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릉의 정자각. ‘Y’자 형태의 동원이강형으로 사진에서 왼쪽은 예종의 능이며, 오른쪽은 안순왕후 한씨의 능이다.

창릉의 능침 전경. 왕으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앞선 덕종의 능과는 묘제양식의 차이가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앞선 세조의 맏아들인 덕종(1438~1457, 의경세자)이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의도치 않게 1457년 세조와 정희왕후 윤씨의 차남인 해양대군이 세자로 책봉이 되었다. 이후 세조(재위 1455~1468)가 세상을 떠난 뒤 해양대군이 왕위에 오르게 되니 이가 조선의 8번째 왕인 예종(재위 1468∼1469)이다. 하지만 예종은 왕위에 오른 지 불과 13개월 만에 세상을 떠나게 되면서 이후 왕위 계승에 있어 혼란이 가중이 되었는데, 정상적이라면 예종의 아들인 제안대군이 적장자로서 왕위 계승이 이루어져야 했지만, 정희왕후 윤씨(1418~1483)의 선택은 의경세자(추종 덕종)의 차남인 자을산군을 왕위에 올리게 된다. 이번 시간에는 예종의 짧은 치세와 가족사에 대해 한번 알아보고자 한다.

창릉의 장명등. 투박하면서도 무게감을 느낄 수 있다.

무인석에서 바라본 안순왕후 한씨의 능

배면에서 바라본 예종의 능침

너무 이른 예종의 죽음과 제안대군의 운명

왕으로 즉위하기 전 세자 시절 가례를 올렸던 장순왕후 한씨(1445~1462)는 세조찬위의 주요 공신이었던 한명회의 딸로 예종과의 사이에서 인성대군을 낳는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장순왕후 한씨는 산후병으로 불과 17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게 되고, 아들인 인성대군 역시 얼마 가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게 된다. 이후 동궁으로 간택된 안순왕후 한씨(?~1499)가 예종이 즉위한 뒤 왕비로 책봉이 되었는데, 안순왕후 한씨와의 사이에서 그토록 바라던 아들인 제안대군(1466∼1525)을 얻게 된다. 정상적인 후계구도라면 예종이 세상을 떠날 경우 제안대군이 왕위 계승의 강력한 후보였으나, 애석하게도 예종은 일찍 세상을 떠나면서 제안대군은 지지세력이 하나 없는 외톨이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이 때 정희왕후 윤씨는 제안대군의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의경세자의 차남인 자을산군을 왕위에 올리게 되는데, 이가 성종으로 이러한 이유로 제안대군은 살아남기 위해 권력에서 배제되는 비운의 왕자가 되고 말았다. 이처럼 제안대군이 왕위에 오르지 못한 이면에는 예종이 왕권의 강화와 함께 강한 법치주의를 지향하면서 세조 때의 공신세력인 훈구파와의 갈등이 극에 달했기 때문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처럼 훈구파와의 사이가 틀어진 가운데 예종이 세상을 떠나면서 정희왕후 윤씨의 선택을 받지 못한 제안대군은 그야말로 외톨이 신세에 목숨마저 장담하기 힘든 지경이 된 셈이다.

전면에서 바라본 안순왕후 한씨의 능침. 25세에 예종과 사별한 뒤 인혜대비와 명의대비에 봉해졌다.

무인석에서 바라본 안순왕후 한씨의 능침

무인석에서 바라본 예종의 능

이른 죽음과 함께 조성된 예종과 안순왕후 한씨의 창릉

이처럼 예종의 이른 죽음과 함께 조성된 창릉은 앞선 경릉의 예처럼 ‘Y’자 형태의 동원이강릉으로 조성된 조선왕릉으로 왕이 세상을 떠났기에 일반적인 조선왕릉의 예와 동일한 형태인 것을 볼 수 있다. 불과 25세의 나이에 예종과 사별한 안순왕후 한씨는 이후 성종 때 인혜대비로 봉해지고, 연산군 때 명의대비로 봉해졌으나, 정치에 관여하지 않은 채 1498년 세상을 떠나게 되고, 예종이 묻힌 창릉에 함께 안장이 되었다. 창릉의 정자각을 지나, 둥근 사초지에 오르면 예종이 잠든 창릉의 능침과 마주할 수 있다. 그렇게 창릉 앞에 서니 왠지 모르게 쓸쓸한 느낌이 드는 것 같다. 서오릉의 위치나 예종이 살았던 생애를 돌이켜보면, 어쩌면 뜻하지 않게 왕위에 올랐던 예종은 과연 행복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형이었던 의경세자가 세상을 떠나지 않았다면 그저 왕족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삶이 그에게는 더 좋았지 않았을까? 예종이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인 제안대군은 권력에서 배제되고, 구설수에 오르지 않은 결과 비교적 장수하여 중종 때인 1525년 세상을 떠나게 된다.

김희태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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