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심한 말더듬이였습니다. 악필에 음치이기도 했죠. 이러한 ‘껍질’이라고 불리는 것들을 오랫동안 깨뜨릴 수 없었죠.”

이렇게 말하는 박현수 씨는 현재 고등학교 수학 교사이자 ‘슬로비의 미루기 습관 탈출기’ 라는 책을 쓴 저자이기도 하다. 어릴 때는 말더듬이 심해 발표를 하거나 소리 내어 책 읽는 것도 할 수 없었다고 한다. 친구들이 당연히 놀리고 스스로 껍질 속에 갇혀 살았다. 사탕을 먹으며 혀를 움직이는 운동도 하고, 산에 가서 책읽기도 했지만 고쳐지지 않았다. 심한 악필이기도 했다. 아무도 알아볼 수 없는 글씨는 해독 불가능이었다. 수학여행 가는 버스 안에서 노래를 불렀는데 모두들 무시했다.

그의 껍질은 이제 더 이상 껍질이 아니다. ‘나는 원래 이래, 내가 그렇지 뭐’라고 부정적으로만 생각해왔던 것들이 사라졌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껍질을 갖고 있다. 그것으로 위축되고 자신감이 상실되기도 한다. 대인관계에 지장이 생긴다. 심지어 꿈이나 목표마저 사라진다. 하지만 그는 껍질 속에 갇히길 거부했고, 하나 둘 깨뜨리는 과정을 겪었다.

“고3때 편지 친구를 만나면서 펜글씨를 연습했어요. 일주일 노력하니 글씨가 좋아지더라고요. 하지만 딱 일주일 후에 다시 돌아왔어요. 그 다음 번 한 달을 노력하니 한 달 간은 글씨가 정자체로 좋아졌어요. 또 한 달 뒤 돌아왔죠. ‘아 내가 노력을 쏟은 시간만큼 지속되는 거구나. 그렇다면 노력을 계속 하면 좋아지겠지’라는 깨달음을 어느 순간 얻었어요.”

어릴 때부터 꿈이 수학 교사였다. 하지만 친구들 모두 “말더듬이인 네가 선생님을 어떻게 해! 글씨도 못 써서 애들이 못 알아 볼텐데”라면서 놀렸다. 점점 위축되면서 꿈까지 사라졌던 순간을 생각하면 10대 고등학생 1학년은 우울한 시간이었다. 이후 스스로 코인 노래방에 가서 노래를 부르면서 자신감을 갖고, 군대에 가서 펜글씨를 시작했다. 대학 시절에는 ‘ ‘발표불안 극복하기 집단상담’을 하면서 대인공포를 없애기 위해 애썼다. 모두 생각의 변화에서부터 시작된 행동이다.

그는 이제 껍질이 깨어진 새로운 세상에서 살게 됐다. 친구의 피로연에서 축가를 불러주기도 했고, 당당히 교사가 되어 학생들을 가르친다. 이제는 바이올린을 새롭게 배우고 있다. 2006년도 자신의 명함에 ‘슬로비- 천천히 그러나 꾸준히’라는 문구를 새겼다. 껍질은 단번에 깨어지지 않는다. 삶은 계란을 깰 때도 그렇다. 처음에는 작게 콩콩 두드려 보고, 점점 세게 두드리면서 껍질을 깨야 한다.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껍질이 있다. 하지만 껍질은 단번에 깨어지지 않는다. 인생은 불연속적이기 때문이다. 깨달음이 단번에 찾아오지 않는다. 변화는 불연속적이다. 계속적으로 부딪히면서 실패와 좌절, 작은 성공과 변화가 쌓여나간다.

“심장은 꿈을 꾸고, 눈은 내일을 바라보고, 몸은 오늘을 산다”는 말을 전하는 그는 오늘도 현재를 산다. 거창한 꿈이 아니다. 작은 껍질을 깰 때마다 인생이 달라지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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