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 타버린 연탄재에 꽂힌 한 송이 장미. 그리고 ‘뜨거울 때 꽃이 핀다’라고 낙서하듯 적은 종이 한 장. 누군가의 장난인 듯 예술인 듯 알쏭달쏭하다. 바로 설치 예술가 이효열 씨의 작품이다. ‘어떤 연유로 시작된 작품일까’ 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게릴라 퍼포먼스라고 해요. 여기 저기 다른 곳에 작품으로 놓아 작가의 의도를 전하죠. 처음 작품을 만들고 길거리에 놓았어요. 삼청동, 강남역, 서울시립미술관 등. 그런데 시민들이 오히려 의아해하는 거예요.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올렸더니 해시테그가 4000개 가까이 달렸어요. sns덕을 많이 봤죠. 일파만파 퍼지게 되니까요.”

처음에는 사람들이 다니는 길거리에서 시작했지만 이제는 카페나 도서관이나 갤러리 등에서 작품을 전시한다. 위안부 소녀상 옆에 매주 꽃을 갈아주기도 한다. 2014년부터 위안부 수요집회 나가면서 사람들과 소통했고,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이효열 작가의 작품은 모두 평범한 듯 하지만 새로운 생각을 준다. ‘옷장 도서관’은 장롱에 창문을 만들어 책 읽는 공간으로 만든 것이다. ‘책에 기대세요’는 의자의 등받이 부분을 책으로 교체하였다. ‘서로’ 는 우산이 장화 속에 들어가 있는 형태다. 공익적인 메시지를 담으면서 사람들의 반응을 이끌어내는 설치 예술을 주로 한다.

“저는 어릴 때 축구를 했어요. 대학도 사회체육학과를 들어갔어요. 미술은 관심만 있었지 내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 못했어요. 결국 운동이 내 길이 아닌 것 같아 그만뒀어요. 군대 제대 후 ‘광고천재 이제석’의 책을 읽었는데 영감이 느껴졌어요. 자신의 재능을 공익에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었죠. 무작정 찾아가서 광고교육원에서 공부를 시작했어요. 그리고 광고회사 기획자로 입사를 하여 2년 정도 일했습니다. 나의 이름을 걸고 무언가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독립적인 설치 미술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첫 작품이 ‘뜨거울 때 꽃이 핀다’예요.”

그는 현재 강남의 판자촌이라고 불리는 구룡마을에 산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껏 살고 있다. 지금도 연탄을 때야 하는 집이다. 집 앞의 연탄재를 본 순간 ‘연탄도 남을 위해 뜨겁게 사용되고 생을 마감했는데 나는 어떻게 살아야할까’라는 생각을 했다. 연탄을 화분 삼아 꽃을 꽂아보자는 생각을 해보았고,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더니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다음 날 바로 강남역 횡단보도 한 가운데 놓아보았는데 몇 시간 뒤 바로 SNS에 사진과 글이 올라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한 권의 책을 읽은 듯하다’며 공감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신이 났다.

이후 서울시립미술관의 야외 조각 작품이 있는 곳에 또다시 ‘뜨거울 때 꽃이 핀다’ 작품을 놓아 보았다. 의외로 사람들은 서울시립미술관의 작품이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았다. 블로그나 SNS에 올리는 사람들도 있었다. ‘예술은 과연 갤러리 안에서만 전시되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품게 됐다.

사람들의 반응에 용기를 얻어 만든 작품이 ‘책에 기대세요’다. 사람에게 기대는 것도 좋지만, 가끔 책의 한 구절 때문에 가치관이 바뀌기도 한다. 그래서 탄생한 작품이 ‘책에 기대세요’다. 의자의 등받이를 책으로 만들어 놓았을 뿐이다. 그의 작품은 모두 기존의 것들을 더하는 것. 원래 있던 것에 의미를 부여할 뿐이다. 대중들은 설치 미술을 ‘난해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예술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재미있어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퍼포먼스 하나 더. 그는 작년 안중근 의거 기념일에 맞추어 중국 하얼빈 역으로 갔다.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뜨거웠던 영웅은 안중근 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다 탄 연탄을 들고 하얼빈 역으로 갔다. 트렁크에 연탄 세 장을 들고서 말이다. 한 장은 깨졌고, 두 장은 남았다. 통관할 때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하얼빈 역과 안중근 의사 기념관에 연탄을 갖고 가 ‘뜨거울 때 꽃이 핀다’를 전시했다. 그리고 영상을 촬영하여 안중근 의거 기념일이었던 10월 26일 배포했다. 과연 그에게 예술이란?

“저는 일상에서 주로 영감을 얻어요. 그리고 고은 시인의 시를 정말 많이 읽습니다. 추후에 고은 도서관까지 만들고 싶어요. 제 영감의 근원이니까요. 앞으로 소소하지만 평범한 사람들에게 빛을 비추어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일을 하고 싶어요. 삶이 예술이고, 사는 게 예술 아닐까요?”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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