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육대학에서 스포츠의학을 공부하고 미국 유학까지 다녀온 서용하 씨는 최근 문탁(인문학 공간 네트워크)에서 공부하며 자신을 둘러싼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중이다. ‘직업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할까?’와 같은 사춘기 소년이 품어야할 의문을 30대 후반에 품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운동을 좋아하다 보니 부상이 잦았는데, 그걸 치료해 보고 싶은 마음에 스포츠 의학을 공부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스포츠 의학이 99년도에 처음 생겨서 생소한 때였습니다. 졸업 후 원하는 프로축구단 트레이너가 되었지만 3년간 연봉 동결과 자영업자로 구분되는 이해할 수 없는 현실에 미래는 불투명했고 삶을 다시 돌아보게 했어요. 당시에는 막연히 더 스펙을 쌓으면 될 거라는 기대로 미국유학을 떠났습니다.”

남들보다 자격증 하나라도 더 있으면 좀 나을 거라는 생각에 쌓여가는 스펙 속에 괴로워하는 평범한 대한민국 청년이었던 그는 미국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올 때쯤 이게 정말 맞는 길인가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

“막연히 좀 더 발전된 학문을 배우면 내가 성장하고, 유학 후 좀 더 안정적이고 고소득이 보장될 거라 생각했어요. 5년 간 유학을 마치고 목표지점에 도달해 뒤를 돌아보니 별거 아니더라고요. 많은 사람들이 이렇게 목표를 향해 돌진하는 삶을 살면서도, 불안해 한다는 걸 생각하고 의문이 들었지만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막연한 채 한국에 돌아왔어요.”

마음속에 생긴 의문을 풀기 위해 끊임없이 책을 읽는 가운데 그는 다시 취업했다. 트레이너라면 모두가 꿈꾸는 굴지의 대기업에 다니던 서 씨는 자신이 하는 일은 누구라도 대체 가능하다는 생각에 자신이 부품으로 쓰이는 굴레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끊임없이 고민하고 직장에서 제가 생각하는 의견을 내보기도 했지만 미약했습니다. 혼자 책 보고 하는 공부에는 한계가 있었죠. 인생에 정답은 없지만 어딘가에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있을 거고 함께 해답을 만들어갈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사람과 함께 생각을 나누고 이야기하며 좀 더 고민을 구체화하고 싶을 때쯤 문탁을 만났습니다. 그때부터 주경야독이 시작됐죠. 이때 제게 가장 큰 울림을 준 책이 ‘만물은 서로 돕는다’ 입니다. 경쟁이 아닌 서로 돕는 관계가 상생할 수 있는 방법이란 걸 막연히 믿고 있었던 제게 다양한 사례와 논리적 근거로 확신을 주는 책이었어요. 제 생각을 확인받는 것 같아 기뻤습니다.”

자신의 생각을 확인해 주는 책을 만나고 이를 실현해낸 공동체 문탁을 직접 경험한 서 씨는 현재 직장을 그만두고 2년간 다른 삶을 살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직장을 관둔지 1년 정도 됐어요. 공부를 하다 보니 경쟁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나에게 기쁨과 만족을 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몸을 돌보고 보살피는 제 전공을 통해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시작한 게 ‘활총생’(활기, 총기, 생기) 운동 동아리이에요. 회사에 있는 동안 시작했는데, 선수들을 만나면서 1대1로 진행했던 것들을 동아리 집단을 통해 실험해 보고 싶었습니다. 주민들이 스스로 몸을 돌볼 수 있게 하는 운동 동아리인데, 제 전공이 근골격계 관련이다 보니 그쪽에 대한 운동방법을 알려주는 일이 주였어요. 3개월 정도는 매주 1회 강의와 실습을 진행했고, 현재는 부정기적으로 제가 강의를 하고 동아리는 자체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서 씨는 이 운동 동아리를 운영함에 있어서 운동을 배우러 오는 분들에게 강사가 복을 지급하는(문탁 공동체에서는 실물 화폐가 아닌 공동체 화폐인 복을 사용한다) 방식으로 기존 배움의 과정이 가지고 있는 패러다임에 변화를 주었다. 강사가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게 아닌 서로 주고받는 배움의 과정이라는 걸 표현하고자 했던 시도다. ‘활총생’을 통해 자신의 전공으로 다른 이들과 함께 하는 삶을 실험하고 있는 서 씨는 스스로 가꾸는 삶을 살기 위해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 서 씨는 귀농 후에도 전공은 계속 가지고 갈 생각이다.

“농촌에 가서 농업인들을 관찰해보고 본가에서 텃밭 농사를 지어보니 근골격계 질환이 많이 유발될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농업이 건설업, 광업과 함께 세계 3대 위험직업군인데, 직접 해 보니 왜 위험직업군인지 이해되더군요. 장시간 구부린 채 같은 자세 유지하는 농업은 몸에 무리를 많이 가져옵니다. 체조와 근육을 강화 시키는 몇 가지 운동을 농업인들이 알면 많은 질환을 예방할 수 있어요. 덜 아프게 일 할 수 있는 거죠. 생계와 전공을 함께 할 수 있고, 지역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삶을 살기 위해 귀농을 준비하고 있는데, 앞으로 2년 정도 준비가 필요할 것 같아요.”

서 씨는 지금까지 겪은 자신의 과정이 모두 욕망이란 단어에서 출발했다고 이야기한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 자신의 욕망 때문에 힘들어한다. 왜 힘든 지도 모르고 힘들어하는 하는 이들 속에서 자신을 돌아보고 욕망을 점검한 서 씨는 이제 조금 다르지만 행복한 삶을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

미래의 삶을 준비하는 청소년기에 어떻게 살아야할지 충분히 탐색하고 고민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이렇게 하기에 많은 제약이 있다. 서용하 씨가 미국 유학을 다녀온 뒤에 이 질문들을 해결하기 위해 책을 보고 사람을 만나고 직접 찾아다녔던 이 과정들을 앞으로는 청소년들이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획일된 삶이 아닌 자신이 직접 일구는 삶을 보여주는 서용하 씨의 삶은 미래 청소년들에게 조금 다르게 살아도 된다는 구체적 실현태로서 좋은 예가 될 것이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삶이 가꿔지고 이 변주들이 조화로운 사회가 될 수 있다는 희망의 씨앗을 뿌릴 서용하 씨를 마음 깊이 응원한다.

서지은 기자  mail@newstower.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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