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저는 연세대학교에 입학해서 졸업하면 회사 들어가 돈 많이 벌어 세계 여행 다니는 게 꿈이에요. 그러니까 연세대학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하는 거예요.”

이런 얼토당토한 말을 한 중학생은 바로 강남의 모 중학교 2학년이었다. 며칠 전 진로 독서 특강에 가서 만난 학생이었다. 나름 학업에 열중하고, 성적도 좋은 아이였다. 전공 분야는 상관없으니 특정 대학을 꼭 들어가야 한단다. 취직 때문에. 과연 우리나라의 공교육 체제 하의 학생들은 20년 뒤 로봇시대의 일과 사회를 준비하는 교육을 하고 있는 걸까 고민하게 된다.

새로운 로봇시대는 앞으로 인공지능과 자동화, 똑똑한 기계와 함께 살아가야 한다. 로봇은 공생의 파트너가 될 날이 머지않았다. 로봇이 고된 인간의 업무를 대신하게 되면 인간은 자유를 얻게 된다. 위험한 일로부터 안전해질 수 있고, 반복적인 노동에서 해방된다. 그렇다고 인간의 삶이 마냥 행복할까. 더욱 평등한 인간다운 사회가 될까.

역사를 돌이켜 보면 가혹한 환경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은 신체적 능력이 뛰어난 사람이 아니었다. 네안데르탈인은 사피엔스 종보다 훨씬 키도 크고 몸집도 우람했다. 하지만 그들은 멸망했다. 악조건에서 살아남은 인간 종은 바로 끊임없는 호기심과 유연한 사고, 지적인 문제 해결을 갖춘 자들이다. 극한 상황에서 생존해 나가는 비결은 제대로 본질을 아는 힘이다. 그렇다면 로봇시대 인간의 삶이 어떤 식으로 변화해나갈지 고민해 보고, 성찰하는 것은 생존과도 연결된다. 그와 함께 인간의 본질을 찾아나가는 사유의 힘이 더욱 필요한 때다.

구글의 무인 자동차가 이미 160만 km이상을 주행했다. 로봇 기자가 훨씬 더 빨리 팩트에 기반한 기사를 써 낸다. 자동번역 시대 찰칵 사진만 찍으면 외국어도 바로 번역이 가능하다. 스와힐리어를 하는 아프리카계 임산부가 응급차에서 소통 불가능한 상황에서 구글 번역기로 구호 요원과 소통하며 무사히 아기를 낳은 일화도 있다. 미국 대학병원의 자동 조제 로봇은 600만건의 조제에 투약실수 0건을 기록했다. 학위가 없이도 전 세계의 인터넷으로 배울 수 있다. 감정을 지닌 로봇과 친구가 되고 사랑을 나눌 수도 있는 날이 머지않았다. 영화 ‘Her’에서 인공지능 여성과 사랑에 빠진 남자의 이야기를 그린 바 있다.

반면 인공지능의 시대가 다가오면서 인간은 불안해진다. 현재의 초등학생 65%는 현존하는 직업이 아닌 새로운 직업을 갖게 된다고 말한다. 생존이냐 실패냐. 과연 인간이 하는 일들을 로봇에게 빼앗기는 건 아닐지. 애플의 최고 경영자 팀 쿡 애플은 MIT졸업식 축사에서 “나는 인공지능이 컴퓨터에 인간처럼 생각하는 능력을 부여하는 것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러나 인간이 컴퓨터처럼 생각하는 것은 걱정된다”라고 말했다.

인공지능은 정확하게 기억하고 저장된 정보에 의하여 오차 없이 결정을 내린다. 인공지능에 비하면 인간은 한없이 불완전할 따름이다. 인간의 행위는 기억을 망각하고, 추상적으로 사고하고, 모호하게 결정을 내린다. 그런데 바꾸어 말하면 이것이 가장 인간 사고능력의 핵심 아닐까. 단순한 정보의 저장과 인출 행위를 할 필요가 없다. 컴퓨터에 저장된 메모리 같은 능력을 요구하는 문답식, 오지선다형 시험 문제가 필요 없어진다. 인간의 고유한 능력은 기계가 하지 못하는 분야다. 창의적이고, 성찰적이고, 공감하는 능력 말이다. 타인의 마음을 움직이게 만드는 애매모호함 그 무엇을 말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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