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이 하나 식구들은 다섯. 아침마다 서로 화장실 가겠다고 전쟁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싸움이 일어났다. 반찬을 해 놓아도 성장기의 세 아이들이 달려드니 순식간에 수북이 쌓인 소시지는 바닥났다. 집집마다 TV는 한 대 뿐이어서 서로 채널을 돌리겠다고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불 같이 덥고 자는 동생과 서로 이불 뺏기, 책상 자리 차지하기 등 부족함으로 빚어진 추억들이 많다. 이제는 개인별로 TV나 PC를 소유하고 있고, 집 앞 편의점만 나가도 먹을 것은 넘친다. 각자의 침대에 각자의 이불을 덥고 잔다. 심지어 쌍둥이 키우는 집을 보니 아예 똑같은 용품을 두 개 씩 사서 싸우지 않도록 한다. 하지만 그때의 부족함은 오히려 타인을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화장실이 하나밖에 없는 집에서 살 때는 오히려 더 부지런했다. 일찍 일어나 씻으려면 말이다. 다음에 화장실을 쓸 사람을 위해 정리정돈은 필수였다. TV를 볼 때에도 부모님 혹은 연장자가 돌린 채널을 그대로 보면서 나중에는 함께 이야기하고 동화됐다. 혹시 형제들과 리모콘 결정을 하기 위해서 가위바위보를 하거나 나름의 합리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때로는 남은 바나나 하나 먹고 싶지만 동생을 위해 참아야 했다. 부족함은 싸움을 만들기도 하지만 공동체성을 더욱 향상시킨다. 모두 관계를 생각하는 나름의 대책이었다.

물론 풍요로움은 타인과의 갈등을 빚지 않는다. 요즘에는 가족 내에서도 각자 사용할 생활물품이 정해져 있다. 남의 것을 공유하지 않는다.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스마트폰을 갖고 각자 자신의 시간을 보낸다. 라면이 먹고 싶으면 각자 하나씩 끓여 먹으면 그만이다. 하나를 갖고 서로 먹겠다고 싸우는 시간은 더 이상 없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방과 갈등 상황에 대해 협의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하지 않는다. 매일 수도 없이 협상하고, 논쟁하면서 해결방안을 고민해야 하는 상황과 비교해 보자. 어찌 보면 문제 해결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또한 생각해 보면 무언가 부족했던 시절 오히려 싸움 속에서 타인을 배려했던 마음이 생겼다. 고등학교 때 도시락을 싸오지 못했던 친구가 있었는데 그 아이를 위해 우리는 ‘양푼 비빔밥’을 만들어 먹으면서 다 같이 나눴다. 동영상 강의 각자 보면서 공부하지 않았던 그 때는 친구들이 서로 시험에 나올 것들을 알려주기도 했다. 남들을 위해서 조금씩 아끼고 먹지 않아 오히려 남을 경우도 생긴다.

최근 살충제 계란 파동으로 온 나라가 들썩인다. 지금껏 싸게 넘쳐나는 계란은 흔하지만 꼭 필요한 음식이었다. 그런데 이제는 누구도 선뜻 손대지 않는 불량 식품으로 전락하고 있다. 시골에서 닭 키우고 농사짓는 작은 엄마가 계신다. 집에서 낳은 달걀만 오래 전부터 먹었기 때문에 계란을 마트에서 사지 않는다. 한 달에 계란 반찬 먹는 날이 많지 않다.

“오히려 집에서 키워 낳은 달걀만 먹으니까 애들은 영양이 부족할 거라고 생각했었어. 하지만 생각해 보니 그게 아니더라고. 하나를 먹어도 영양이 꽉 찬 계란을 먹었던 거지. 닭이 낳을 때만 계란을 먹으니까 한 번 먹을 때 얼마나 고소하고 맛있는지. 당연히 먹는 거에 소중함도 생겨나더라고.”

부족함에서 배울 수 있는 것들을 떠올려 볼 때다. 없음에서 있음을 경험하는 신비로움을 말이다.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 갈등을 해결하는 태도, 창의적인 방법 모색 등은 부족한 환경에서 얻어지는 배움이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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