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대학 시간강사, 인문학을 가르치는 연구자. 하지만 이제 그는 대리운전기사를 한다. 스무 살 이후 대학을 벗어나보지 않았던 그는 2014년 9월에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를 연재한 후 대학을 그만뒀다. 과거 대학은 “먹고, 자고, 사랑하는 곳” 이었다면 현재 대학은 “괴물 같은 곳”이라고 말한다. 대학에서 논문 쓰는 것보다 지금 대리운전을 하면서 글을 쓰는 것이 더 가치 있다고 말한다.

김민섭 작가는 대리기사석에서 바라본 한국 사회의 민낯을 들여다보기 위해 ‘대리사회’를 출간했다. 스스로 대학의 주인이라고 여겼지만, 그는 결국 부속품에 불과한 구성원일 따름이었다. 대리운전을 하면서 그리고 서른이 넘어 노동을 하면서 “나는 어떤 존재인가?”를 되묻기 시작했다.

시간강사를 하면서 결혼하였지만 혼인신고를 하지 못했다. 대학에서 강의하는 시간강사에게 건강보험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혼인신고를 하면 건강보험을 납부해야 하는데 생활비의 10%를 보험으로 내면 생계를 감당하기 힘들어진다. 한 달에 80만원 남짓한 강사료, 그마저도 방학에는 수입이 없는 생활을 이어나간다. 많은 시간강사들이 혼인신고 혹은 출생신고까지 미루며 산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다. 당연히 은행에서는 대출도 안 된다. 엄연히 노동하지만 자신의 노동을 서류로 증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아이가 태어난 후 출생신고를 하기 위해 혼인신고를 했고, 한 달에 50만원 더 벌수 있는 일자리를 찾은 것이 바로 맥도날드 아르바이트였다.

“석사, 박사학위는 어느 곳에도 쓸모없었어요. 아이가 태어난 날 일을 구하기 위해 배회하다 구인공고를 봤는데, ‘4대보험 보장, 월수금 새벽 파트타임’이라는 문구만 보고 찾아갔어요. 맥도날드 물류하차 일이었죠. 새벽 6시반 출근해서 12시까지 일하고 오후 1시부터 대학 강의를 했어요. 맥도날드에서의 노동은 철저히 아버지로서의 노동이었어요.”

그는 1년 정도 있으면 박사학위를 받을 수 있는 상황도 포기했다. 10년간 들인 돈과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고 느꼈다. 세상이 더 큰 강의실이고 연구실이라고 말한다. 새로운 노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바로 카카오 대리운전 면접을 본 후 작년부터 대리운전을 한다. 당장 교수님이라는 호칭에서 ‘아저씨’라는 호칭으로 바뀌게 되었다. 타인의 차를 운전하면서 에어컨도 못 틀고 음악도 못 끄는 대리인의 역할을 하면서 수많은 배움이 있었다.

“타인의 운전석에 있으면서 3가지 통제를 경험합니다. 몸의 통제, 말의 통제, 생각의 통제입니다. 내 맘대로 화장실 한 번 갈 수가 없죠, 하고 싶은 말을 못하죠, ‘네네!’라는 대답만 하면서 차주인에게 동조해야하죠. 우리 사회가 바로 거대한 대리사회라는 것을 알게 되었죠. 통제된 사회에서 내 생각을 갖지 못해요. 질문을 할 수 없는 인간이 됩니다.”

아내와 함께 대리운전을 했던 에피소드, 온갖 수치스러운 일, 온전히 몸의 노동으로 번 수입으로 가족을 책임지는 일 등 대학 안에서 있었으면 전혀 알지 못하는 일들을 겪었다. 대학 밖으로 나와 보니 대학이 오히려 기업보다도 전 근대적인 방식으로 착취하는 구조라는 것도 알았다. 10년 넘게 논문만 썼지만 이제 그는 사회의 이야기,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바로 몸으로 겪은 이야기들을 말이다. 거리의 연구자가 되어 자신의 인생의 주인이 된 김민섭 작가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인으로서의 삶을 살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유의 주체가 되어 질문하는 힘을 가져야 한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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