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로 대한민국에서 사는 것은 편견과 맞서는 일이다. 자신의 성적인 정체성을 뒤늦게 발견하면서 혼란을 겪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우리나라의 동성 결혼 커플 1호라고 알려진 김조광수 감독은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해 활동하며 최근에는 양심수 석방을 위한 활동을 이어나간다. 군형법으로 유죄를 받은 A대위 같은 양심수 문제를 이야기했다.

“미군의 군형법을 그대로 따라서 만든 대한민국의 군 형법은 폐기되어야 합니다. 군형법 92조 6에 의거하여 유죄 선고받은 A대위 같은 양심수들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미 폐기한 미군들의 군 형법을 아직도 한국은 따르고 있습니다. ‘항문성교나 그 밖의 추행을 한 사람은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는 조항. 군대 내 기강을 바로잡기 위한 항목이라고 합니다. 이는 징계가 아닌 형법상 처벌이 이루어지는 항목입니다. 국가의 공권력에 의한 엄연한 차별 아닐까요? 징역형을 받은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2013년 공개적으로 동성결혼식을 올리고 동성혼의 법적 인정을 위해 싸우고 있는 영화감독 김조광수는 ‘위헌적 법률 군형법 92조의 6에 의거한 성소수자 색출과 처벌에 악용하지 말라’고 하면서 용산의 국방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한 바 있다. 이제는 오히려 정치권에서 동성애 지지 혹은 반대 발언이 민감한 이슈가 된다. 지난 19대 대선 당시 토론회에서도 동성애 문제로 뜨거웠다. 동성애 찬성하냐는 질문에 당시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반대한다’고 말했다가 곧바로 말을 바꾸었다. ‘동성애 반대가 아니라 동성혼 반대’라며 궁색하게 변명했다. 동성혼 합법화 찬반에 대한 한국갤럽의 조사에서 이미 19~29세는 66%가 찬성을 표한 바 있다. 동성혼이 함의하고 있는 사회적인 뜻이 무엇인가를 물었다.

“동성애냐 이성애냐를 떠나서 평등의 문제로 접근해야 해요. 국민의 권리인데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차별 아닌가요? 네덜란드는 2001년 최초로 동성혼을 합법화하였고, 지난 5월 대만은 아시아 국가 중 처음으로 동성혼을 합법화했습니다. 동성혼은 바로 인권의 문제입니다. 그에 따른 군형법 역시 폐기되어야 합니다. 타인의 고통에 무관심한 사회 속에서 성소수자들은 존재하지 않는 인간으로 배제된 채 살아갑니다.”

최근 ‘런던 프라이드’라는 영화가 개봉되면서 김조광수 감독은 영화상영회의 패널로 여러 번 초청되기도 했다. 보수적인 영국사회에서 1980년대 동성애 처벌법이 존재하였고, 에이즈 논란 등으로 동성애자의 사회적 지위는 굉장히 낮았다. ‘런던프라이드’ 영화에서는 파업한 광산 노동자들을 돕기 위해 런던의 호모·레즈비언과 같은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모금운동을 하는 장면이 보여진다. 실제로 1985년 영국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약자를 돕는 또 다른 약자와의 연대는 눈물겨웠다. 혹시 한국에도 비슷한 일은 없었느냐고 질문했다.

“몇 년 전 쌍용노조 사태 때 노조를 돕는 일을 하려 했는데, 오히려 ‘너네 같은 것들 도움 필요 없다’고 하면서 무시했죠. 하지만 나중에는 서로 힘을 합친 일도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한다. 부족하고, 약한 사람들의 연대가 앞으로는 중요해질 것이다. 최근에는 아일랜드의 새로운 총리가 동성애자라고 하면서 커밍아웃을 한 바 있다. 정치권 안에서도 성의 다양성에 대한 담론이 커진다. 동성애는 찬반 영역이 아닌 인권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자신의 성적인 결정권을 따르는 일이지 사회적인 결정에 따르는 일은 결코 아니다. 김조광수 감독에게 인권 운동을 이어나가는 이유를 물었다.

“미군 내의 동성애 비율이 가장 높습니다. 역사상 강력했던 군대도 스파르타 군입니다. 동성애와 군 기강이 헤이해진다는 것은 전혀 상관관계가 없습니다. 동성애를 공격하기 위한 논리일 뿐입니다. 동성애든 이성애든 인권을 쟁취하기 위한 약자들의 목소리는 우리 사회에서 필요합니다. 다양성을 인정하고,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나라가 되는 것, 타인의 삶을 존중하고 다름을 인정하는 나라, 대한민국이 나아갈 모습입니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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