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계의 구분으로 알려진 금천교

희릉의 정자각으로 향하는 신도와 어도

한창 방영되고 있는 ‘7일의 왕비’는 중종(재위 1506∼1544)과 단경왕후 신씨(1487∼1557)의 이야기를 다룬 내용으로, 오늘 소개할 장경왕후 윤씨(1491~1515)는 단경왕후 신씨가 폐위된 뒤, 새로운 왕비가 되는 인물이다. 장경왕후 윤씨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배경이 된 연산군의 폐위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 연산군(재위 1494∼1506)이 왕위에 오른 뒤 연이은 사화로 정치적 혼란을 야기 시켰는데, 사치와 향락을 일삼고 아버지의 후궁을 죽이는가 하면 사간원을 폐지해 언론을 탄압하는 등 조선 역사상 최악의 폭정으로 그 기반이 와해가 되고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당시 이조참판이던 성희안(1461∼1513)과 중추부지사 박원종(1467∼1510) 등의 반정세력이 성종의 또 다른 아들인 진성대군(이하 중종, 재위 1506∼1544)을 구심점으로 반정을 모의하게 이르렀다. 이 때 반정세력은 연산군의 처남이었던 신수근(1450년~1506)에게 회유를 시도했는데, 이에 신수근은 연산군의 세자는 현명하다는 이유로 제안을 거부했다. 결국 중종반정으로, 연산군이 폐위되면서 자연스럽게 신수근 역시 반정세력에 의해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이후 반정세력에 의해 중종이 옹립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대군 시절 아내로 맞아들인 신씨가 왕비로 책봉이 되었는데, 이가 단경왕후 신씨였다. 문제는 단경왕후 신씨의 아버지가 신수근이었던 까닭에 반정공신들의 반발을 불러오게 되고, 결국 반정공신들의 압박을 이기지 못했던 중종이 단경왕후 신씨를 폐위하면서 왕비로 책봉된 지 7일 만에 강제 이혼을 당하게 된다. 그리고 이 때 반정공신의 한 사람이었던 영돈년부사 윤여필(1466~1555)의 딸인 윤씨가 1507년 새로운 왕비로 책봉이 되니 이가 오늘 소개할 장경왕후 윤씨였다.

희릉의 비각

장경왕후 윤씨가 잠든 희릉의 능침 전경

희릉의 상석. 후기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산후병으로 세상을 떠난 장경왕후 윤씨와 폐비 신씨의 복위논란

이처럼 단경왕후 신씨가 폐위되면서 당시 종4품 숙원이던 장경왕후 윤씨는 새로운 왕비로 책봉이 되었는데, 중종과의 사이에서 인종(재위 1544~1545)과 효혜공주(1511~1531)를 낳게 된다. 하지만 아쉽게도 장경왕후 윤씨에 관한 기록은 그리 많지가 않은데, 이는 왕비로 책봉된 지 불과 8년 뒤인 1515년 인종을 낳은 후 산후병으로 경복궁 별전에서 세상을 떠나게 된 까닭이다. 장경왕후 윤씨가 세상을 떠난 뒤 폐비가 된 신씨에 대해 동정 여론이 일어나게 되고, 당시 순창군수로 있던 김정(1486~1521)과 담양부사 박상(1474~1530), 무안현감 유옥(1487∼1519) 등 세 사람이 강천산에 자리한 계곡에 모여서 폐비 신씨의 복위를 주장하는 상소를 올리기도 했다. 하지만 폐비가 다시 복위가 될 경우 원자인 인종의 위치가 애매해진다는 점과 반정공신들의 반발 속에 복위 논란은 곧 잠잠해졌다. 이후 중종은 새로운 계비를 들이게 되니 이가 문정왕후 윤씨(1501~1565)였다.

단경왕후 신씨의 복위와 관련한 이야기가 전하는 순창 삼인대

문인석에서 바라본 무인석과 석마

무인석에서 바라본 제향공간

서삼릉으로 옮겨지기 까지 우여곡절을 겪은 장경왕후 윤씨의 ‘희릉’

현재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원당동에 자리한 서삼릉 안에 장경왕후 윤씨의 ‘희릉’이 조성되어 있다. 본래 ‘희릉’의 위치는 지금의 서울시 서초구에 자리한, 인릉의 서쪽에 위치했지만, 풍수지리적으로 좋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현재의 위치인 서삼릉으로 옮겨지게 된다. 현 위치로 옮겨진 뒤에는 본래 이곳에 있던 중종의 능에 더해 장경왕후 윤씨의 능이 ‘Y’자 형태의 동원이강릉 형태로 함께 조성이 되면서 이곳의 명칭 역시 ‘정릉’으로 불렸다. 하지만 인종의 뒤를 이어 명종(재위 1545∼1567)이 즉위하면서, 아직 어린 명종을 대신해 섭정을 했던 문정왕후 윤씨에 의해 중종의 능은 지금의 서울시 강남구 삼성동의 ‘선릉’ 옆으로 옮겨지게 되고, 자연스럽게 하나의 능만 남게 된 장경왕후 윤씨의 능은 ‘희릉’으로 불려지게 되었다. 조선 전기의 왕릉 양식을 볼 수 있는 ‘희릉’은 현재 서삼릉 내에 자리하고 있는데, 서삼릉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40곳의 조선왕릉 가운데에서 훼손 정도가 가장 심한 곳으로 평가된다. 단적으로 ‘희릉’을 경계로 한국마사회의 종마장이 자리하고 있고, 농협중앙회의 종우장 역시 넓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에 서삼릉은 왕릉과 왕릉이 서로 단절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렇게 단절된 왕릉이 ‘희릉’과 장경왕후 윤씨의 아들인 인종의 ‘효릉’이라는 점에서 서삼릉은 외형만 파괴된 것이 아닌지도 모른다.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했는지 문화재청에서도 농협중앙회의 땅을 매입하여 서삼릉의 복원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니 관심 있게 지켜볼 일이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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