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연일 혁신을 강조하고 있다. 보수가 ‘유례없는 위기’라면서 인적, 조직, 정책 혁신을 통해 전혀 새로운 보수 우파정당을 만들어 내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얼마 전 발표된 갤럽의 자유한국당 지지율이 7%로 바른정당에 뒤졌으며, 의원 6명의 정의당과 같은 수준이니 현재 보수가 얼마나 방향을 잃었는지를 알 수 있다. 남북 분단 상황에서 보수의 고정 지지층이 최소 30%이상으로 알려져 있는데, 107석과 20석의 두 보수정당 지지율 합이 15% 내외에 그치니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거의 반 토막이 난 셈이다.

가장 큰 원인은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거치면서 친이, 친박 주류들이 번갈아가며 친재벌, 반민주주의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민생을 파탄 냈기 때문이다. 성난 민심이 촛불을 들어 박근혜를 권좌에서 끌어내리고, 정권을 갈아치운 이유이다.

보수 몰락의 책임에는 친이, 친박 할 것 없다. 권력에 취해 이권을 챙기고 비리를 저지르면서 노동자, 농민 등 국민을 탄압한 데 있어 구분이 되지 않는다. 홍준표 자신도 과거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과 새누리당 출신 경남도지사를 역임하면서 책임론의 한가운데 있는 인물이다.

그러나 현재 홍 대표는 이 모든 책임을 친박에게 돌린다. 자신의 사람을 최고위원 등 중요 자리에 앉히면서 인적쇄신을 강조하고 있다. 최순실 국정농단의 책임이 있는 친박세력을 제거하고 그 자리에 친홍 인물을 배치하면 그것이 인적혁신인양 호도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들은 친박 못지않게 ‘돼지발정제’로 친구의 성폭행을 도우려 했거나, ‘여자는 집안일이나 하면 된다’는 왜곡된 사고방식을 가진 홍 대표 역시 구태보수의 핵심으로 간주하고 있다. 대선 기간 내내 전교조와 민주노총을 때려잡아야 한다느니, 문재인 후보 측이 친북 세력이라느니 시대착오적인 냉전논리와 이념 대결을 강조하며 사회분열을 조장하고, TK와 경남에 가서 지역감정을 조장하며 선거를 진흙탕으로 만들면서 70년대 수준으로 되돌려 놓은 장본인이다. 비전과 정책은 없고 오직 막말과 상대방에 대한 빨갱이 색깔 씌우기로 보수층 결집을 시도하면서 얻게 된 별칭이 홍트럼프, 홍키호테였다.

보수가 국민의 사랑을 받으려면 가장 먼저 친재벌 반노동 정책을 끊고 ‘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보수의 이미지를 ‘청렴’과 ‘신뢰’의 이미지로 바꾸어야 한다. 그러나 성완종 리스트 건으로 1억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홍 대표는 연루 의혹 자체만으로 보수를 대표할 자격이 없다. 보수가 얼마나 위기에 처하고 인물이 없으면 비리 의혹과 인신공격성 막말의 달인을 72.75 퍼센트의 지지를 몰아주며 대안으로 내세울 수밖에 없었는지 우리 사회의 불행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이 냉전적 이념과 망국적 지역주의, 여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비리 의혹에 연루돼 있으면서 무슨 정책·인적·조직 쇄신을 한다는 것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시장경제와 안보, 질서를 중시하는 보수정당은 도덕성과 책임성, 따뜻한 공동체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신뢰를 확보할 때만이 안정적인 존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의 자유한국당은 최소한의 믿음조차도 국민에게 주고 있지 못하다. 총선과 대선의 참패에도 불구하고, 자신들이 함께 저지른 박근혜 최순실 패악질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과 책임감도 없이 문재인 정부 집권 첫날부터 초지일관 ‘묻지마식 발목잡기’에 나서며 빈축을 사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서민경제를 살리기 위한 응급처방 격인 추경 심사에도 응하지 않으려면 차라리 배지를 떼고 국회 해산이라도 주장할 일이다.

자유한국당과 홍 대표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친박과 홍준표 세력의 이전투구 권력투쟁이 아니라 홍 대표와 친박이 먼저 철저히 반성하는 의미로 몇 번이고 세탁기에 들어가 철저히 찌든 때를 털어내는 일이다. 과거처럼 당사를 팔아 천막이라도 펼치거나 소장파들이 정풍운동을 벌이거나 경제민주화와 무상보육을 한다고 쇼라도 벌여야 할 것 아닌가.

조백현 발행인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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