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을 게 없어서 잡초를 먹게 됐어요(웃음!)”

『자연치유밥상』『잡초레시피』와 같은 잡초 요리에 관한 책을 쓴 고진하, 권포근 부부는 원주 시골에 살고 있다. ‘재료비 0원으로 차리는 보약밥상’ 이라는 책의 부제처럼 잡초는 지천에 널린 풀이다. 잡초들이 과연 밥상 찬거리로 변신할 수 있을까. 이미 KBS의 ‘인간극장’이나 각종 언론사에서 취재와 인터뷰로 유명하다. 하지만 유명세와 달리 여전히 조용하게 글을 쓰고, 잡초를 뜯어 매일 비빔밥을 해 먹는다.

꽃마리, 쇠별꽃, 콩다닥냉이, 꿩의밥, 가락지나물, 봄맞이, 뽀리배잉, 애기똥풀 등의 잡초들은 각기 이름이 있다. 독특하면서도 예쁘다. 하나로 퉁쳐 ‘잡초’라고 그냥 부를 이름이 아니다. 어떤 생명체보다도 치열한 삶을 사는 잡초는 끈질긴 생명력을 담고 있다. 원래 잡초는 인류의 근원적인 먹거리였다. 대량생산이 가능한 작물만 심고 거둔 이후부터는 무용한 잡초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잡초와 작물을 나눈 기준은 인간의 선택이다.

강원도 원주 대안리에서 잡초와 함께 살아가는 고진하, 권포근 부부의 집 이름은 ‘불편당’ 이다. 이들의 잡초 레시피는 아직도 실험 중이다. 질경이를 차로 끓이고, 벼룩나물로 샐러드를 한다. 배추 한 포기 만원이 넘은 적이 있을 때 결국 사지 못하고, 바구니 끼고 들로 나가 왕고들빼기나 개망초, 우슬초, 모시물퉁이를 뜯어 겉절이를 해 먹는다. 명아주 된장국에 밥을 말아 먹는다. 잡초 비빔밥은 데친 잡초로 고추장과 들기름 넣고 밥을 비벼 먹는 것이다. 다양한 약성이 몸에 조화롭게 스며들어 자연스러운 치유 효과까지 경험했다. 고혈압, 피부질환 등이 좋아지게 됐다.

부인 권포근 씨 역시 시인 남편과 시골에서 잡초 뜯어먹고 사는 게 행복이라고 한다. 잡초요리전문가로 조금씩 활동한다. 야생의 잡초가 가진 강한 생명력은 당뇨나 고혈압, 백혈병 등의 난치병까지 치유할 힘이 있다고 한다.

“잡초 먹으면 속이 편해요. 소화 잘되고, 집중도 잘 되고, 면역력이 강해져요. 마트에서 판매하는 대부분의 유전자 조작 식품이 앞으로 얼마나 위험한지 점점 밝혀질 거예요. 잡초는 미래 식량의 대안이라고나 할까요. 우리가 먹은 게 몸을 이뤄요. 불량식품, 가공식품, 유전자 조작식품 등은 성격을 공격적으로 만들고 거친 사람이 되게끔 해요. 우리 몸은 먹은 음식으로 이루어진 세포로 만들어진 거잖아요.”

이렇게 말하면서 자신이 체험한 잡초 요리의 장점을 늘어놓는다. 비움으로서 결국 건강을 얻고, 마음의 풍요까지 얻게 됐다. 땅에 널린 것이 먹을 수 있는 잡초이기 때문에 먹을 만큼 채취한다. 일부러 심고 가꾸지 않아도 되니 유기농 먹거리가 세상천지다. 뭐든 쌓아두지 않는다.

우리 인간은 모두 잡초 같은 신세 아닌가. 어디에서 왔는지 어디로 갈지 모르는 존재 그 자체다. 흔하디흔한 잡초를 귀하게 보면서 새로운 세상을 만났다고 하는 부부의 이야기는 감동을 준다. 생명은 모두 존귀하다.

김소라 기자  sora771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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