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가 세상을 떠난 뒤 정조와 수빈 박 씨의 소생인 순조(재위 1800~1834)가 즉위를 하게 된다. 이 시기 왕실의 가계를 살펴보면 정조는 원비인 효의왕후 김 씨(1753~1821)와의 사이에서 아들을 낳지 못했기에 후궁이었던 의빈 성 씨(1753~1786)에게서 그토록 기다리던 아들을 얻게 되는데, 이가 문효세자(1782~1786)였다. 하지만 안타깝게 문효세자가 일찍 요절하면서, 수빈 박 씨와의 사이에서 얻은 아들인 이공, 즉 순조가 왕위에 오르게 된다. 그리고 이 순조의 아들이 바로 오늘 소개할 효명세자로, 효명세자는 순조와 순원왕후 김 씨(1789∼1857)와의 사이에서 태어났는데, 순조 그 자신이 너무 어린 나이에 왕위에 올랐던 탓에 안동 김 씨 세력에 눌려 제대로 왕권을 행사하지 못했기에, 완벽한 정통성을 지닌 효명세자에게 많은 기대를 걸게 된다. 앞선 조선왕실의 사례에서 완벽한 정통성을 지녔던 숙종이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환국정치를 단행했던 것을 본다면, 순조가 효명세자에게 이러한 기대를 했던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오늘은 효명세자의 생애와 왕으로 추존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이 가운데 훗날 고종을 왕위에 세우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던 효명세자의 비, 신정왕후 조 씨(1808∼1890)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익종과 신정왕후 조 씨의 ‘수릉’의 전경

제향공간의 핵심인 정자각의 모습

효명세자의 요절과 세도정치의 심화

효명세자가 태어난 지 불과 3년 뒤인 1812년 세자로 책봉이 된데 이어, 10살이 될 무렵에는 세자빈 조 씨와 가례를 맺게 된다. 당시 순조에게는 효명세자가 유일한 아들이자, 완벽한 정통성을 지니고 있었기에, 이제까지 억눌렸던 왕권을 강화하고 자신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고 이러한 기대는 1830년에 순조가 효명세자에게 대리청정을 명하게 하는데, 이 때의 대리청정은 효명세자의 제왕수업을 위한 하나의 포석이었던 셈이다. 순조의 기대를 한 몸에 안은 효명세자에 대한 평가는 의외로 좋은 편으로, 대리청정 기간 중 신상필벌이 명확했고, 자신의 권위를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을 보인다. 특히 효명세자는 예술에 대한 조회가 깊고, 특히 무용에 대한 관심이 남달랐다. 그리고 이를 왕실의 권위를 높이는 장치로 사용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궁중무용인 정재무(呈才舞)로, 세자가 다수를 창작하기도 했다. 한편 정치권력의 추가 기울었던 안동 김 씨 세력을 견제하고자, 세자빈 조 씨의 집안인 풍양 조 씨를 끌어들여 정치권력의 균형을 맞추고자 했다. 이러한 효명세자의 모습 때문에 일찍 요절하지 않았다면 조선 후기에 겪었던 세도정치의 막장은 피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하지만 대리청정을 시작한지 4년 뒤인 1834년 효명세자의 급서는 이 모든 것을 물거품으로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 때 순조는 큰 좌절과 절망에 빠진 것으로 보이는데, 이 때 아들을 위해 직접 지은 제문은 지금 봐도 비통한 심정이 그대로 담겨 있다. 효명세자가 세상을 떠난 뒤 조정은 이전과 달리 풍양 조 씨와 안동 김 씨가 서로의 묵인 아래 세도정치를 더욱 심화시키게 된다. 그리고 이에 대항하지 못할 정도로 구심력을 잃어갔던 왕실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으며, 이로 인해 조선후기 난맥상이 그대로 노출이 되어 갔다. 훗날 효명세자의 아들이던 헌종(재위 1834∼1849)이 즉위하면서, 자신의 아버지인 효명세자를 ‘익종’으로 추존했으며, 이후 고종(재위 1863∼1907)이 대한제국을 선포하면서 ‘문조익황제’로 추존이 되었다.

수릉의 능침공간. 조선왕릉의 예법에 따라 조성된 모습을 볼 수 있다.

‘수릉’의 문인석. 조선 후기의 석물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능침에서 바라본 정자각의 모습

연경묘에서 수릉이 되기까지

1834년 순조의 기대를 한 몸에 받던 효명세자가 요절한 뒤 이를 비통하게 생각했던 순조는 현재 서울시 석관동에 자리한 의릉 인근에 연경묘를 조성한다. 이후 아들인 헌종이 왕위에 오르면서 문효세자는 익종으로 추존이 되었으며 이 때 능호는 수릉이라 명명되었다. 한편 의릉 인근의 연경묘의 자리가 풍수지리적으로 좋지 않다는 의견에 따라 양주에 있는 용마산 아래로 묘를 옮겼다가 이후 신정왕후 조 씨가 세상을 떠난 해인 1890년 현재의 구리시 인창동에 자리한 동구릉 내에 천장이 되면서 수릉은 익종과 신정왕후 조 씨의 합장릉으로 조성이 되었다. 한편 남편을 먼저 보낸 세자빈 조 씨는 효명세자가 왕으로 추존이 되면서 왕후의 지위에 오르게 되었으며, 이 때부터 역사에서 신정왕후 조 씨로 등장하게 된다. 효명세자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인 헌종이 왕위에 오르며 대비로 봉해지게 되는데, 안타깝게도 헌종 역시 세상을 떠나게 되는데, 심지어 헌종은 후사를 남기지도 못했다. 이후 철종(재위 1849~1863)이 즉위하며, 한 동안 잊혀져 있던 신정왕후 조 씨는 철종이 세상을 떠난 뒤 다시금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때 비어있는 왕위에 훗날 대원군이 되는 흥선군 이하응(1820∼1898)의 차남인 명복을 왕위에 올리게 되니 이가 고종이다. 물론 신정왕후 조 씨 역시 자신의 가문의 이익을 위해 움직였던 측면이 없지 않지만, 역설적이게도 그녀로 인해 안동 김 씨의 세도정치가 무너지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니 역사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다. 의외로 수릉이 한 동안 비공개 능역이었던 탓에 수릉의 존재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이가 생각보다 드문 편이다. 동구릉의 재실을 지나면 가장 먼저 만날 수 있는 수릉은 크게 정자각을 중심으로 제향공간과 능침이 자리한 능침공간으로 구분이 되는데, 합장릉으로 조성된 봉분과 중앙에는 상석과 향로석, 장명등이 세워져 있다. 봉분의 좌우에는 망주석이 1쌍, 문인석과 무인석이 각 1쌍, 석마가 2쌍이 자리하고 있으며, 봉분의 뒤로 능을 수호하는 석양 2쌍과 석호 2쌍의 석물이 자리하고 있다. 화려한 왕릉으로 조성이 되었지만, 효명세자의 안타까운 요절은 부왕인 순조에게 비통함을 안겨주었고, 조정에서는 세도정치가 막장으로 치닫게 된다. 이러한 혼란은 결국 백성들에게 영향을 주어 삼정의 문란 속에 민란은 전국적으로 번져가게 된다. 이러한 모든 것이 요인이 되어 조선은 변화하는 시대에 대응하지 못한 채 점차 그 종막을 향해 나아가게 된다.

김희태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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