 서울로 가지 말고 각자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지켜나가야겠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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