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계란 파동은 에그포비아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정부가 3일 안에 전수 조사를 마치고 부적합 판정을 받은 계란 농가의 일련번호를 발표했지만 발표에 오류가 있었고, 이낙연 총리는 국민에게 머리 숙여 사과했다. 그러나 이 난각기호 조차 부정적으로 사용된다는 사실에 국민들은 모든 계란을 불신하게 됐다.

거기에 계란만 문제가 아니라 닭도 안전하지 않다는 데까지 불안감은 번지고, 계란을 원료로 하는 식품인 빵, 아이스크림, 쿠키, 마요네즈 등 가공식품까지 믿을 수 없게 돼 먹거리에 대한 걱정이 날로 증가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안전한 먹거리를 위해 활동하고 있는 한 생활협동조합의 달걀에서 DDT가 소량 검출되었다.

생협의 재래닭 유정란에서 검출된 DDT는 자연분해가 되지 않는 물질로 1979년까지 광범위하게 사용되었으나 38년 전 사용금지 된 농약으로 현재는 구입할 수 없는 물품이다. 그렇다면 이 성분이 계란에서 어떻게 나왔을까? DDT는 반감기가(잔류성분이 1/2로 되는 시점) 2년에서 15년 정도라고 한다. 그러니 40여년이 지났지만 아직 토양에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생협에서 판매된 유정란을 생산한 재래닭 사육농가는 방사 방식으로 닭을 키우고, 이 닭들은 넓은 공간에서 운동하며 흙을 쪼아 먹는다. 현재 생협은 이 농가 부지가 이전에 과수원이었다는 점에서 과수원으로 사용되었을 당시 살포되었던 DDT가 토양에 남아 유정란에서 검출되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알에 800원정도하는 비싼 계란이었던 재래닭 유정란은 이 생협에서 축산물 수입종 의존을 극복하고 재래종 보존을 위해 2010년도부터 취급하기 시작했다. 농가를 운영한 농장주는 이번 DDT검출 이후 억울함을 호소하며 자신의 농가에서 파리 10마리만 잡아와도 원하는 것을 다해 주겠다며 깨끗하게 관리해 온 노력이 물거품이 된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계란은 DDT검출량이 소량이어서 친환경 마크만 떼면 일반 달걀로 판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그러나 농장주의 자존심은 이를 허락하지 않는다. 국민들도 소량이라고는 하지만 검출된 계란을 신뢰할 수 없다는 분위기다.

생협은 이번 DDT 검출에 대해 사과전문을 내고 방사 토양까지 살피지 못했음에 책임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생협의 DDT검출 계란은 원인도 예측가능하고 책임 소재도 명확하다. 문제가 발생했지만 해결방법이 보인다. 그런데 이외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시중 계란들에 대한 대책은 있을까?

지난 16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 회의 때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이 류영진 식약처장에게 피프로닐이 검출된 계란이 어디로 반출되었는지 추적가능한지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검출된 계란이 흘러간 경로를 알아야 수거를 할 수 있기에 중요한 사항이다. 그러나 김 의원은 지난 14년부터 16년까지 전 정부의 식약처 차장과 처장을 지낸 인물로 작년 국정감사 때 기동민 의원이 지적한 바에 따르면 이 기간 동안 한 번도 계란의 농약 잔류 검사를 하지 않았다. 17년 여름에 드러난 살충제 계란은 지난 4년간 우리 국민들을 농단한 허수아비 정부 적폐 결과인 것이다.

새로운 정부의 첫 번째 과제가 적폐청산이다. 살충제 계란 파동은 우리의 먹거리를 위협하는 일로 적폐청산이 생존문제임을 드러낸다. 지난 메르스 사태에서 보았듯이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황을 파악하고 발 빠르게 대처하는 게 중요하다. 적폐를 안고 시작한 정부이다. 전임자가 싼 똥이 더럽다고 한탄할 시간도 없다. 살충제 성분이 소량 검출된 것이므로 몇 개 이상 먹어도 안전하다는 근거 없는 대안 말고 근본적인 대책이 하루 빨리 마련되길 바란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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