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지를 사랑하는 학생이 본인 집 한쪽에 도서관을 마련해 ‘삼국지 도서관’을 열었다. 여름방학을 맞아 아파트 단지 내 친구들에게 개방을 한다고 해서 궁금해 찾아가 보았다.

어린 소녀 관장님을 따라 삼국지 도서관에 들어갔더니 아담하고 작은 책장들 속에 삼국지 관련 서적이 가득하다. 만화로 된 시리즈물부터 이문열의 삼국지까지 다양한 버전의 삼국지가 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우연히 만화로 된 삼국지를 읽게 됐는데 재미있어서 푹 빠지게 됐어요. 그 안에 있는 인물 캐릭터들이 하나하나 흥미롭고 관심이 갔죠. 그때부터 삼국지와 관련된 정보를 모으고 책을 보게 된 것 같아요. 그런데 주변에 삼국지를 좋아하는 친구들이 적어서 같이 얘기 나눌 사람이 없었어요. 만화 삼국지를 빌려주기도 하고 친구들에게 삼국지를 전파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여름방학을 맞아 도서관을 열게 됐어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을 함께 나눌 친구를 만들기 위해 도서관을 열었다는 김소연 양은 올해 중학교 1학년이다. 그동안 삼국지를 좋아하는 남학생들을 만나긴 했지만 삼국지에 대해 계속 이야기 나눌 친구를 만나기는 쉽지 않았다. 삼국지 관련 서적을 구비하고 친구들에게 소개할 수 있는 도서관을 생각해낸 소연 양의 계획은 부모님의 지지로 실현되었다.

“아빠가 도서관 시행 계획서를 써 오라고 했어요. 이걸 하는 목적과 운영 효과 등을 검토해 보시고 지원해 주신다고 해서 열심히 썼지요. 도서 구입비로 30만원도 지원해 주시고, 이렇게 운영할 수 있도록 엄마도 도와 주셔서 좋아요.”

중학생이 관장이고 혼자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도서관이지만 집 안에 있다 보니 집을 공개하는 건 엄마의 몫이고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텐데 소연 양의 어머님도 도서관 운영에 큰 몫을 하고 있다. 방학이면 여기저기 학원 다니기 바쁜 아이들과 달리 매일 1시부터 6시까지 도서관을 지키는 딸을 바라보며 집을 개방하는 소연양의 어머니 이야기도 들어 보았다.

“소연이는 삼국지를 좋아하고 깊이 파면서 관심이 다른 것까지 뻗어 나가요. 중국 역사와 지리도 공부하고, 삼국지 관련 시나리오도 쓰고 음악도 작곡하고 그림도 그려요. 자신이 관심 있는 것에서 시작해서 다양하게 뻗어 나가니까 저는 지켜보기만 하면 돼요. 그리고 원하는 걸 하기 위해서 스스로 학교 공부 예습, 복습을 철저히 하고 해야 할 일들을 해내니까 엄마로선 반대할 이유가 없어요.”

자신이 원하는 것에 깊이 몰입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는 부모님과 그것에 몰입함으로서 관심 분야를 점점 더 넓혀나간다는 것을 교육학 관련 서적에서만 봤는데, 이론이 눈앞에서 생중계되고 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제가 10월 달 학교 축제에서 공연하려고 적벽대전을 주제로 뮤지컬 시나리오를 썼어요. 음악도 직접 작사, 작곡하고 해서 담임선생님께 허락을 받았고 현재 14명의 친구들이 같이하겠다고 모였어요. 예선을 통과해야 본선에서 축제 때 공연할 수 있는데 이 공연을 통해 친구들이 삼국지에 대해 좀 더 많이 알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삼국지 이야기만 나오면 신이 나는 소연 양은 삼국지로 할 수 있는 모든 걸 하고 있다. 삼국지 속 캐릭터들을 여성화시켜 만화 캐릭터로 그림을 그리고 클레이로 만들기도 한다. 또, 등장인물의 옷을 직접 만들어서 코스프레도 해 본다. 중국 성도에도 여행을 다녀왔는데 삼국지 무대가 된 곳을 모두 가 보고 싶다고 한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삼국지 속 인물은 제갈량이에요. 자신의 부하 마속의 목을 벨 만큼 공평한 사람이고, 유비와 의리를 지키기 위해 6번이나 위험에 처하잖아요. 그래서 좋아하고 그런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런데 지금의 저는 마속과 닮았어요. 자기 능력보다 일을 크게 벌리고 행동은 그만큼 따라오지 않는 것 같은데 제갈량처럼 되는 게 목표에요.”

엄마는 냉철하고 카리스마 있으면서 속을 모르겠어서 조조를 닮았다하고, 아빠는 둥글둥글하고 무난한 면에서는 유비 같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면은 제갈량 같다고 하는 소연 양은 삼국지 캐릭터로 주변 사람들을 분석하는 데 뛰어나다. 삼국지를 좋아하는 이유가 등장인물 때문이라고 했는데, 사람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많아서 도서관도 운영하게 된 것 같다.

“도서관에 많은 사람들이 와서 삼국지에 대해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제가 친구들에게 재미있게 잘 설명해 줄 수 있으니까 많이많이 왔으면 좋겠는데 아직까지 주변에 아는 친구들만 다녀갔어요. 사전에 연락만 해 주시면 오후 1시부터 6시까지는 평일에 언제나 열려 있으니까 관심 있는 분들이 많이 왔으면 좋겠어요.”

여름 방학이 끝나감에 따라 폐관을 앞두고 있는 소연 양은 도서관 첫 개관 이벤트로 삼국지 독후 활동 대회도 마련했다. 내가 원하는 걸 직접 기획하고 실험하고 실천해 보는 소연 양의 삼국지 도서관이 잘 마무리 되고, 다음 겨울 방학에도 꼭 다시 열릴 수 있길 바란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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