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신화 속 주인공 중 신들의 뜻을 인간에게 전하는 전령 역할을 하는 헤르메스. 유동걸 선생님은 스스로 헤르메스의 역마살을 타고 난 사람이라고 한다. 끝없이 헤매고 돌아다니며 이 곳 저 곳으로 소식을 전하는 사람. 2000년도부터 토론식 수업에 눈을 떴고 이후 『토론의 전사』1~3권, 『질문이 있는 교실』『공부를 사랑하라』『강자들은 토론하지 않는다』 등의 저서를 써냈다. 온몸으로 배우고 익히는 공부를 삶의 현장에서 익혔다. 최근에는 『헤르메스적 글쓰기』를 펴내 글과 삶이 하나임을 보여주었다.

얼마 전 지금껏 총 7권의 책을 펴낸 기념으로 출간 기념회를 열었다. 7월 7일 오후 7시. 예사롭지 않은 운명의 때. 치열한 삶의 결과물을 하루 안에 보여줄 수는 없지만 그는 자신을 이루게 한 7명의 스승에 관한 이야기로 시작했다.

“나를 성장시킨 스승. 어떤 분들이 떠오르나요? 저는 밥, 몸, 쿵푸와 지금, 영화, 병, 욕망, 시간. 이렇게 일곱 스승을 생각해 봅니다. 결국 먹고, 욕망하고, 아프고, 보고 읽는 모든 것들이 스승인 셈입니다.”

이처럼 그는 혼자 꾸는 꿈보다 함께 꾸는 현실을 꿈꾼다. 가장 큰 소원이 여전히 통일이라 말한 바 있다. 몇 년 전 토론공화국을 소망하며 쓴 『강자들은 토론하지 않는다』가 있다. 박근혜 파면 이유를 “대통령으로 예우하며 토론하라고 말했건만 토론은커녕 질문 하나 안 받더니 스스로 무덤을 팠다”라며 유쾌하게 말한다.

이미 유동걸 선생님의 수업은 책과 말, 글이 하나로 어우러진 쌍방향 토론 수업으로 유명하다. 21세기는 교사가 모든 것을 가르치는 계몽주의적인 사관의 권위를 내려놓고 지식 기획자로 나아가야 한다. 소통이 교실 수업에서부터 시작되어 사회로 확산되어야 한다. 책, 드라마, 영화 등 다양한 소재를 발굴하여 토론 수업을 한다. 입시에 연연하지 말고 스스로 인생의 주인공이 되는 공부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1988년 교단에 섰고 2017년 3월 한 학기동안 무급휴직을 신청하여 자유인으로의 바램을 이미 이뤘다.

“두 번의 제주, 광주, 영광, 거제, 창원, 진영, 울산, 포항, 추천, 대구, 구미, 안동, 제천, 세종, 인천, 고령, 전주. 그리고 러시아의 블리디보스톡과 핫산, 슬라비양카 해안, 서울 곳곳을 다닌 여정은 수만 킬로미터 될 듯합니다. 배움의 열정과 시대적인 사명을 다시금 가슴에 끌어안게 된 시간이라고나 할까요. 또한 북씨네와 대륙학교에서 배움을 이어나가며 영화평론가 정성일을 스승으로 받아들였습니다.”

스스로 학교 안에 갇힌 교사가 되길 거부하고, 토론의 전령사가 되어 부르는 곳으로 달려간다. “이야기하는 공부가 혼자 하는 공부보다 2배 이상 효과가 높아요. 자기 말이 남의 생각에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느끼며 수업 참여도 향상됩니다” 고 말한다. 스스로 배움을 터득하고, 즐기는 과정을 온몸으로 습득하는 행위가 토론이다. 문제풀이식 정답을 찾는 건 진짜 공부가 아니다. 글쓰기 책을 펴낸 이유이기도 하다.

“모든 사람들은 소통의 욕구가 내면에 있습니다. 세상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글쓰기의 출발입니다. 타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에서부터 생명력 있는 글이 됩니다. 소통의 핵심은 모두 벗어 던지는 거예요. 검열에서 벗어나고, 슬픔과 번뇌와 쾌락과 비루함도 벗어 던지는 것. 결국 글쓰기는 자신을 구원하는 일이자 수련입니다. 진정성 있는 글만이 타인을 감동시킬 수 있어요.”

‘나는 이렇게 썼다’고 자신 있게 글쓰기 비법을 전하는 유동걸 선생님의 일곱 번째 저서『헤르메스적 글쓰기』. 그의 삶과 글을 엿보고 싶은 분들에게 추천하는 바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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