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의 재활과 일자리 제공을 위한 사회적기업 ㈜우리동네에서 운영하는 커피점이 있다. ‘행복한 우리 동네 의원’ 아래층에 위치한 커피점을 운영하는 이영준 점장을 만나 우리동네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정신과 관련 일을 하시는 분들과 의사 2분 등이 우리동네 주식회사를 설립해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습니다. 정신장애의 특성이 질환의 원인을 알 수가 없다는 겁니다. 그래서 치료가 힘들고 유병률이 높아요. 질환을 치료하는 가운데 환자 가족의 경제적 문제도 발생합니다. 이러다 보니 혼자 생활하는 정신장애인 분들이 많은데 경제적 자립이 안 되니 사회적으로 방치가 되는 상황이에요. 이러한 문제들을 돕고자 ‘행복한 우리 동네’라는 병원을 운영하시는 세분 원장님을 비롯한 몇몇 분들이 우리동네 주식회사를 만들었습니다.”

우리동네가 맨 처음 시작했던 사업은 24시 편의점이었다. 대기업 브랜드 프랜차이즈가 아닌 자체 편의점을 운영했는데 수익이 나기 시작하니까 건물주가 나가라고 해 다른 사업으로 전환할 수밖에 없었다.

“정신장애인들의 특성상 단순화, 분업화해서 일을 해야 합니다. 운동화 빨래방 사업을 2008년도에 시작했는데 시장경제와 단가가 맞지 않았어요. 2009년에 세탁소도 함께 하면 세탁기술자에게 기술을 배워볼까 했는데 정신장애인들이 해내기엔 힘들더라고요. 당시 세탁소를 접기 직전 커피점을 창업했고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2009년 커피점을 창업할 때만 해도 지금처럼 커피전문점이 많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에는 아주대 앞에서 시작했는데 주위에 커피전문점이 3곳 정도였다고 한다. 원두를 직접 로스팅 해서 판매하는 우리동네 커피점은 희소가치에서 수익성이 있었고, 현재도 원두를 직접 로스팅 해 수원에 많은 커피전문점에 납품하고 있다.

“커피 로스팅으로 수익을 내고 그 수익으로 다른 사업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어요. 우리동네가 처음 시작할 때만해도 정신장애인들이 일하는 것에 관심이 적었는데 이제는 관심 갖는 분들이 생겨서 저희는 고용환경을 조성하는 쪽에 초점을 두고자 합니다. 정신장애인 분들이 바리스타 자격증을 딸 수 있도록 직업 훈련을 하거나, 재활 훈련을 하는 것 등 사회로 나갈 수 있는 준비에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우리동네에서는 커피점뿐만 아니라 정신건강 연구소도 운영하고 있는데, 정신질환 사례를 연구하고 이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내는 것에 목표를 두고 있다. 처음 시작 당시 정신장애인들을 위한 이 일이 성공할지 실패할지 모르는 가운데 시작했다고 한다. 어떤 결과든 그것을 토대로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이 늘어날 것이라는 생각이었던 우리동네는 지금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정신장애인들의 특징을 이해하지 못하면 일반인들은 상대가 자신을 공격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상행동이 상황과 여건에 따라 싸이클을 가지고 나타나는 데 이게 그 사람 본심이 아니라 질환에 의한 것이라는 걸 알게 되면 이해가 되는 데 모르니 두렵고 불안한 거죠. 평소에는 일반인과 비슷하다 보니 고쳐질 것 같은데 안 고쳐진다면서 마음이 약해서라고 생각하는 건 질환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서입니다. 저희가 정신장애인을 위한 사업과 프로그램을 하는 건 이 분들이 사회로 나아가 함께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건데 아직 사회가 질환에 대한 이해나 준비가 안 되어 있어서 힘든 점이 많아요.”

유럽 같은 경우 정신장애에 대한 교육을 초등학교 때부터 한다. 우리 사회 구성원으로서 함께 살아가야 할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그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함께 부담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이 필요하다.

“정신장애인의 경우 질환의 특성에 대해 이해하고 그에 따른 접근이 필요한데 현재는 장애인고용법, 장애인 직업 교육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분들은 신체장애를 가진 분들과 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특별법이 필요해요. 신체장애인의 근무 환경을 위해서 물리적 환경을 바꿔야 되는 것처럼 정신장애인을 위해선 우리의 인식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 분들의 특징을 이해하고 그 질환을 수용하는 마음이 있는 사업장이어야지만 일반인과 함께 일할 수 있어요.”

신체장애와 다르게 눈으로 볼 수 없는 정신장애는 우리가 배려해야 할 대상과 상황이 뚜렷하지 않다. 평소 마음을 내어 그들을 이해하고 알아가는 시간이 있어야 된다. 이는 어느 한 개인이 마음을 내어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사회가 함께 해야 할 일이다.

“저도 처음에 일할 때는 정신장애 질환을 앓고 있었습니다. 세탁소 사업부터 함께 해 왔고 지금은 로스팅을 하고 있는데요. 이곳에서 함께 일하고 프로그램을 하는 정신장애인 분들의 마음을 제가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죠. 쉽지 않은 일이지만 나의 인생만 생각하던 삶에서 함께 하는 삶으로 변화하는 계기가 되어 보람됩니다.”

사회적 인식 변화가 가장 시급하다고 이야기하는 이영준 점장은 우리동네를 통해 희망을 보았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면 사람들이 배척하거나 이해하지 못할 줄 알았는데 행동변화로 나타나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을 느꼈다고 한다.

“앞으로는 요식업을 해 보려고 구상하고 있습니다. 한, 두 가지 음식만을 판매하는 영업장에서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할 수 있는 서빙과 요리를 훈련해 볼 수 있었으면 싶어요. 이를 위해선 영업장을 직접 만들거나 함께 할 분을 찾아야 되는데 아직은 모두 구상단계에요.”

대중매체에서 정신질환을 다룰 때는 사건사고와 관련된 이야기가 주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은 그 질환에 대해 무지와 매체의 이미지에 의해 만들어진다. 사실 정신질환자의 범죄율은 일반사람들에 비해 절반정도 밖에 되지 않는다. 정신장애인들은 겁이 많아 위축되는 경우가 많고 화를 내는 건 무섭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경제적 지원과 일자리 제공이 절실하다. 우리에게 꼭 필요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가지 않은 길을 먼저 걷고 있는 우리동네가 만들 아름다운 동네가 앞으로 많은 곳에 생겼으면 한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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